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중남미 포기 vs 대미 관계 개선, 딜레마 놓인 中

[심층해부⎸美-이란 전쟁]美, 베네수엘라·이란 치고 눈엣가시 中 견제도 성공

  • 주재우 경희대 교수 jwc@khu.ac.kr

    입력2026-03-15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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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 차관, 이란엔 4000억 달러 투자

    • 베네수엘라·이란, 中의 ‘석유 동맥’이자 ‘파트너’ 역할

    • 美 “中 글로벌 제재 회피의 노골적 조력자”라 지적

    • 시진핑 4연임, 경제성장 위해 대미 관계 개선 절실

    세계가 미국의 공습에 놀랐다. 미국은 올해 1월 베네수엘라에 이어 2월에는 이란을 침공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체포돼 미국에 수감 중이고,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사망했다. 미국이 공격한 것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이지만 이 두 나라와 멀리 떨어진 중국도 외교적 타격을 입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를 개진한 후 외교에 공을 들인 나라들로,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런데 미국의 공격으로 이 거점이 한 번에 사라진 셈이다. 

    3월 8일(현지 시간)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이스파한의 군 주둔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AP 뉴시스

    3월 8일(현지 시간)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이스파한의 군 주둔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AP 뉴시스

    중국이 입은 타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중 관계 개선의 가능성 또한 크게 줄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3월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미중 관계의 ‘대년(大年)’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 31일 방중을 비롯해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중국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절실하다. 기술이전 제한, 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 규제,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제약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반도체 시장 개방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관련 내용은 ‘신동아’ 2025년 11월호 “경주 APEC은 미·중 무역전쟁 최종 결투의 장” 기사 참조).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여전히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 노선을 걷는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중국이 오랜 우방이던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1기에 못 이룬 ‘힘을 통한 평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침공한 동기와 목적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했지만, 이를 모두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침공의 이유로 마약 카르텔과 정부 간의 유착을 차단하고,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침공 명분으로는 핵무기가 임계 수준의 위협 단계에 이르렀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도 역시 수주 내에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진짜 의도가 ‘석유 확보’에 있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던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응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이후,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이 반드시 미국을 경유하도록 구조를 바꿔놓았다.

    이번 침공으로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오해했음이 입증됐다. 그가 내건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GA)’ 하고자 하는 기치는 그의 외교 경향이 ‘고립주의’일 것이라고 예단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이라는 배경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그를 ‘거래적 지도자(transactional leader)’로 평가하며 미국 중심의 이기적 외교를 구사하는 것으로 믿었다. 이 때문에 세계는 그를 자유 국제질서 수호에 무심하고 국제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는 고립주의자로 정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오해는 1기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부터 그 나름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일관된 외교를 펼친 면모를 간과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정권, 자유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 미국의 국가이익과 전략 이익의 위협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출간한 ‘2017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미국의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power)’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1기 임기 동안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온순한 양으로 퇴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무역 및 경제제재나 협상 등 ‘평화적 수단’을 최우선적이며 가장 나은 선택으로 여겼다. 2기에 들어서도 그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 등의 시도가 무위로 끝나자 그는 침공을 단행했다.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끝에 두 나라의 지도자를 축출하거나 제거했다. 중국에 ‘세계의 리더’가 건재함을 알리는 효과도 본 셈이다.

    중남미·중동서 中 영향력 허용하지 않는 미국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침공하는 명분에 ‘중국’을 표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라는 노림수가 포석에 깔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월 2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의 상황실에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이란 공습,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월 2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의 상황실에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이란 공습,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AP 뉴시스

    특히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장기 독재정권 유지에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는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손잡은 나라다. 1월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는 2016~2023년까지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차관은 6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2023년에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전천후 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 중국 외교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이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중국 파트너십 외교에서 최고봉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거점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눈엣가시로 본 지 오래다. 이는 미국 ‘2025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도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우리(미국)는 서반구 이외 지역의 경쟁 세력이 우리 반구에 군대나 기타 위협적 능력을 배치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소유 또는 통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를 보였다. 여기서 경쟁 세력은 중국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선언을 ‘먼로 독트린’의 부활로 보는 이유다.

    미국은 이란이 ‘저항의 축’의 핵심 국가 위치를 유지하는 데는 중국의 직간접적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저항의 축은 이란이 주도하는 중동 지역의 군사동맹이다. 이들의 목적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격하고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이 저항의 축 핵심 멤버다. 이란은 이들의 활동을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지원한다. 이란은 지난해 9월 시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재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은 끊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이 저항의 축을 지원하는 자금줄이 중국에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이란은 2020년에 ‘향후 25년 동안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은 이란에 2021년부터 에너지, 금융, 통신, 인프라 등의 분야에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했다. 두 나라는 점차 가까워졌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중국이 구매한 이란의 원유 누적 금액은 14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이란 침공 일주일 전까지도 이란은 중국의 초음속 대함 크루즈미사일 구매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 밖에 중국이 저항의 축 및 관련 세력에 자국의 위성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은 중동과 중남미 지역 최대 불안 요인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평화적으로’ 통제하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국제사회와 함께 채택한 제재 건수가 많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2025년 9월 EU 의회 보고서는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 건수만 해도 1000건 이상으로 집계했다. 미국은 이들을 거의 경제적 고립 상황으로 만들었다. 그 낙수효과는 정치·외교 영역으로도 확산했다. 그런데 이들의 고립 상황에 출구를 제공한 게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OC·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와 BRICS에 이란을 정식 회원국으로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가입시켰다. 

    BRICS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5개국의 머리글자를 따서 부르는 명칭이다. 금융권에서 만든 용어였으나 2006년 5개국 국가의 외무부 장관이 뉴욕에서 만나 회의체에 대한 구상을 의논했고, 2009년에 상설 기구화되며 외교협의체가 됐다. BRICS 5국과 이란 외에도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인도네시아가 참여하고 있다. 

    中 대미 관계 개선 vs 중동·중남미 이익 수호 딜레마

    미국의 또 다른 메시지는 제재 국가와의 거래 단절이다. 지난해 10월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의 제재 및 수출 통제 회피 조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USCC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글로벌 제재 및 수출 통제 회피의 노골적인 조력자”이며,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미국 수출 통제 조치의 힘을 약화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주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자금줄이 돼왔다. 글로벌 시장과 무역 정보 제공사인 케이플러(Kpler)사(社) 통계에 의하면,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생산하는 원유를 각각 50%와 80% 이상씩을 흡수해 왔다. 미국은 이 두 국가를 침공하며 중국의 석유 동맥을 끊는 것과 동시에 중동·중남미에서 중국 영향력을 줄인 셈이다. 

    중국은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전략적 용단을 내려야 한다. 대미 관계 개선이냐, 중동과 중남미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 수호냐. 중국은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빠졌다. 시진핑 주석이 내년에 4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시 주석의 연임 가능성을 높일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 개막식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의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잡았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5% 안팎’ 선이 깨진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목표 설정을 생략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91년 천안문 사태 직후(4.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줄 왼쪽)과 리창 국무원 총리(앞줄 오른쪽)가 3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 치고 있다. 리 총리는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예산안 등 주요 경제정책의 방향을 공개했다. 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줄 왼쪽)과 리창 국무원 총리(앞줄 오른쪽)가 3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 치고 있다. 리 총리는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예산안 등 주요 경제정책의 방향을 공개했다. AP 뉴시스

    이는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인한 대외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격화로 대외 무역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요건 때문에라도 중국은 대미 관계 개선을 최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를 미중 관계의 ‘대년’으로 규정한 중국의 결의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과 관계를 쉽게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 마련된 중국의 교두보를 치운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심기도 거슬러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신중한 전략 용단으로 미중 ‘대년’을 실현할지, 패권 경쟁을 지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 주석의 연임은 물론 추후 국제질서를 좌우할 선택을 앞두고 중국의 외교적 유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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