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힘들기 때문에 더 좋았어요. 마라토너들이 극한의 순간에 희열을 느끼듯, 제 한계를 넘어설 때 짜릿했습니다.”
차씨는 대학 졸업 뒤 대기업에 입사해 25년간 근무한 전형적인 ‘책상물림’. 여행을 시작한 건 2000년, 상무이사를 끝으로 회사를 나온 뒤부터다.
“어릴 때 김찬삼씨의 세계 여행기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겠다, 그리고 책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나이 들어 힘 빠지기 전에 그 꿈을 이루고 싶었죠.”
이후 지난 10년 동안, 그의 자전거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뉴질랜드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한국에 돌아오면 여행기를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강연도 하며 다음 여행 경비를 벌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본 종주 여행을 준비했어요.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자전거로 일본 땅을 여행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펴내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씨는 이번 여행에서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 선생을 만나고 덕혜옹주의 흔적을 좇는 등 남다른 경험을 했다. 그 기록을 담아 최근 ‘재팬로드’(엘빅미디어)라는 에세이집도 펴냈다. 어린 날의 꿈을 이룬 셈이다. ‘재팬로드’의 첫 장에는 ‘아무것도 시도할 용기를 갖지 못한다면 인생은 대체 무엇이겠는가’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 실려 있다. 차씨가 꿈 없는 젊은이, 삶이 이미 황혼에 이르렀다고 여기는 동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저는 이제 환갑이지만, 또다시 아프리카 종단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 번뿐인 인생을 비루하게 보내지 맙시다. 저를 보세요.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