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탄핵심판, 민사소송보다 형사소송 법령 우선해야
②내란죄 철회에 대한 헌재 권유 논란, 납득되게 설명했어야
③증인·발언 신청에 인색한 태도, 파면 결정에 부적절
④재판관 편향성 논란, 이해 구하고 공정한 집행 약속했어야
⑤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 채택, 헌재법 제40조 위배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 ‘외면’
계엄 선포, 불법의 중대성 판단보다 선포 자체가 불법…‘무게이동’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결정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어찌 보면 한순간의 해프닝이 될 뻔한 비상계엄 사태는 이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사건번호 ‘2024헌나8’)로, 내란죄 논란으로 번져나갔다. 지난해 12월 7일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된 탄핵소추안도 내란 논란이 뜨거워지며 일주일 뒤인 12월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의 일부 이탈 표가 더해진 결과다.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적 혼란은 극도로 심해졌다.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 정지로 인한 국정 공백 상황에서 같은 해 12월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화 이후 최악의 국정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과 혼란은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도 갈등과 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와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따르면 탄핵소추 사유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이며,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 및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중대성’은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일 뿐이다. 10여 개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는 달리 사실상 하나의 탄핵소추 사유가 문제됐을 뿐이기 때문에 탄핵심판 초기에는 1~2개월에 결정이 내려질 거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면서 문제의 복잡성이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수많은 쟁점과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 등으로 인해 탄핵심판은 점차 장기화했다. 또한 초기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과 달리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이후부터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1월 3일 국회소추단의 내란죄 철회 주장을 둘러싼 논란도 여론을 악화했다. 당시 소추단에서는 헌재의 권유에 따라 내란죄를 철회한다고 했으나 헌재는 권유한 바 없다고 부인했고, 이후 헌재의 공정성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 부분이 철회된다면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내란죄를 빼더라도 내란 행위는 남는다는 주장이 맞서며 국론이 분열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이때부터 “내란죄 빠진 탄핵소추는 사기 탄핵”이라며 탄핵 반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내란죄 철회 논란에 대해 헌재는 재판부에서 판단하겠다 했고, 국회는 탄핵소추 재의결을 하지 않았다. 소추 사유 변경에도 재의결을 하지 않은 것은 각하 사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재의결이 없었다면 각하 사유가 아니라 내란 행위 주장의 철회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헌재는 실제 변론 과정에서 내란 행위 해당 여부를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 조태용 국정원장, 곽종근 특전사 사령관, 김현태 707단장 등 여러 증인의 증언 청취를 통해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절차의 불공정성과 편향성 논란 키워
헌재의 탄핵심판절차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절차의 공정성’이다. 첫째, 변론준비기일부터 헌재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닌 헌법재판이라고 강조하면서 형사소송처럼 방어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탄핵심판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보다 우선해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헌재법 제40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선례에 따르는 것으로 정당화하기도 어렵다는 점은 당시 주심 재판관이었던 강일원 전 재판관도 지적한 바 있다.둘째, 변론 절차 초기에 내란죄 철회에 대한 헌재의 권유 논란과 관련해 당시 헌재는 “(내란죄 철회를) 권유한 바 없다”는 말로 간단하게 일축했으나, 편향성 우려를 일파만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예컨대 헌재의 쟁점 정리를 국회소추단이 권유로 오해한 것이라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셋째, 변론 절차 진행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증인 신청이나 발언 신청에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것에 비춰 매우 부적절한 태도로 평가된다.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면 증인이나 발언 신청을 제한해도 문제가 없지만, 파면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면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일부 헌법재판관에 대해 본인의 SNS 편향성 문제, 남편이 국회소추단 변호사의 법무법인에 소속된 문제, 동생이 대통령 퇴진 특위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재판관 기피·회피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8인 체제에서 기피나 회피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헌재가 이런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재판의 공정한 진행을 약속하는 과정 없이 “사법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권위적 답변을 내놓은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섯째, 내란죄에 관한 형사판결과의 충돌을 고려하지 않고,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한 것도 문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 때와는 달리,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서는 피고인의 동의와 내용 인정 없이는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그런데도 헌재는 박 전 대통령 사건 때 확립된 선례에 따른 거라며, 법을 무시하고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한 듯 헌재는 탄핵심판절차에서 “공범”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일반 조서로 다뤄 증거로 채택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탄핵심판절차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헌재법 제40조의 규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재 결정과 형사법원의 판결이 충돌할 위험성을 매우 크게 만든 것이다. 헌재법 제40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되, 탄핵심판절차에서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왜 증거 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들을 탄핵심판절차에 적용하지 않거나, 이렇듯 왜곡해 적용하는지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일반 징계 취소소송과 달리 탄핵심판은 파면 또는 기각밖에는 결정할 수 없는 단심이자 최종심이며, 대통령 등에 대한 파면 결정은 이후 동일한 사유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성질상 재심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탄핵심판의 특성’ 때문에 동일한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일 때는, 직무 정지로 인한 국정 공백 때문에 헌재법 제51조에 따라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상의 엄격한 증거 법칙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인물의 증언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조서에 기재된 진술까지 증거로 채택해 내란 행위를 인정했는데, 법원이 이러한 증거를 배제하고 법정에서 직접 증언을 통해 확인된 증거만을 채택해 내란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헌재는 4월 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했다. 탄핵 인용을 위한 실체적 요건으로는 직무집행에 해당할 것, 위헌·위법한 행위일 것, 그리고 불법의 중대성이 요구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 중 헌법 제77조 제1항의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으며,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하다.
그러나 비상계엄의 요건 중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인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문제가 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비상계엄 선포 당시까지 22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은 검사 1인에 대한 것과 방통위원장에 대한 것 2건에 불과하므로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발로 인해 “행정기능의 수행이 현저하게 곤란한 상태”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형식 재판관이 보충 의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것만으로도 “행정부와 사법부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직위에서 국가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의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이는 국정 혼란과 국가 주요 기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은가.
탄핵 남발, 무분별한 예산에 형평성 잃은 판단
더욱이 비상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에는 감사원장과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이 예정돼 있었고, 탄핵소추 남발을 주도하던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국무위원 ‘줄탄핵’을 통한 국무회의 무력화 주장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이는 헌재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에 대해 필요시 체포할 목적의 위치 확인 지시에 관여한 행위가 “현직 법관들도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해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해 소신 있는 재판 업무 수행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의 중대성 인정을 위한 주요 근거의 하나로 삼은 것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판단이다.국회의 증액 없는 예산 삭감, 특히 정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등 운영예산 삭감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2025년 세출예산안을 감액하는 수정안이 2024년 11월 29일 예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됐으나 아직 본회의에서는 의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했다. 그러나 당시 거대 야당이 주도하던 국회 예산안 심의는 심지어 검·경의 범죄 수사에 필수적 특활비까지 감액하는 강경 일변도였다. 여야 간 극한 대치 정국 속에서 헌재의 주장대로 삭감된 정부 운영 예산을 본회의에서 과연 회복시킬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과 무분별한 예산 삭감 때문에 “행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은 왜 인정되지 않는가.
헌재는 거야 주도로 국회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 명시적으로 경고하지 않았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정형식 재판관이 보충 의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헌재는 엄정한 사법적 제도인 탄핵심판을 “국회의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시키고 해당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과 국가 기능의 저하”를 불러오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 아닌가.
헌재의 변론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불법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다. 12·3비상계엄 선포는 여러 면에서 기존의 계엄과 달랐다.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된 최단 계엄이고, 계엄에 동원된 군·경력 숫자가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헌재 주변에 동원된 경력의 숫자보다 적었다. 계엄 진행 과정에서 인명 살상이 전혀 없었고, 재산 피해도 국회의사당 유리창 파손 정도로 매우 경미하다. 이것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인가. 헌재는 헌재법과 형사소송법 위배, 내란죄 형사재판과의 충돌 문제 등을 우려해 내란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불법의 중대성을 확인하기보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중대한 불법이라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로 인해 윤 전 대통령 측의 방어권 보장에 또 다른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불법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역대 어떤 비상계엄과도 다르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도 변론 과정에서 논의에 부쳐 대통령 측이 불법의 중대성에 대해 반대 논리를 펼 기회를 줬어야 한다.
과거 두 차례 탄핵심판은 헌재 결정이 국민적 갈등과 국정 혼란을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헌재 결정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국론 분열을 더 공고히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진 것은 헌법재판관들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아진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관들의 임명에 정치적 편향성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에서 각각 3인의 재판관을 선임하는 현행법상의 재판관 임명 방식은 외견상 3권분립에 충실한 황금분할인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몫의 3인과 여당 몫의 1~2인, 그리고 사법부 코드 인사를 통해 임명된 대법원장 몫의 3인까지 더해지면 대통령과 코드를 같이하는 재판관이 7~8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탄핵심판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보다 절차나 내용에서 더 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