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섭외 0순위’로 꼽히는 이유
아내와의 섹스가 가장 건강하고 안전
“어떻게 하는 게 좋아?”… 아내와 소통하라
갱년기도 질 관리 잘하면 촉촉하고 탄력
올바른 성 알리는 게 진료의 확장이자 의사 역할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은 “정신과 의사들이 부부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성생활 유무”라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f/af/f8/67bfaff802bcd2738276.jpg)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은 “정신과 의사들이 부부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성생활 유무”라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사실, 방송에 출연할수록 손해예요. 다른 의사들은 병원 홍보 효과를 생각해 방송 출연을 반기겠지만 저는 병원이 서울 강남이 아닌 경기도 소도시에 있어서 그 효과가 크지 않아요. 오히려 방송을 녹화하려면 하루 진료 스케줄을 완전히 비워야 해서 경영상으로는 손해죠. 출연료가 하루 평균 수입의 10분의 1도 안 되니까요.”
잉꼬부부처럼 보여도 부부관계 없으면 이혼각
그럼에도 박 원장이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언제부턴가 방송에 솔로 아니면 개 키우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만 나와요. 부부가 나와도 부부 갈등만 다루죠. 이혼을 부추기는 세상 같아요. 부부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갖고 이야기하면 정답이 뻔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사느니 이혼해야죠. 하지만 ‘당시엔 이혼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게 아니었다’며 후회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부부 갈등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조력자를 찾기도 어렵고요. 이런 분들에게는 결혼 생활의 단맛 쓴맛을 다 본 사람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해요. 그래서 제 결혼 생활 경험과 많은 환자를 상담하며 얻은 지혜를 들려줌으로써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어요.”
박 원장은 베스트셀러 ‘사랑의 기술’을 비롯해 7권의 책과 2권의 번역서를 낸 성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는 팟캐스트 청취율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 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산부인과TV’는 현재 구독자가 40만 명에 달한다.
다른 성 전문 유튜버와 차별화한 점이 뭔가.
“젊고 섹시한 여성이 나처럼 했다면 자극적일 수 있는데, 나이 든 펑퍼짐한 아줌마가 성에 대해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이야기하니까 보는 데 부담이 없지 않나 싶다(웃음). 게다가 어디 가서 물어보기 민망한 주제를 인문학, 진화심리학, 생리학, 해부학 등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최신 시술법, 약, 기계 등 전문적 부분까지 임상 사례를 들어가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질적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니까 많이 찾는 것 같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나.
“성의 A부터 Z까지 다 얘기한다고 보면 된다. 시청자가 궁금증을 올리면 그걸 주제로 만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가정을 지키자’는 주의다. 그래서 성을 잘 배워서 지금 배우자를 고쳐 쓸 수 있도록 행동과 생각을 바꿔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성 때문에 불행을 겪는 부부, 성을 터부시하는 여성, 아내가 안 해주면 욕구를 밖에서 해소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남성들에게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부부 갈등이 모두 성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부부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싸우고 갈등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들이 부부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성생활 유무다. 잉꼬부부처럼 보여도 부부관계가 없으면 이혼하기 쉽지만 아무리 지지고 볶고 살아도 부부관계를 하는 부부는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이혼을 생각하는 40대 초반 여성이 있었다. 남편이 집안일도 전혀 안 하고, 툭하면 짜증을 냈다. 심지어 아이에게도 심하게 화를 내며 더는 같이 못 살겠다고 했다. 부부관계 여부를 물었더니 살림과 육아에 지쳐 못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집안일이라도 도와주면 (성관계를) 해줄 마음이 들 텐데 그러지 않으니 자기도 응할 마음이 들지 않는단다. 그녀에게 ‘남편이 가장 원하는 건 섹스다. 그걸 먼저 들어줘야 남편도 당신이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조언했다. 며칠 후 그녀가 찾아와 내 조언대로 남편 요구를 들어주니 집안일도 알아서 하고 아이와도 잘 놀아준다며 ‘남자 다루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냐?’며 환하게 웃었다. 이 부부처럼 ‘아내가 원하는 것’과 ‘남편이 원하는 섹스’의 우선순위를 두고 갈등하다 결국 이혼까지 하는 부부가 많다.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해주면 자기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반대로 남자들도 아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부부 사이에 성 문제가 그토록 중요한가.
“삶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은 10%가 안 되지만 남성은 90%가 넘는다. 문제는 부부가 서로 성욕이 다르면 많은 쪽에서 반드시 불만이 생긴다는 거다. 상대가 섹스를 거부하면 나를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실은 지금 성관계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상대가 싫다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거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존심 때문에 이야기를 안 하니까 갈등이 커지는 거다.
남편은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하면 그 이유를 묻고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년 여성이 잠자리를 거부하는 이유는 대부분 질건조증 등으로 인한 성교통과 불감증이다. 성교통이 심한 경우 성기를 면도칼로 긋고 거친 사포로 박박 문지르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남성은 그 고통을 모르니 (섹스를) 안 해준다고 삐치는 거다.”
애무나 전희를 충분히 하면 성교통이 사라지지 않나.
“질건조증 등으로 인한 성교통은 부부끼리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를 찾아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혈압에 문제가 있으면 혈압약을 먹는 것처럼 성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전혀 아니다.”
집밥이 최고 건강식인 것처럼…
갱년기를 지난 여성은 누구나 질이 건조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나.
“여성은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한다. 남자들끼리 50대가 넘은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하는데, 몰라서 하는 얘기다. 갱년기가 지난 여성도 질 관리를 잘하면 관리를 안 한 20~30대 여성보다 질이 더 촉촉하고 탄력 있고 성감도 좋다. 질 퀄리티가 섹스 퀄리티고, 그게 그 여성 삶의 퀄리티가 된다. 나이가 들었어도 질 관리를 하면 전에는 소 닭 보듯 하며 살던 남편이 살갑게 굴면서 신혼 때로 돌아가게 된다. 당연히 여성의 자존감도 높아진다.”
질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질 레이저 시술이 대표적인데, 기계마다 효과의 유효기한이 다르다.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1년 넘게 가는 것도 있다. 그에 따라 비용도 다르다. 1년 관리 비용이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든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단언할 순 없지만, 남편이 바람나 다른 여성에게 쓰는 돈을 생각해 보라. 어느 게 더 아까운지는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말해 줘도 아무 노력도 안 하는 여성이 많다. 남편이 외도해도 이혼은 안 한 채 형식적 부부로 산다.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 싶다.
남편이 바람을 피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10년 넘게 섹스리스로 산 여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가 생겼다며 질 레이저 시술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질 관리는 자기가 필요하니 하는 거다. 딴 남자를 만나기 전에 남편을 위해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남성 입장에서도 아내의 질 관리는 중요하다. 집밥이 최고 건강식인 것처럼 아내와의 섹스가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다. 아내를 잘 고쳐 쓰는 게 돈도 덜 들고, 삶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최근 ‘명기 만들기’라는 책을 냈다. 여성 스스로 성감대를 찾아 개발하기, 오르가슴 느끼는 법, 체위 등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실질적 질 관리 사례들이 눈에 띈다.
“갱년기 여성은 물론이고 특히 항암 치료 환자,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은 대부분 질 입구가 좁아지고 탄력이 사라져 삽입 섹스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이런 여성들을 치료해 새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 외국 논문까지 뒤지며 연구하다 질 레이저 시술을 알게 됐다.
자궁경부암 말기였는데 수술이 잘돼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그러자 남편이 삽입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며 찾아왔다. 진찰해 보니 새끼손가락 한 마디도 채 안 들어갈 정도였다. 혹시나 하고 질 레이저 시술을 했는데 삽입 섹스가 가능해졌고, 그날 밤 부부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하더라. 이런 치료 사례를 학회에서 계속 발표했다. 질 레이저 시술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공개적으로 치료 사례를 발표한 의사는 내가 처음이다. 처음엔 의사가 품위 없이 그런 걸 연구하냐는 말도 들었다. 갱년기 지난 여성이 뭔 섹스냐며 핀잔하는 의사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질 레이저 시술을 활용하는 의사가 늘어 보람을 느낀다.”
책 제목이 선정적인데.
“‘명기’가 여자를 악기에 비유한 남성 중심의 속어이긴 한데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모든 남성의 로망이 대물이듯이 적어도 내가 상담한 여성은 모두 명기가 되고 싶어 한다. 여성 중심으로 봐도 여성이 즐겁고 행복한 성생활을 하려면 여성 자신의 성적 능력이 좋아야 한다. 자신이 잘 느끼는 법을 알아야 하고, 잘 느끼는 몸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테크닉을 잘 알아야 하고, 남성의 심리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질 건강이 좋아야 한다. 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 쾌감을 느낄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어떻게 하면 모든 여성이 원하는 명기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쁜이 수술 같은 기존의 수술법은 질을 좁히고 넓힐 뿐 탄력과 촉촉함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질 레이저 시술로 수많은 여성을 치료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 자신이 없었으면 이 제목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은 “우리나라는 다 선진국 수준인데 정치와 성에 대한 인식만 후진국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윤 객원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f/b0/57/67bfb05717c3d2738276.jpg)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은 “우리나라는 다 선진국 수준인데 정치와 성에 대한 인식만 후진국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윤 객원기자]
아내가 잘 느끼게 할 방법 찾아라
중년 남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여생을 아내와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와 관계를 좋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때 중요한 건 아내의 시선에서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이 대화고 소통이다. 부부관계를 할 때도 침묵하지 말고 ‘내가 이렇게 만지면 좋아?’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게 좋아?’ 하고 질문하라. 물어보지 않으면 상대방의 느낌을 알 수 없다.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앞으로 계획은 뭔가.
“우리나라는 다 선진국 수준인데 정치와 성에 대한 인식만 후진국 수준이다. 정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성 인식이 선진국 수준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올바른 성 활용법을 사람에게 알려주는 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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