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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발로 쓴 우리 기록 황석영이 베꼈다”

문화권력 황석영에게 묻는다. 그 후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땀과 발로 쓴 우리 기록 황석영이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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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발로 쓴 우리 기록 황석영이 베꼈다”

‘광주의 분노’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가는 남조선인민들의 투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왼쪽부터)

“프레시안에 실린 황석영 글을 읽었다.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다. 남의 글을 옮긴 것도 시간이 흐르면 자기 글처럼 느껴지는 게 사람 마음이지만….”

그는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광주백서’의 작성 경위를 설명하면서 “오래 지난 일이다. 괜스레 잡음을 일으키기 싫다”고 했다. ‘광주백서’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의 넘어’의 골간(骨幹), 세부(細部)를 비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이 부분은 단어 순서만 바뀌었네요.”

그는 1981년 1월 수배망을 피해 광주로 내려갔다. 그해 겨울은 추웠다. 광주 사람들은 상흔을 안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술을 마시고, 죽은 친구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그는 회고한다.

“진상을 전국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관(史官)의 심정으로 객관적으로 적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광주백서’를 1982년 탈고했다. 서울 을지로에서 타자기를 샀다. ‘광주백서’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제작됐다. 골방에서 소준섭, 민종덕(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박우섭(인천 남구청장)이 함께 작업했다. 소준섭이 쓴 글을 민종덕이 타이핑하고 박우섭이 등사했다.

민종덕은 이렇게 말했다.

“구월동 15평 주공아파트에서 작업했어요. 글은 소준섭이 썼어요. 수기를 타이핑한 뒤 팸플릿으로 만들어서 뿌렸습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증언.

“소준섭 박사, 조봉훈 선생이 광주에서 1차자료를 수집했죠. 소준섭이 수기(手記)로 썼고요. 가톨릭 쪽을 통해 책을 내려고 했습니다. 도망 다니는 처지여서 여의치 않았습니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도 우리 옆 동에서 숨어 지냈어요. 골방에서 한 장 한 장 등사해서 100부인지, 200부인지를 프린트했습니다.”

이들은 현지에서 제작한 것처럼 위장하고자 광주로 내려가 이창복 전 의원을 비롯해 20여 명에게 ‘광주백서’를 등기로 배달했다. 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서울대 학회실 같은 곳에도 1~2부씩 가져다놓았다.

북한 책과 황석영 기록이 닮은 까닭

신동아는 2010년 12월호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북한 책 ‘광주의 분노’(1985년 5월16일 인쇄),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가는 남조선인민들의 투쟁’(1982년 4월10일 발행)이 닮았다고 보도했다.

황 작가 기록과 디테일이 비슷한 부분이 숱한 ‘광주의 분노’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년 5월15일 발행)와 우연히도 ‘같은 때’ 세상에 나왔다. “두 책이 같은 1차 자료를 참고한 것일 수 있다”고 신동아는 2010년 12월호에서 분석했다.

‘광주의 분노’는 ‘광주백서’가 소개한 에피소드를 부지기수로 베꼈다. 그중 한 대목만 소개한다. 광주에서 직접 확보한 증언을 바탕으로 쓴 ‘광주백서’를 먼저 읽어보자.

[여대생으로 짐작되는 세 명의 아가씨들이 공수병에 의해서 서서히 껍질이 벗겨지고 부라자와 팬티까지 모조리 찢어내고 그중 유독 험하게 생긴 공수병이 워커발로 아가씨의 궁둥이를 걷어차면서 “빨리 꺼져 이년들아. 지금이 어느 때인 줄 알고 데모하고 지랄이야.” 성난 늑대처럼 내몰았다. 그러나 이 일을 어찌하랴. 처녀들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가슴을 쓸어안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이때 한 놈이 고함쳤다. “이 썅년들이 살기가 싫은가봐. 그럼 할 수 없지.” 순간 아가씨들의 등에는 대검이 똑같이 꽂아지면서 분수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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