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의 연금제도를 잘 활용하면 여유로운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
당장 취직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김 부장은 “쉬면서 미래를 고민할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박 과장이 생각해도 선배의 미래는 막막해 보였다. 김 부장은 그동안 ‘기러기아빠’로 지내며 월급 대부분을 자녀 유학비로 지출했다. 그 때문에 적금은커녕 변변한 보험 하나 든 게 없다. 가진 재산이라곤 살고 있는 소형 아파트 한 채가 전부. 더구나 몇 년 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터라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과 명예퇴직 위로금뿐이었다.
“가진 돈이 없으니 당장 먹고살려면 뭐라도 해야겠지. 지금보다도 노후가 더 걱정이야. 미리미리 노후 준비를 해둘 걸…. 자넨 나처럼 후회하지 말라고.”
짐을 정리해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 과장은 문득 ‘나도 몇 년 남지 않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졌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이 77.0세, 여성이 83.8세다. 그런데 직장을 퇴직하는 시기는 여전히 50대 초·중반이다. 나이 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20년 이상 소득 없이 지내게 될 수도 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0 고령자 통계’를 보면 응답자의 61%가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 결과, ‘건강’보다도 ‘경제적인 어려움’(41.4%)을 노후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노후준비 부족으로 많은 고령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의 39.5%는 노후를 자녀에게 의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지금 고령자들은 자식에게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으로 행복한 세대일 것이다. 50대만 해도 자식에게 기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죽을 때까지 보장되는 평생 월급, 국민연금
‘노후를 위해 뭘 준비해야 하지?’ 박 과장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국민연금. 하지만 그림의 떡처럼 여겨졌다. 박 과장은 공무원으로 12년을 일하다 5년 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곳으로 옮겼다. 그때 공무원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았는데, 그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억도 없다. 공무원연금은 20년 이상 납부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입해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박 과장은 이제 5년 됐으니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 직장생활을 못하면 국민연금도 못 받게 된다. 공무원 출신 선배 중에는 공무원연금 19년, 국민연금 9년, 도합 28년을 넣고도 아무 혜택을 못 본 경우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하면 10년이 훨씬 넘는데 어느 것도 받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하단 생각이 든 박 과장은 방법이 없을까 싶어 국민연금공단으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