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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돌보는 일, 철학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영혼을 돌보는 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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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 “자석에도 영혼이 있다”

그리스 철학에서는 영혼을 어떻게 볼까. 소크라테스는 “영혼은 죽지 않으며 파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을 ‘운동’개념으로 봤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움직이며 영혼을 갖고 있다. 죽으면 움직이지 못하며 영혼이 떠난 상태라는 것.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는 자석에도 영혼이 있다고 주장했다.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의 힘은 영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요즘 기준으로는 황당하지만 당시로서는 최고 석학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럴듯하게 들렸으리라.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봤다. 생로병사(生老病死)하는 인간은 죽어서 육체는 사라지지만 영혼은 소멸되지 않고 하데스로 간다고 믿었다. 영혼의 불멸성은 인간에게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다. 처벌 대상인 영혼이라면 영원히 고통을 받는 셈인데 이는 가혹한 운명이다. 그러나 영혼은 과거의 삶을 망각한다. 영혼은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는 윤회를 거듭한다. 그러니 고통이 무한 반복되는 셈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한 수학자 겸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전생(前生)을 모두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도 “내가 스무 번 살면서 겪었던 삶을 모두 기억한다”면서 “거짓말을 하면 신들로부터 추방돼 3만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전생 기억을 중시한 것은 윤회에서 벗어나 신(神)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열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영혼이 신들이 사는 곳으로 가는 것은 영혼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영혼을 정화해야 한다.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교양도 쌓아야 한다.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은 수학과 음악을 집중 수련했다.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그날 한 일을 모두 기억하도록 하는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당일 기억뿐 아니라 이전 삶에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이는 델포이 신전에 있는 “너 자신을 알라”는 신탁(神託)을 실천하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피타고라스를 높이 평가하는 플라톤은 교육기관인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제자들에게 영혼 정화를 위한 음악과 신체 단련을 위한 체육을 기초과목으로 가르쳤다. 그 다음 과정으로는 산술, 천문학, 기하학 등을 지도했으며 이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도록 했다.

신의 세계 가려 철학 익혀

플라톤은 “인간이 진리를 인식하면 영혼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신이 선물로 제공한 4가지 신적 광기(狂氣) 덕분에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들이 생겨난다”고 갈파했다. 4가지 광기란 예언적 광기, 종교적 광기, 시적(詩的) 광기, 철학적 광기이다. 플라톤은 인간이 진리를 깨달으려면 신적 광기에 사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혼이 다시 날개를 달아 신들의 세계로 날아가려면 수천 년이 걸리므로 진리를 향해 끊임없이 이끌어주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해야 이 힘이 길러진다.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 철학이라고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무척 소중히 여겼는데 이것은 일종의 영적(靈的) 훈련이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하려는 목적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의 힘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철학의 진정한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철학을 통해 어떻게 우리의 삶이 변화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철학이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 등을 비판적이고 반성적으로 통찰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철학은 그것을 배우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진리를 인식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일상적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이 책은 웬만한 미술서적 못지않게 화려한 컬러 화보를 많이 담았다.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명화들을 제시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 학술서 비슷한 내용이지만 그림 보는 재미가 만만찮아 난해한 부분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작고한 소설가 겸 번역가 이윤기 선생이 생각난다. 그는 대중 독자에게 그리스 신화 읽는 참 재미를 선사한 선구자였다. 대중용 서적에서 기초를 다진 독자는 장영란 박사의 이 책으로 전문성을 높이면 서양 문화를 훨씬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리스 고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려면 그리스 원전을 텍스트로 삼아 최근 번역한 책들을 두루 살펴보면 되겠다.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는 그리스 고전을 40여 권이나 번역했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신 근엄한 학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플라톤이 쓴 ‘향연’을 보면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토론하는 소크라테스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긴 겨울밤, 와인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향연’을 탐독하는 호사를 누리시면 어떨지?

신동아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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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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