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하한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상한가 탐욕에 눈멀지 말라

‘주식농부’ 박영옥의 ±30% 시대 주식 투자 전략

  • 박영옥 | 스마트인컴 대표 pyok@hanmail.net

    입력2015-07-23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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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 만에 가격제한폭 ±15% → ±30%
    • 우선주, 중소형주 위주로 상승세
    • 증권업, 중국 관련, 지배구조 개선 주식 유망
    • “農心 투자로 돈이 일하게 하라!”
    하한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상한가 탐욕에 눈멀지 말라
    6월 15일부터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됐다. 하루에 허용되는 상한가, 하한가 변동폭이 15%에서 30%로 크게 오른 것. 코스피는 1998년 12월, 코스닥은 2005년 3월 가격변동폭이 확대된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물 시장 상황과 직접 연계되는 파생상품 시장 내 개별 주식 선물 및 옵션 가격도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상향 조정의 영향을 받게 됐다.

    금융당국이 가격제한폭을 사상 최대로 확대한 이유는, 가격제한폭 설정에 따른 비효율성과 불공정거래 소지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미국, 유럽, 호주 등의 증시엔 가격제한폭이 아예 없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정액제로 평균 ±22%, 중국과 대만은 각각 ±10%, ±7%다.

    한국 주식시장은 아직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는 이 지수에 들기 위한 준비 과정의 하나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MSCI 선진지수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organ Stanly Capital International)이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포함돼 있다.

    ‘3중’ 변동성 완화장치

    금융당국은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변동성 완화장치에 대한 보완책도 동시에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가격제한폭을 확대했을 때보다는 가격 급변 가능성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3중’ 가격 안정화 조치는 다음과 같다.



    ① 동적(Dynamic) 변동성 완화장치 : 직전 가격 체결 대비 3%(코스피 200종목) 또는 6%(코스피 일반 및 코스닥 종목) 이상 가격이 변동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

    ② 정적(Static) 변동성 완화 장치 : 전날 종가 또는 장중 새로운 단일가격 대비 10% 이상 가격이 변동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

    ③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강화 :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종전은 10% 이상) 하락하면 전체 시장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한 후 재개. 지수 하락폭이 20%가 되면 당일 거래 중단(셧다운).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난 현재 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며 정착해가는 느낌이다. 지수의 등락 추이를 보면 6월 15일~7월 14일 영업일 기준 22일간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3.44%, 코스닥지수는 6.28% 올랐다. 일 거래량도 코스피의 경우 6월 22일(2.7억 주)을 제외하면 4억~5억 주 규모이고, 코스닥은 종전과 같이 5억~6억 주 규모를 유지했다. 거래대금도 각각 6조 원대와 4조 원대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동폭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최저 -2.48%에서 최고 1.58% 범위에서 움직였고, 코스닥지수는 최저 -4.17%에서 2.57%로 변동폭이 좀 컸다(종가 기준). 이는 금년 들어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보다 3배가량 더 오른데 따른 것이다.

    상한가는 코스피에서 6월 17일 12개, 22~24일 각각 10개, 10개, 16개, 7월 2일 12개 외에는 대체로 한 자리수로, 대부분 거래가 적은 우선주여서 의미가 작았다. 하한가는 6월 25일 2개, 7월 7일 1개 뿐이었다(모두 우선주). 코스닥의 경우 상한가 종목이 가장 많았을 때가 6월 23일 8개였고, 하한가는 6월 17일 3개, 19일 1개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는 1998년 12월 코스피 가격제한폭을 12%에서 15%로 확대했을 때와 확연하게 다르다. 당시는 외환위기 이후 대세 상승장이 전개되며 상한가 종목이 폭증하기도 했지만, 시행 첫달인 1998년 12월 양대 시장 합계 종가 기준 상한가 종목이 176개, 하한가 종목이 242개에 달했다. 이듬해 1월과 2월에는 상한가가 130개와 53개, 하한가가 55개와 18개로 급감했다. 이렇게 상·하한가 종목이 급감한 것은 1999년 1월과 2월이 지수 급등에 따른 조정기(10~15%)였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지수가 급등했으므로 오히려 변동폭 확대가 주식시장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가격 변동폭 확대는 시장이 좋을 때는 더 많이 오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나쁠 때는 더 많이 내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시장 탐색기로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간의 추이를 보면 지수의 흐름과 변동폭, 거래량 등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상한가 종목의 발생 빈도도 우선주와 그간 강세를 나타낸 바이오주에 집중하면서도 그 수가 매우 적었다. 하한가는 거의 없었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

    하한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상한가 탐욕에 눈멀지 말라
    많은 투자자는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가격제한폭 확대는 그 자체로 주식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기 어렵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리스크가 커진 만큼, 효율적 가격 발견을 위한 건전한 변동성은 확대되고 비합리적 변동성은 억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적,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를 도입했기 때문에 장중 가격 급변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루에 최대 30%까지 가격이 변동하면 사흘 연속 상한가 혹은 하한가를 칠 경우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날 수도,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은 좀 더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후 그 영향이 대형주나 보통주보다 다소 소외됐던 중소형주 및 우선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때문에 대안 투자처를 찾고 있던 투자심리와 맞아떨어져 나타난 현상인 듯하다. 미국 등 증시 선진국에선 보통주와 우선주 가격 차이가 20~3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50%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를 계기로, 합리적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는 투자자들이 우선주를 제대로 대접해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대로 변동성 완화장치를 함께 도입해 가격 급변 위험성이 낮아졌고, 시장 차원에서는 서킷 브레이커스 제도가 개선돼 각종 불공정거래 발생 여지도 줄었다. 가격제한폭 ±15% 땐 주가가 상하한가에 근접하면 아예 제한가격까지 추종매매를 유도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상·하한가 굳히기’ 등 불공정거래가 종종 발생했지만, 이번에 상·하한가가 종전 대비 2배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불공정거래를 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또한 가격제한폭 확대가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해 시장효율성을 키우고 거래도 활성화할 것이다.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998년 12월 가격제한폭이 ±12%에서 ±15%로 넓어진 시기를 전후해 6개월간 코스피 시장 일 평균 거래량은 1억70만 주에서 2억4000만 주로 2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 시장도 2005년 3월 가격제한폭이 ±12%에서 ±15%로 늘어난 이후 일 평균 거래량이 6개월간 3억6000만 주에서 5억7000만 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단기 리스크 확대 우려와 달리 거래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가격제한폭 확대가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박 심리’가 증폭될까봐 걱정이다. 가격변동폭이 종전보다 2배나 커졌으니 잘만 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욕심이 환상을 부른다.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 ±15% 변동폭도 대단히 큰 것이다. 하루 상한가 15%는 연이율로 따지면 무려 3675%에 해당한다.

    가격변동의 진폭을 즐기려 해선 안 된다. 투자 성공의 요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루 진폭의 한계가 없는 미국은 어떨까. 주가 그래프를 길게 늘여보면 답은 자명하다. 주가가 아무리 널뛰기를 하더라도 주식의 본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선 시간만이 답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변동폭이 커진 만큼 시장은 더욱 합리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진폭을 노린 투기세력은 늘 존재한다. 이런 투기세력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기업 공부’를 많이 해 좋은 기업, 알찬 기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장기 투자다. 어쩌면 투기세력보다 시간과의 싸움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확신이 필요한데, 이는 스스로의 투자 목적과 좋은 기업을 고르는 안목에서 비롯된다.

    당초 가격제한폭 확대 초기에는 관망 심리로 인해 거래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주일 후부터는 거래가 오히려 늘었다. 고객예탁금이 무려 20조 원에 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시장은 매우 활기에 차 있다. 이런 시기에 가격제한폭을 확대했기에 관성의 법칙에 따라 시장에선 현재의 활황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목에서 명심할 것은, 관성의 법칙이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스 사태도 버텨냈는데…

    한국거래소가 5월 발표한 2014년 실적기준 증권시장 PER(주가수익비율) 및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해보자. 코스피200의 PER은 지난해 11.5배에서 올해 14.1배로, PBR도 같은 기간 1.14배에서 1.19배로 증가했지만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 비교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평균 PER는 19.7배, 신흥국 평균 PER는 16배로 한국보다 각각 5.6배, 1.9배나 높다. 펀더멘털로 보면 우리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당분간 사상 최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의 펀더멘털은 매우 양호해 시장의 하방경직성이 튼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우리 주식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6월 29일과 30일의 경우 그리스 디폴트 위기와 중국 증시 폭락에도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거나 복원력이 강했다.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저평가 메리트’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한가 공포에 질리지 말고 상한가 탐욕에 눈멀지 말라
    아무튼 중장기적으로 거래 활성화에 따른 거래대금이 증가할 개연성이 크고, 이는 증권사의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이후 증권업 규제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정부가 이번에 가격제한폭을 대폭 확대해 주식 투자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점도 증권업종에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편 탄탄한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배당을 높게 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투자자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주와 지배구조 개선 가능주, 대(對)중국 관련주(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의약품 등) 등이 향후 유망해 보이는 종목이다.

    좋은 ‘씨앗’ 골라야

    필자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장 효율성을 높인다는 데 동의하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가격제한폭이 얼마이든 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하한가 30%가 두려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근거 없는 공포에 질린 것이나 다름없다. 상한가 30%를 쳐다보며 무모한 주식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탐욕이다. 주식 투자를 실패로 이끄는 두 가지 감정이 바로 공포와 탐욕이다. 공포에 질리든 탐욕에 눈멀든 둘의 공통점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통찰이 없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클수록 탄탄한 수익모델, 재무구조, 연구개발투자 현황, CEO의 능력 등을 두루 파악하고 주가의 흐름을 분석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필자는 1년 내내 좋은 씨앗(기업)을 골라 모내기(투자)를 하고, 물 대주고 피 뽑으며 농사(기업과 소통하고 동행해 동반 성장하는 것) 짓고 있다. 일종의 ‘주식농사법’이다. 콩 심은 데 팥 날 리 없듯 주식 농사도 정직한 것이어서 미래를 보고 알차게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온다. 금방 샀다가 되팔아버릴 기업이 아니라, 평생 동행할 기업을 고른다고 생각한다면 안정적인 기업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명 100세 시대다. 은퇴 후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는데 금리는 낮고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윤택한 노후를 위해서는 주식 투자가 필수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농심(農心) 투자’와 같은 가치투자로 기업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돈이 일하게 하자!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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