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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⑨

160만 병력의 51일 大추격전 장 상사, 18년 만에 빚을 갚다

강릉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 오세영| 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160만 병력의 51일 大추격전 장 상사, 18년 만에 빚을 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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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활보하다 월북

1978년 11월4일 광천읍 학성리 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정찰국 소속 공작원 3인은 인근의 군사시설을 탐지하던 중 나무를 주우러 산에 올라온 부근 주민들에게 발각되자 그들을 살해하고 북상, 도주했다. 군은 즉각 비상경계망을 펼쳤지만 북한 공작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들은 홍성과 예산, 그리고 온양과 천안을 거치며 계속 북쪽으로 이동했는데 그 과정에서 민간인 여러 명이 피살됐다.

긴급 출동한 군은 안양 수리산에 이어 부평, 김포에서도 공작원들과 마주쳤지만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여러 차례 포위망을 빠져나간 공작원들은 김포군 운양리 천현부락 뒷산에서 북에서 내려온 안내원을 만나 12월4일 자정 무렵 감암포에서 강을 건너 무사히 북으로 귀환했다. 충청도와 경기도 일대의 지역사단과 서부전선에 주둔한 해병부대, 특전사와 전투경찰, 그리고 예비군까지 총동원돼 한 달 이상 충청도부터 군사분계선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공작원들은 보란 듯 포위망을 벗어나 월북한 것이다.

공작원 3명이 무려 한 달이 넘도록 충청도와 수도권 일대를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다 다시 북으로 돌아간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1968년에 청와대와 울진·삼척지구에 무장간첩이 남파됐을 때도 포위망을 뚫고 북으로 귀환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때는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이거나 험한 산악지대여서 이번과 경우가 달랐다.

공작원들을 놓친 데는 군의 예상이 틀린 것도 큰 몫을 했다. 낮에는 비트를 파고 숨어 있다가 밤에 산골짜기를 타고 도주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북한 공작원들은 환한 대낮에 대로로 이동한 것이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떨어뜨린 일지에 의해 공작원들은 평택에서 병점까지 기차로 이동했고 관악산 입구 매점에서 빵을 사 먹은 사실이 밝혀졌다. 완전히 허를 찌른 행동이었다.



탈출경로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문책이 뒤따랐고, 해당부대는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문책을 당한 부대 중에는 지휘관 이하 부대원 전원이 삭발을 하고 매일 10㎞를 구보하며 복수를 다짐한 곳도 있었다.

wag the dog

산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고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군부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도 걷히기 시작했다. 한국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동안 북한은 세습을 마무리지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김정일의 후계자 승계는 속도를 더했다. 김정일은 1990년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1993년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사실상 세습을 완성했다. 김일성은 노동당 총비서와 국가주석 자리만 차지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한국과 세습을 달성한 북한. 그런데 사회주의의 패배는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20세기 말로 접어들면서 세기 내내 지속되던 이데올로기 대립이 마침내 종말을 고했다. 자유진영이 이기고 공산진영이 진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모순으로 인해 저절로 붕괴할 것이라 했는데, 그전에 사회주의가 먼저 무너져버린 것이다. 자본주의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사회주의의 허구성에 비해서는 현실적이었던 것이다.

소련은 해체됐고 공산권 국가들은 개혁과 개방을 서둘렀다. 개혁과 개방만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북한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 식’을 내세우며 폐쇄를 고집했다. 섣불리 문을 열었다가는 체제가 붕괴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동독이 맥없이 서독에 흡수통일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본 터였다.

이대로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자연히 비대칭전력이 북한 지도부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비대칭전력은 불리한 전세를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무기다. 그리고 비대칭무기의 대표는 핵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동북아의 안보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영변의 핵시설에서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한반도에 다시 위기가 몰려왔다. 북한은 원자로임을 들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여차하면 영변의 핵시설을 폭격할 기세였다. 북한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은 이때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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