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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틀 세우며 민주화 견인

심층보도 틀 세우며 민주화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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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계몽을 목적으로 태어난 한국의 잡지는 그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불의를 고발하고 민주화에 기여해왔다. 신동아가 그 전형이었다. 신동아가 창간 이후 겪었던 탄압과 필화사건이 그 사정을 잘 말해준다.
“조선민족은 바야흐로 대각성, 대단결, 대활동의 曉頭(효두·이른 새벽)에 섰다. 사업적 대활동의 前軀(전구·행렬의 맨 앞에 선 사람)는 사상적 大釀(온양·마음에 어떤 생각을 은근히 품음, 술을 담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상적 대온양은 민족이 포함한 특색있는 모든 사상가, 경륜가의 의견을 민족대중의 앞에 제시하여 활발하게 비판하고 흡수케 함에 있다.

이러한 속에서 민족대중이 공인하는 가장 유력한 민족적 경륜이 발생되는 것이니 월간 新東亞의 사명이 正히 이곳에 있는 것이다. 新東亞는 조선민족 전도의 대경륜을 제시하는 전람회요 토론장이요 온양소다. 그러므로 新東亞는 어느 일당 일파의 선전기관이 아니다. 하물며 어느 일개인 또는 수개인의 전유기관이 아니다. 명실공히 다같은 조선민주의 公器다….”

1931년 11월에 창간된 ‘신동아’ 창간사 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 창간사에서 당시 송진우 사장은 대체로 두 가지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신동아가 조선민족의 앞날을 위한 대경륜을 제시한다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조선민중의 공기라는 것이다.

신문잡지 시대 열다

창간 당시 신동아는 4·6배판으로 120쪽을 발행했으나 이 체제는 36년 4월까지 유지되다가 5월호부터 국판 350쪽 내외로 증면 발행됐다. 그러다 1936년 9월호로 폐간의 비운을 맞는다. 그 뒤 8·15 광복을 맞이했으나 복간되지 않고 있다가 1964년에야 복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1936년 폐간당한 이후 약 28년간 공백기를 가졌다고는 하나 창간 후 7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잡지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라 하겠다.



1919년 3·1 독립운동 이후 일제는 무단통치 정책에서 선회해 이른바 문화통치를 시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시사신보’ 등의 일간지도 발행됐고 잡지도 여러 종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3·1 독립운동 이후 몇 년 동안 발행됐던 잡지들은 대부분 특정 단체의 기관지가 아니면 친일 어용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 몇 년 동안 문학동인지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종합교양잡지는 부족했다. 신동아가 창간되던 1931년 전후를 보면 천도교 계통의 ‘개벽’이 1926년 8월에 이미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되었고, 흥사단을 배경으로 한 ‘동광’이 1926년 5월에 창간된 후 약 40호를 내 종합지 면모를 갖췄으며, 1929년에 창간된 ‘삼천리’가 비교적 오래 간행된 축에 들 정도였다. 다시 말해 신동아가 창간될 당시 우리나라의 종합교양지는 종류로 보아 매우 보잘것 없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신동아가 창간된 것은 우리나라 잡지언론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또한 신동아 창간은 우리나라 잡지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신동아는 우리의 잡지 역사에서 이른바 ‘신문잡지’ 시대를 연 것이다. 신동아가 창간되자 다른 신문사들도 잡지를 창간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소자본으로 운영되던 개인 발행 잡지나 단체 발행잡지들에 비해 신문사가 발행하기 시작한 ‘신문잡지’들은 풍부한 인력과 취재망, 그리고 광고 수주력을 활용할 수 있었던 까닭에 잡지계의 판도를 신문사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이 시대를 잡지사에서는 ‘제1차 신문잡지 시대’라고 부른다.

한편 ‘제2차 신문잡지 시대’도 1964년 9월 신동아가 복간되면서 시작됐다. 신동아가 복간되고 여러 신문사가 주간지를 발행하면서 두 번째 신문잡지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잡지 역사를 보면 나라마다 발생 배경이 다르지만 특히 서구와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대조적이다. 서구에서는 근대신문의 발생에서 보듯 영리를 목적으로 잡지가 발행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구한말 제국주의 외세의 침탈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우리나라 각 지방에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유지 선각자들이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학회를 조직하고 잡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잡지는 국민을 계몽해 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개명한 독립국가를 만들려는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났으며 따라서 비영리 잡지로 출발했다.

이와 같은 발생 배경은 그 후 상당 기간 한국 잡지의 성격을 규정해왔다. 애국계몽운동의 성격은 일제시대는 물론 적어도 1970년대까지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신동아는 그런 배경을 지니고 탄생했으며, 또한 그러한 구실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한국 잡지의 계몽주의적 전통은 상업주의 대중문화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군사독재정권의 언론자유 말살정책에 따라 흥미 위주의 내용만 다룰 수 있던 정치적 상황 등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단절되고 만다.

사회개혁의 불씨

잡지는 정시성과 항구성, 신속성과 심층성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매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신속성과 심층성이라 할 수 있다. 신속성은 신문매체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같은 인쇄매체인 책에 비하면 상대적인 의미에서 신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심층성은 그 어느 매체보다 월등하다.

바로 이러한 심층성이야말로 잡지가 사회변혁의 매체로 기능하는 조건이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잡지는 사회변혁의 촉매자 기능을 담당해왔다. 예컨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국 잡지들은 미국 사회의 비리와 불의를 고발하는 폭로주의 저널리즘을 추구했다. 사회의 밝은 면을 다루기보다는 어두운 면을 고발하던 그 시대의 잡지에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폭로자(muckraker)’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미국 잡지의 폭로주의 저널리즘은 요즘의 탐사보도에 해당한다. 폭로주의 저널리즘은 일면 선정주의로 흐르기도 했지만, 사회의 비리와 불의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도함으로써 사회개혁에 불씨가 되었던 점은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잡지는 사회개혁의 기능을 담당해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잡지는 태생부터 국민을 계몽하려는 목적을 지님으로써 사회개혁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그런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 잡지는 사회의 비리와 불의를 고발해 왔으며, 특히 한국의 민주화에 공헌했다. 1950∼1960년대의 ‘사상계’가 그러했으며 필화로 폐간된 ‘다리’,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된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뿌리깊은 나무’ 등이 그런 기능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신동아도 예외일 수 없었다. 신동아가 복간 이후 겪어야 했던 탄압과 필화사건이 그러한 사정을 웅변하고 있다. 1968년 신동아 필화사건은 한국언론의 위상에 어떤 변화가 초래됐는지를 명백하게 보여 주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필화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신문편집인협회를 중심으로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전개했으나 좌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되자 신문편집인협회장 최석채씨는 신동아 필화사건과 관련, 언론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옹호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표명한 직후 기자협회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론의 시련은 한마디로 말하면 신문이 편집인의 손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이상으로 경영주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전까지 한국 언론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의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사는 일종의 성(城)이다. 이 성에는 경영주와 편집인, 기자가 공존한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이 성에서 불신이 싹트고 반란이 일어나 성주를 향해 국민이 선전포고를 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성주와 국민의 간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넓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 나는 언론의 자유가 외부로부터 침해받는다는 사실은 2차적인 문제로 다뤄야 할 것으로 본다. 언론이 스스로 단결해 싸우지 못하고 성문을 열어 외적을 불러들인다면 누구에게 구원을 청할 것인가. 언론계는 이 점에 대해서 냉혹한 자기비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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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천 < 한림대 부총장 · 언론정보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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