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하나다 _ DMZ문화포럼·경기관광공사 기획, 하나북스, 320쪽, 1만6000원‘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하나다’(이하 별들)를 한창 진행할 무렵 천안함 사건이 터져 판문점 취재가 기약 없이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하고 나니 연평도 도발 사건이 발발해 한반도가 종전(終戰)이 아니라 정전(停戰) 상황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기게 됐다.
연평도 뉴스 보도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이러다 정전협정이 깨지고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장이 다 떨렸다. 만약 이 책을 만들지 않았다면 천안함도 연평도도 그저 인구에 회자되는 남의 집 얘기처럼 먹먹하기만 했을 것이다. 비록 간접 경험이지만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 아닐 수 없다. ‘별들’의 갈피갈피에 새긴 속뜻도 여기에 있다.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기억하고 노력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픈 살도 살이요, 덧난 마음도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상처 위에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전후(戰後)세대인 우리가 마음을 모아야 할 차례라고 믿었고, 그 믿음이 확신으로 굳어지게 된 데에는 그 무엇보다 사람의 힘이 가장 컸다.
‘별들’을 진행하면서 나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7명의 우리나라 대표작가에서부터 DMZ 지대를 지키며 사는 소박한 사람들까지 숫자로 헤아리면 100명이 훨씬 넘는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7명의 대표작가도, ‘내가 DMZ 전문가요’를 목청껏 외치기만 하던 누구누구도, DMZ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지은 유명 필자도,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도 아니다. 내가 직접 발로 뛰다가 만나 마치 우연처럼 ‘60인의 인터뷰’에 등장한 진정한 디엠제터들이다.
사람들은 7명의 유명 작가를 섭외해 DMZ 지대를 답사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내가 진심으로 듣고 싶은 것은 60인의 인터뷰를 완성한 것에 대한 격려다. 그만큼 힘들었고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교동도 마을에서 만난 지광식 할아버지는 KBS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승기 머리를 잘라준 이발사로 이미 유명 인사였다. 실향민인 그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고향집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그냥 눈물이 났다. 명절이면 강화도 바다에 나가 고향집 바라보는 낙으로 살았으나 어느 날 집이 불타고 그 자리에 창고 같은 건물이 들어선 것을 보며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이 책은 큰소리로 무언가를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이 뭔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만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나처럼 눈물이 나고 가슴이 뻐근해졌다면 그걸로 족할 것이다. 우리는 잊고 사는 게 너무 많지 않은가.
오내영│하나북스 편집부 차장│
New Books
산촌일기 _ 이계진 지음아나운서,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후보…. 공적으로 이계진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그러나 자연인 이계진은 ‘주말농부’를 자처한다. 그것도 15년째 산골생활을 해온, 제법 관록이 묻어나는 농부다. 그래서 책 제목 ‘산촌일기’ 앞에는 ‘주말농부 이계진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책에는 국회의원이나 아나운서 같은 직업적 얘기보다 개인 이계진과 그 가족의 진솔한 삶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정치인, 혹은 정치인 출신이 펴낸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집어 든 책은 흡인력이 강했다. 단숨에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도회지의 팍팍한 삶에 지쳐 한번쯤 꿈꿔봤을 그림(?) 같은 전원에서의 삶이 책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환상과 낭만이 아닌 치열한 삶의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그만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조선앤북, 320쪽, 1만2800원대동이 탐구_ 서병국 지음태곳적부터 해가 가장 먼저 솟는 곳을 ‘동방’이라 했다. 특히 지나인(支那人·중국인)들은 동방이 해의 정기를 가장 먼저 받는다 하여 동방을 우러러 받들었으며 방향을 말할 때에도 가장 먼저 동방을 내세웠다. 동방을 말하는 동이(東夷)는 광활해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종족의 수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아닌 종족은 소수였고, 내세울 만한 문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우리 민족은 예의와 도덕, 음악 등 문화면에서 가장 우수해 지나인의 찬사를 받았다. 지나의 문헌에서 동이에 대한 평가가 이중적이었음을 밝혀낸 저자는 우리 선인들이 지나인의 악의적인 비난을 비판하지 않고 묵수하는 태도를 견지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0여 년의 연구를 통해 펴낸 ‘대동이 탐구’에서 동이족의 우수한 면모와 동이족에 대한 지나인의 호평이 있었음을 처음 찾아냈다.
한국학술정보, 490쪽, 3만2000원산 넘고 물 건너 아메리카 캠핑 로드 _ 윤화서 지음그랜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옐로스톤, 요세미티….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에 소재한 대표적인 국립공원들이다. 우리나라에도 국립공원이 적지 않지만, ‘반도’에 있는 국립공원과 ‘대륙’에 위치한 공원은 우선 그 규모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메리카 캠핑 로드’는 주인공 부부가 2008년 가을부터 미국 유타주에 1년2개월간 머물며 미국 본토에 있는 국립공원 46개 가운데 27곳을 돌며 기록한 캠핑기다. 틈만 나면 낡은 스바루 왜건 한 대를 끌고 5만㎞를 달려 기록한 대서사다. 드높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산 준봉과 울창한 숲,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는 해변 등 영화 속에서나 만나봤음직한 풍경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미국 국립공원의 매력에 빠져보자.
바다출판사, 356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