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시마당] 미세하고 단단한, 광택이 있는, 바스라지거나 휘발되지 않는, 오래오래 보존되는

  • 송희지

    입력2025-03-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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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방파제의 둔덕에 서서 뭍으로 걸어 나오는 너를 보고 있어. 너는 흠뻑 젖어 있고, 어떤 말을 뱉고 싶은 듯 볼을 천천히 부풀리고 있어. 나와 너는 가까워지고. 맞닿고. 혀를 밀어 넣는데─다음 순간 너는 내 목구멍에 눈부신 고체들을 쏟아 넣기 시작해. 합성수지야. 나는 플라스틱구토 하고, 너는 그 장면이 감명 깊다는 듯 오래 바라봐. 너는 플라스틱눈물 흘리고, 나는 플라스틱침 개처럼 뚝뚝 떨어뜨려. 플라스틱이 전염돼. 플라스틱 동화돼. 너는 네가 물속에서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들어왔던 모든 생물들에 대해 설명해. 그들의 뱃속 하나같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 “플라스틱이란 생의 증거구나 건축이구나” 생각했다고 해. 나 또한 내륙에서 보았던 것에 대해 말해. 플라스틱은 비단 안쪽에 쌓이는 것뿐만이 아냐 겉이 될 수도 있다고, 흐르는 모든 것의 방향을 가둘 수 있다고 해. 포장의 신이라고 해. 깔끔하게 포장된 죽음들. 플라스틱죽음들. 플라스틱죽음죽음들에 대해 얘기해. 나와 너는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흘리고, 멈추지 못하고, 벼룩만 한 플라스틱들 반짝이며 발밑에 쌓여가. 나와 너는 이 순간을 숭배해. 나와 너는 플라스틱신도 해. “정말 세계에 그렇게 많은 죽음이 있어?” 말하며 너는 애도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와 너 중 누구도 애도를 몸에 가두지 못해. 플라스틱 아니기 때문이야. 나와 너는 블루해지지. 배후에 펼쳐진 바다의 색조처럼. 바다는 더없이 반짝거리고 있고, 나와 너는 그것이 플라스틱의 광택이라는 것을 알아. 나와 너는 이제 플라스틱으로 세계를 이해해─그런데 무색하게도 여전히 우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쏟아지고 있구나.

    [Gettyimage]

    [Gettyimage]

    송희지
    ‌● 2002년 출생
    ● 2019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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