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호

생존 전략 시급한데…iM·BNK·JB금융의 위기 속 ‘각자도생’

[금융 인사이드] 지역 경기둔화·시중은행 공세·PF 부실화…

  • 손희정 이투데이 기자 sonhj1220@etoday.co.kr

    입력2025-06-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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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기 실적 엇갈린 지방 금융, iM만 ‘나 홀로 성장’

    • 카카오뱅크에 추월…설 자리 좁아지는 지방은행

    • 생존 위해 각기 다른 해법…위기관리·해외·디지털 강조

    • 특별법 필요성 대두…지방은행 지원 논의는 제자리

    • “지역 점포망·인력 활용한 혁신 서비스 개발해야”

    지역 경기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으로 지방 금융지주 3사(BNK·iM·JB)의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Gettyimage

    지역 경기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으로 지방 금융지주 3사(BNK·iM·JB)의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Gettyimage

    지방 금융지주 3사(BNK·iM·JB)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세 곳 가운데 1분기에 성장세를 보인 곳은 iM금융뿐이다. 지역 경기둔화로 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원인 지방은행의 성장 기반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은커녕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밀리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연체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iM만 웃었다…1분기 실적 갈린 지방 금융지주

    지방 금융지주 3사의 1분기 실적은 극명하게 갈렸다. BNK금융과 JB금융은 충당금 적립 문제 등으로 아쉬운 성과를 냈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 PF 리스크를 털어낸 iM금융은 순이익이 급증했다.

    지방 금융지주 3사 가운데 부진이 가장 심한 곳은 BNK금융이다. BNK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6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급감했다. 반얀트리 호텔 화재 여파로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관련 충당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0%(1061억 원) 급증한 영향이다. 지역 경기 악화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권재중 BNK금융그룹 부사장이 “유의 깊게 보는 (부실기업) 리스트가 있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만큼 부진이 깊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같은 기간 J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6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순이익이 모두 10% 가까이 감소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역 경기 부진에 충당금 추가 적립, 명예퇴직금 증가 역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방 금융지주 3사 가운데 실적 반등에 성공한 곳은 iM금융뿐이다. iM금융은 1분기 154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1% 성장했다.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문제로 적자에 빠졌던 iM증권이 5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선 데다가, 주력 계열사인 iM뱅크의 순이익(1251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지방 금융지주 3사의 이자 이익이 나란히 감소한 사실 역시 수익성 악화에 불을 붙였다. iM금융의 1분기 이자 이익은 403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BNK금융은 7355억 원을, JB금융은 5616억 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1.0% 줄어든 규모다. 

    이는 시장금리의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한 여파다. 순이자마진은 금융사가 자산 운용을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순이자마진 역시 압박을 받는다. BNK금융의 1분기 순이자마진은 2.06%로 전년 동기(2.15%)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JB금융의 순이자마진은 3.26%에서 3.11%로, iM금융은 2.14%에서 1.90%로 각각 낮아졌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지방은행이 고전하는 현실도 문제다. BNK금융의 핵심 계열사이자 지방은행 1위인 부산은행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추월당했다. 카카오뱅크는 4401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부산은행을 약 300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지방 금융지주 처지에서는 수익 다각화가 절실하지만, 오히려 부실 위험만 짙어지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 3사 모두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악화한 것이다. BNK금융의 1분기 연체율은 1.12%로 지난해 같은 기간(0.90%)보다 0.22%포인트 상승했다. JB금융은 1.17%에서 1.52%로, iM금융은 1.17%에서 1.71%로 올랐다. 핵심 수익원인 지방은행의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자산건전성까지 위협받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지방금융지주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위기 대응 나선 지방 금융지주 3사

    올해도 이 같은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 경기 부진으로 실적과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년 사이 31.6% 급감한 856억 원을 기록했다. 경남은행이 31.4% 하락한 694억 원을, 광주은행(670억 원)과 전북은행(515억 원)은 각각 8.6%, 8.7% 감소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74억 원이다.

    위부터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각 사

    위부터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각 사

    이에 지방 금융지주는 생존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BNK금융은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에 집중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다. 특히 PF 부실 관리와 고위험 대출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은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지속된 경기침체와 자영업자 대출 부담 증가 등으로 지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에게 선제적이고 철저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동산 PF에 대해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위한 경영 방침도 제시됐다.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정보 보호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위험관리책임자(CRO), 디지털 전문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겸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를 맡을 전문가 3명을 외부에서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빈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B금융은 ‘해외시장 공략’과 ‘비은행 부문 강화’를 생존 전략의 양대 축으로 삼았다. JB금융은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룹 내 글로벌 부문 손익이 지난해 4분기 123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74억 원) 보다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JB금융은 프놈펜상업은행(PPC BANK), JB캐피탈 미얀마, JB증권 베트남, JB프놈펜자산운용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2023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상장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올해 3연임에 성공한 만큼 관련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신규 핵심 사업인 ‘강소금융그룹 시즌2’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외 핀테크·플랫폼 기업과 전략적 제휴 △인터넷전문은행과 공동 대출상품 출시 등 공생 방안 모색 △국내 거주 외국인 금융시장 선도 등을 제시했다.

    iM금융은 ‘디지털 혁신’과 ‘자본효율성 강화’를 경영전략의 두 축으로 내세웠다. 디지털화를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적극 펼치겠다는 것이다. iM금융은 이를 위해 경쟁사 임원을 영입하고 디지털마케팅부를 서울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은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하이브리드 뱅킹 그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며 “그간의 변화 수준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그룹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뱅크는 디지털·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월 16일 iM뱅크의 ‘AI 기반 재무 상담·PB 서비스’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해당 서비스는 생성형 AI와 마이데이터를 결합해 고객의 소득·소비·금융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24시간 맞춤형 자산 설계와 투자전략을 제공한다.

    ‘지방은행육성특별법’ 답보…지원 논의 멈춰

    지방 금융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금융지주가 각자도생 차원에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경제 기반 약화, 인구 감소, 지방 소멸, 경기침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금융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2023년 금융 당국에 ‘지방은행육성특별법’ 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지역 금융의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법제화 또는 우선권 부여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자금 예치 비율 의무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시 지방은행 거래 실적 반영 △예금보험료 이원화 및 인하 △법인세 인하 및 지역주민 예금 비과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특별법은 지자체의 세입금이 지역에서 순환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기업과 주민이 지방은행을 통해 금융 혜택을 누리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은행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고 지방 소멸 위기를 완화하도록 새롭게 틀을 짜자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10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특별법 제정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김소영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방은행이 규모나 범위에 있어서 시중은행보다 열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나,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한 관계형 금융 등 지방은행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차별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기존 시중은행의 ‘금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이나 금융·비금융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 등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올해 법안 통과를 목표로 관련 자료를 보강해 재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이 지역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려면 민간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뒷받침 및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지역 점포망과 지역 전문 인력을 활용해 다양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 당국이 비금융 서비스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하거나 부수 업무로 정식 허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비금융 사업 부문 역시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4월 18일 ‘지역 경제의 위기와 지방은행의 역할’ 포럼에서 “권역별 산업 특색을 고려한 기업 대출 위험가중치 완화, 산업은행 주도 아래 지방은행이 참여하는 펀드 조성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방은행 간 협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역 공공기관이 지방은행 거래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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