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환소장은 기업문화의 가장 원초적이고 결정적 형성 요인은 그 그룹 총수의 성격적 특성과 그에 따른 경영스타일이기 때문에, 총수의 성격유형은 그 기업을 판단하는 데 유익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생활에서 자신과 타인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단에서 개인의 성격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조직에서 주어진 일만 아는 것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에 성격적 유사성으로 누군가와 같은 편이 되는가 하면 자기와 다른 성격 유형일 경우 부지불식간에 적대감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생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일 경우, 성격유형을 활용하여 어떤 사람의 실제 성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를 상대하는데 따르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원만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점은 심리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을 마친 뒤 간부사원 B씨는 만족감을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감독자로서 부하사원들을 지도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고 방법을 잘 몰라 곤란을 겪기도 했는데, 이번 교육이 앞으로 부하사원을 지도하고 상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심리유형 분석으로 나 자신이 분석형인 걸 알았다.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때 나의 좋은 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 조직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원 A씨 역시 자신의 기준에 의해 상대방을 판단하는 동안 대인관계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람마다 성격적 특성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게 됐다고 밝힌다.
“업무적으로 부딪히던 사람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의 성향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들과도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자 한다. 또 이것은 가정생활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소장은 대인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적인 성격검사를 통해 자기발견을 해보는 것이 삶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기를 표현하는데 익숙지 못한 ‘우호형’의 성격으로 분류된 C씨의 고백.
“30여년을 살아오면서 바쁘고 힘들다는 말만 내뱉었지 나라는 존재가 어떤지 생각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보니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인지하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교육에서 나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으나, 일단 노출을 시키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나 할까. 여하튼 나 자신을 알고, 그리고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척 소중함을 깨달았다.”
성격유형이론에 의해 자신을 파악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지각력이 생겨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반응들이다.
다양한 성격분석 모델들
성격은 한 개인의 마음의 질서이자 자연스러운 존재방식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한 개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 이 때문에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과학적 탐구가 계속돼왔다.
기록으로 본다면 BC 4세기경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제시한 인간의 4가지 체액설이 성격 분류의 첫 시도로 꼽힌다. 히포크라테스는 개인의 체내에 흐르는 4가지 체액 중 어느 체액이 우세한가에 따라 담즙질, 혈액질, 흑담즙질, 점액질로 분류하여 개인의 성격을 설명하려 하였다.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이 제시된 이후 지금까지 심리학계나 의학계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단순화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성격분석 이론을 제시해왔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프로이트의 후계자로 분석심리학을 도입한 칼 융이다. 그는 인간의 행동 유형을 먼저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하고, 정신의 네 가지 기능으로 사고, 감정, 직관, 감각을 제시하면서 이를 결합시켜 모두 8가지 심리유형(외향적 사고형, 내향적 사고형, 외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정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직관형, 외향적 감각형, 내향적 감각형)을 제시했다.
이후 이를 더욱 발전시킨 것이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이론. 이는 1940년대에 미국인 브리그와 그의 딸 마이어가 융의 8가지 지표에 더해 두 가지 다른 지표(판단기능, 인식기능)를 더한 16가지 성격유형 모델이다. 이 이론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학생생활연구소나 일부 기업체의 사원 연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MBTI와 비슷한 용도로 인간의 행동유형을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DiSc 이론도 있다. 이 이론은 사람의 행동 특성을 크게 주도형(D), 사교형(i), 안정형(S), 신중형(c)의 네 가지로 나눈다. 주도형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결단력 있고 단호하게 행동하고, 직접적인 접근 방법을 취한다. 사교형은 사교적이고 외향적이며 공격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이에 비해 안정형인 사람들은 신중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선호한다. 이들은 절제된 행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신중형은 검증된 절차와 정확한 기준에 따라 행동하며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데 정력을 쏟는다.
이 네 가지 척도의 점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행동유형을 다시 15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예컨대 주도형의 경우 개발형, 결과지향형, 직감형, 창조형으로 나누는 식이다.
한편으로 MBTI나 DiSc가 수많은 사람의 성격/행동유형을 일정 수의 유형으로 설명하므로 개인별 특성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아, 더 정교한 성격유형 측정이론이 제시됐다. OPQ (Occupati- onal Personality Indicator)가 그것.
1984년 영국의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OPQ는 20여 개 언어로 번역돼 4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 OPQ를 보급하고 있는 양종철박사(한국 SHL대표)의 설명.
“OPQ는 30개의 척도를 사용하는 최신 검사 도구여서 이전에 개발된 검사도구들보다 더 세밀한 개인 정보를 산출할 수 있고, 유형별 정보가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성격 프로파일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외향적 감정형 혹은 중재자형으로 명명하기보다는 홍길동 고유의 성격 프로파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1000명의 OPQ 검사 결과는 1000개의 행동유형을 제시하는 셈이다.”
이외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성격 유형 모델에는 에니어그램(Enneagram)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과학적 이론에 근거한다기보다는 수천년 동안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 여러 종교적 전통에 의해 합성된 성격 모델을 사용한 것으로 성격 유형을 개혁가, 동역자, 성취자, 개인주의자, 탐구자, 성실자, 열정자, 도전자, 평화주의자 등 아홉 가지로 나눈다. 성격측정 이론에서 영적(靈的)인 개념을 도입하다보니, 그 신뢰도와 타당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심리학자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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