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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킹메이커 역할 하겠다”

“이회창 킹메이커 역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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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총재는 지난해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노동당 2중대’ 발언을 했을 때 영남권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고, 최근엔 이회창 총재가 상도동에 찾아간 것을 성토하다가 언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부총재가 한나라당 안에서 보수세력에 포위돼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지금 시대에 장준하나 김구 선생 같은 분을 우리 역사의 주류라고 봅니까? 비주류라고 봅니까? 그 사람들이 주류예요. 나는 정치를 그냥 국회의원 한 번 더 되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역사를 마땅히 가야 될 길로 이끌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겁니다. 나는 한나라당의 보수적인 의원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당신들이 주류가 아니라, 이부영이가 주류야’ 나는 그렇게 말한다니까.”

인터뷰가 있던 2월14일 오후 여야 소장파 의원 23명(민주당 15명, 한나라당 8명)이 ‘개혁연대’를 발족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등 3대 개혁입법을 공동 추진하고 각종 민생관련 입법 과정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연대기구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사이에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론 파괴’와 ‘크로스보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소장파 연대’에 대한 이부총재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개혁연대’가 ‘제3’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여야가 저렇게 대립하고 끊임없이 정쟁을 하니까 국민들도 뭔가 새로운 세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이 새로운 세력을 만들 수 있는 유리한 국면이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부분에 유보적입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 안에 있는 젊은 의원들은 비교적 당내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합니다. 저는 여당의 개혁적인 사람들도 ‘의원 꿔주기’ 같은 사태에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당 지도부에 엄중히 항의해야죠. 예를 들면 모의원 같은 사람은 지난번 국회법 날치기에 앞장섰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개혁세력으로 나서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이 말이야.”



―국회법 날치기 파동을 주도했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누구라고 내 입으로 얘기는 안하겠어요. 아무튼 나는 그런 문제에 얘기를 분명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개혁세력에 이름을 올리지 말아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는데, 만일 한나라당에서 안기부 자금을 받은 게 확실하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이 문제에 색깔을 분명히 해야 된다고 봐요. 물론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기부 자금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 정보위원을 했잖아요. 안기부 예산에서 1100억 원을 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안기부 자금을 정말 썼다면, 그건 다른 문제가 돼요. 그래서 나는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안기부 자금을 썼으면 그건 용서할 수 없죠.”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지금은 그 정도로 해둡시다. 그때 돈을 받은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 개혁파를 향해 ‘3김정치의 잔당에서 무슨 개혁을 하느냐’고 비판하지만, 민주당에서도 ‘보수 일색인 한나라당에서 무슨 개혁이냐’고 반박합니다. 개혁을 표방하는 ‘제3세력’의 등장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를 늘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는 지금의 여야가 제3세력 운운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는 개혁입법 문제와 관련, 만일 당에서 강요하는 당론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생각해요. 바늘로 얼음 깨는 거 알죠? 바늘로 찌르면 확 갈라진다니까. 꼬챙이로 큰 얼음장을 깨면 그 밑에서 시원한 물이 올라오겠죠.”

‘제3세력’ 출현은 필연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중에는 이부총재가 총대를 메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부총재도 사석에서 개혁파의 움직임이 ‘당장은 아니라도 장차 정계개편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

“여야가 이런 식으로 전망 없는 정치를 끌어갈 경우에는 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될 거예요. 여야가 이렇게 한심하고 미래가 없는 정치를 이끌어갈 경우엔 되지 말라고 해도 제3세력이 나타날 거라니까. 앞으로 두고 보라고.”

소장파 의원들이 당론과 무관하게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개혁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복잡한 흐름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은 “현 시점의 개정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장파 의원들은 “국보법은 여야를 초월해 다룰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시기를 더 늦출 경우 여야의 정쟁에 휘말려 표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보법 문제에 관한 한 이부총재는 누구보다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는 89년 4월 전민련 의장을 맡고 있던 시절 국보법 위반(통신연락 등)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전민련이 북한측과 범민족대회 예비회담 등을 추진했다는 것이 공안합수부의 구속 사유였다. 90년 2월 2심에서 구속취소 판결을 받고 풀려난 이부총재는 그후 오랫동안 법정 공방전을 벌였다. 92년 3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원심파기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95년 11월 환송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시는 건 아니죠?

“나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현 단계에서는 부분 개정을 통해 폐지 내지 전면 개정 쪽으로 국민적 합의를 높여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국가보안법 때문에 누구는 반(反)통일분자고 누구는 좌익세력이고, 이렇게 우리 사회를 양분하지 말고 최대한 여야 합의를 통해 개정하자는 거죠.”

―지금 쟁점은 1조 ‘정부 참칭’, 7조 ‘고무찬양’, 10조 ‘불고지죄’ 등 3개 조항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마 제일 문제가 되는 건 7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부분에서 의견 조정을 하는 게 ‘최저선’이라고 생각해요. 정부 참칭이나 나머지 조항은 별 문제 되겠어요? 지금 김정일 위원장이 오겠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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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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