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만 13세 하향’… 약일까, 독일까

[집중분석] 소년사법제도 혁신, 재범률 줄일 방안이 먼저다!

  •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suejung@hanmail.net

    입력2026-03-18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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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심리적 취약성이 소년사법 핵심 논제

    • ‘엄벌’보다 ‘재범 감소’ ‘사회복귀’ 더 중요

    • 보호처분 증가는 단속 강화의 결과일 수도

    • 연령 하향은 상징적 처벌에 기댄 대중 친화책

    2020년 3월 25일 오후, 울산여성연대가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난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조자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3월 25일 오후, 울산여성연대가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난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조자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청소년 성범죄는 주로 집단적으로 일어난다. 이 같은 현상은 범죄심리학적으로 또래에 대한 동조 경향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2007)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가출청소년 다섯 명은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자백하면 선처하겠다는 경찰의 회유에 따라 허위 자백한 것으로 보이고, 자백을 입증할 물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위자백을 하는 이들 중엔 유독 미성년자가 많다. 학자들은 이를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이라 하는데, 수사기관 등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권위에 저항하지 못하고 쉽게 순응해 버리는 특징이 청소년에겐 존재한다. 

    비슷한 연유로 청소년은 그루밍에도 취약하다. 과거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 중 유독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많았던 것은 범인들의 온라인 유인과 협박에 대한 심리적 취약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성으로부터 어린 청소년의 성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의제강간 연령은 만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됐다. 청소년기 초기 연령대는 성인의 유혹에 기망당해 성관계에 노출될 위험성이 농후한데, 이는 판단 능력의 미성숙으로 인한 사실상의 강간 피해라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책임능력의 특수성

    형사책임을 논할 때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다. 영미법으로 따지면 합리적 판단 능력과 행위 통제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특징은 생물학적 발달, 인지적 성숙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발달심리학자 피아제는 인간의 인지발달이 사물을 직접 구체적으로 조작해 얻을 수 있는 지식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나, 그보다 더 발달 수준이 높아지면 형식적 추론만을 통해서도 진리를 습득하게 됨을 발견했다. 형식적 추론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는 대략 11~15세로 알려져 있다.



    위험에 대한 지각은 형식적 추론 능력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를 때 차후 엄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미래 결과에 대한 예측과 가설에 대한 설정은 피아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청소년기 중기가 돼서야 완성된다. 앞서 언급한 N번방 사건 피해자 중에 유달리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많았던 것은 자신의 현재 선택이 어떤 범죄 피해로 이어질지를 예측하지 못하는 형식적 추론 능력의 결함과 관련이 있다. 

    최근 법·발달과학 분야에선 인지적 추론 능력과 충동 조절 능력을 따로 다뤄야 한다는 논지도 등장했다. 청소년이 어떤 영역에선 성인과 유사한 판단을 보일지라도 또래의 압력과 보상에 대한 민감성, 나아가 정서적 각성 상황에선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이에 연구자들은 바로 이런 사회심리적 취약성이 소년사법의 핵심 논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호처분 통한 재범 억제 효과 긍정적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청소년 책임능력의 특수성은 여전히 신중한 사법적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나라에선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의 한계를 이유로 형사책임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개정된 적이 없다. 하지만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는 법무부 보고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두 달 후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어 성평등가족부는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정책은 단순히 연령 기준 조정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소년사법 체계의 목적과 형사책임의 전제, 저연령 소년이 처하게 될 교정 환경이 청소년의 특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현행 ‘형법’ 제9조는 만 14세 미만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소년법’ 제4조에 따르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회부돼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 이러한 제도 설계는 소년의 책임능력과 교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보호 중심적 사법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4호(2019)에서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아동의 발달 수준을 반영해 충분히 높게 설정돼야 하며, 형사절차로부터 전환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아동이 일찍부터 형사 사법 체계와 접촉하게 되면 그들의 권리와 궁극적인 사회화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제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법 제재의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엄벌’이 아니라 ‘형사 개입으로 인한 소년들의 재범 감소 및 사회복귀로의 실질적 기여’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형사책임 연령을 하향하는 조치가 실제로 소년범죄를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재범을 감소시킨다면, 나아가 해당 연령대 아동의 발달과 사회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유효한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이런 조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으로 전락한다. 과연 현실은 어떠한지 따져보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형사처벌 연령 낮춰 전과자 양산?

    우선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통계와 소년형사처분 통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범죄 통계는 소년범죄가 모든 연령에서 균등하게 증가하지 않고,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는 구조를 보인다. 특히 소년에 대한 형사처분 통계를 살펴보면 14~15세에 해당하는 형사처분 대상자에 비해 지난 20년 동안 후기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형사처분 건수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러한 결과는 후기 청소년에 대한 소년사법 정책의 기조가 죄질의 심화보다는 교화 갱생의 목표를 의미 있게 달성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실증적 지표의 결과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처럼 엄벌로만 달성되지 않는 소년사법 철학의 선도적 목표가 달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년보호처분을 통한 검정고시 등 교육 기회의 확대, 직업훈련, 상담제도의 강화가 후기 청소년들의 재범 억제 효과를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하기 시작했기에 형사처벌의 절대치가 최근 5년 사이 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논의의 핵심은 ‘형사처벌 연령을 더 낮추어 전과자를 양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성숙 이전 단계의 아동에게 어떻게 조기에 개입해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범죄력을 중단시켜 후기 청소년처럼 선도의 효력을 강화할 것인지가 돼야 한다. 

    다시 소년사법 통계로 돌아가 보자. 또 한 가지 뚜렷한 경향성이 발견되는데, 최근 촉법소년 보호처분 건수는 연령 전반에 균등하게 확산되지 않고 13세에 집중되는 구조를 보인다. 13세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건수는 특히 2020년 이후 현저한 상승세를 보인다. 

    이런 특이성은 13세가 갑자기 범죄를 많이 저지르게 됐다기보다는 이들이 처한 환경 변화에 따른 단속 건수의 증가 때문일 수도 있다. 2020년대 들어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회상해 보자. 무엇보다도 디지털성범죄의 창궐이 관찰된다. 2018년에 슬며시 알려지기 시작한 디지털성범죄는 이후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기 시작했고, 2020년 주범 조주빈의 검거로 그와 공범들의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성착취물 제작 유포, 나아가 소지·시청까지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성범죄는 특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어린 청소년에게 일반화된 범죄 형태가 됐는데, 이후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주로 10~20대가 주도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법이 정비되면서 단속·처벌 건수도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 5년 사이 수십 배가 증가했다. 이렇게 단속함에도 청소년 중 대다수는 아직까지 디지털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중학교에 새롭게 진학한 초기 청소년들은 다양한 정보기술(IT)에 노출됨에도 무엇이 범법 행위인지 정확히 모를 수 있다. 

    형사책임 연령 다시 상향한 덴마크 사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발생한 심각한 몇몇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형사처벌 연령을 13세 모두에게로 넓히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인터넷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성범죄 예방 교육을 더 철저히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덴마크의 정책 경험은 이러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덴마크는 2010년 형사책임 최소 연령을 15세에서 14세로 하향했다. 그럼에도 14세 청소년의 범죄가 감소하지 않았고, 되레 재범률이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기소된 경험이 있는 14세 청소년은 일반 학교에 등록할 가능성이 낮았고, 복귀하더라도 정서적·행동적 장애 범주에 포함될 확률이 높았다. 결국 덴마크는 2012년 형사책임 연령을 다시 15세로 상향했다. 이러한 결과는 공식적인 사법 개입이 이후 갱과의 연계, 또래 비행과 종단적으로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덴마크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청소년 범죄 예방은 단순한 처벌 강도의 강화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지발달적으로 미숙한 시기에 ‘책임’을 형벌을 통해 각인시키려는 접근이 장기적인 사회복귀와 성숙한 시민성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형사처벌 연령 하향은 발달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을 징벌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로 조기 편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확대는 반드시 범죄 억제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되레 낙인효과 등 재범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형사책임 연령 하향에 대해 일관되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화 움직임은 소년범죄 문제에 대한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라기보다 상징적 처벌 강화에 의존한 대중 친화적 대응책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조치가 아니라 이미 확대되고 있는 저연령 형사 개입의 효력과 한계를 점검하고, 보호·치료·교육 중심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소년사법 체계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이수정

    ● 1964년 출생 

    ●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 연세대 대학원 사회심리학 석·박사

    ● 미국 아이오와대 대학원 사회심리학 석사

    ●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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