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거부가 곧 김문수 지지는 아닌 이유
이준석은 사분오열 보수정당 어부지리 노릴 것
민주주의 수호자로 포장한 민주당의 ‘연성’ 국헌 문란
이재명 ‘빛과 혁명’ 불길하다
탄밥, 쉰밥 가리지 않는 유권자가 더 문제다
개헌보다 더 급한 선거법·정당법 개정

조응천 전 의원. 홍태식 객원기자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조응천(63) 전 국회의원(개혁신당)은 현재 상황을 ‘탄밥과 쉰밥의 딜레마’로 표현했다. 그의 탄밥 쉰밥론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정치 에세이집 ‘무엇과 싸울 것인가’를 펴내면서 ‘무한대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에 대해 이렇게 썼다.
“국민이 식당 손님이라고 가정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그 식당의 유이(唯二)한 메뉴인 ‘쉰밥’과 ‘탄밥’ 격이다. 국민은 모든 면에서 ‘오십 보 백 보’인 양당에 신물이 난 지 오래지만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장담컨대 국민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책임을 전가하는 혐오의 정치를 ‘먼저’ 그만두고,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며, 민생에 몰두하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2년이 흐른 지금 그의 장담은 빗나갔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책임을 전가하는 혐오의 정치를 먼저 그만두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는 쪽에 표가 몰리고 있다. 다만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은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한쪽이 내홍을 겪으면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교체 저지, 국힘 당원들의 집단지성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남기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시도했지만 당원 투표에 의해 무산됐다.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인가.“5월 10일 새벽으로 돌아가 보자. 국힘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입당과 후보 등록을 순차적으로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와 4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 소식을 들은 당원들이 ‘이게 단일화냐 인위적인 교체지’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 김문수가 아무리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마케팅’을 했다 해도 ‘이건 아니지’라고 한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후보 교체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묻는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온 것은 두 후보나 지도부도 예상치 못한 일 아닌가.
“일단 단일화 여론조사의 질문부터 이상했다. ’단일화를 한다면 김문수가 좋으냐 한덕수가 좋으냐’라고 묻지 않고 ‘한덕수로 교체하는 것에 찬성하느냐 아니냐’로 물었다. 후보 교체를 기정사실로 한 질문이다. 당내 여론조사 특성상 웬만해서는 응답자가 ‘아니다’를 택하지 않는다. ‘중력의 법칙’ 같은 것인데 조사자가 의도한 대로 응답자는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니다’라고 하려면 대단한 용기 내지는 동기가 필요하다. 당원들 보기에 이번 교체 과정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너무나 결여돼 있기 때문에 ‘아니다’ 쪽으로 집단지성이 발휘됐다고 봐야 한다. 동기야 어쨌든 간에 이번 과정을 보면 당 지도부 결정이니까 무턱대고 찍어주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더 낫다.”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0%가 넘게 나왔기 때문에 지도부는 당원들이 후보 교체를 찬성할 거라 확신한 것 같다.
“단순 표 계산을 해봐도 지도부의 오판임을 알 수 있다. 최종 2인 경선에서 한동훈 측이 얻은 표가 40%가 넘는다. 일단 한동훈은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한덕수로의 후보 교체 역시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를 찍은 50%가 넘는 사람들은 나경원, 홍준표를 지지하다 갈아타거나 단일화를 전제로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처음부터 김문수가 좋아서 찍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당연히 후보 교체를 반대했을 것이다. ‘한덕수가 아니면 안 돼’라거나 ‘무조건 단일화는 해야 돼’라는 그룹 외에는 모두 ‘반대’를 찍으면 지도부가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김문수는 계엄·탄핵·윤석열 3가지 허들 넘어야
직전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본선 경쟁력에서 한덕수 후보가 더 유리한 상황 아니었나.“초기 여론은 분명히 유리했다. 한덕수 전 총리의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 초보라는 것. 노회한 정치인들의 행태가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겐 한 전 총리라면 50년 관료 생활에서 오직 국리민복만 생각했을 거라는 기대치가 있었다. 그런데 총리직 사퇴 후 일주일 사이 보여준 행보는 당권파와 결탁해 꽃가마를 타려 했다는 느낌을 주면서 신선함이 사라졌다. 동시에 김문수와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당권파들이 당내 기반도 없고 정치도 모르는 사람을 후보로 앉혀놓고 당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구심만 커졌다.”
현재 대선 판도는 1강 1중 1약 구도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1위와 격차를 좁힐 수 있나.
“국민의힘 후보 교체가 무산된 것은 한덕수 비토(거부)였지 김문수 지지는 아님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토 그룹을 어떻게 적극 지지로 돌아서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당내 경선에서 김문수의 득표 전략은 가장 오른쪽, ‘라이트윙’ 포지션이었다. 전광훈 등 경기장 밖의 극우 세력까지 끌어들이고 그것만으론 부족하니까 ‘단일화 판타지’에 편승해서 이것저것 다 끌어모아서 결국 1등을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김문수는 줄곧 오른쪽으로만 갔지 한 번도 미드필드로 온 적이 없다. 당원, 지지층, 중도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가야 하는데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가능할지 모르겠다.”
한동훈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 유세차에 오를까.
“한 전 대표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불법 계엄 방관과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을 절연하라. 이것은 한동훈 대표의 전제 조건 이전에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 임하는 필요조건이다. 승리의 충분조건은 지난 3년간 ‘백스텝(뒷걸음질)’을 밟아온 국정을 바로잡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과연 국민의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이 있나. ‘꼿꼿 문수’ ‘정정당당 문수’ 다 좋은데 콘텐츠가 문제다. 모 방송에서 김문수 후보와 압박 면접을 한 적이 있다. ‘잘 하겠다, 도와달라’는 말만 기억난다. 분명한 것은 ‘이재명 포비아’만으론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 권위주의에 빠진 민주당의 국헌 문란
대선 와중에 민주당이 계속 사법부를 압박하는 이유는 뭔가.“민감한 대선 기간에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강행하고 국정조사, 특검법 등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은 이미 정권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인사 특히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당장 사법 쿠데타라고 몰아세워서 효과를 봤지 않나.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고등법원에서 5월 15일 기일을 잡았다가 갑자기 6월 18일로 연기된 것만 봐도 사법부가 민주당의 겁박에 굴복한 것이다. 집행관을 통해 인편으로 소환장을 발송하는 집행관 송달 촉탁까지 하다가 갑자기 대선 이후로 연기해 준다?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 보장? 말은 좋은데 처음 5월 15일로 기일을 잡을 때는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하다가 나중에서야 생각이 났다는 말인가. ‘선조후삼(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후 고등법원 판사 3인 탄핵)’ 한다니까 연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5월 15일은 아무 생각없이 잡은 기일이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14일 국회 법사위 통과)으로 이재명 후보의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아내려 하고, 대통령은 취임 후 임기 내내 재판을 안 받는 법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에 기일을 6월 18로 연기한 것은 사실상 재판을 5년 뒤로 연기한 것과 같다. 사법부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끝까지 버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사법부에 대한 존중이 없어지고, 사법부에 대한 존중이 없어지면 법치는 무너진다. 지금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법관 수를 최다 100명(기존 14명)으로 늘리겠다,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에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사실상 4심제를 만든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튀르키예 에르도안, 베네수엘라 차베스. 헝가리 오르반, 필리핀 두테르테 같은 독재자가 벌인 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가 나자 판사, 검사 수백 명을 쿠데타 동조 세력으로 몰아 투옥하고 해임한 뒤 그 자리를 자신의 지지자들로 채웠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선거권위주의다. 형식은 선거를 통했지만 실상은 권위주의인 체제다.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것은 튀르키에나 베네수엘라, 헝가리, 필리핀 등 선거권위주의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작 국민들이 이런 얘기를 듣고도 별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국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자신들은 불법 계엄을 저지한 호헌의 기둥,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됐다. 그래서 민주주의 수호 세력인 민주당을 흔들면 그게 내란이고 쿠데타다. 대법관 14명 중 10명을 탄핵하면 대법원 기능이 올스톱된다. 헌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 국헌 문란 아니면 뭔가. 폭동이나 강압은 없었으니까 내란이나 국헌 문란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면 ‘연성’ 국헌 문란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국헌 문란 세력이 됐는데도 국민은 무감각하다. 탄밥 쉰밥 가리지 않고 진영 투표를 하니 ‘관객 모독’이 아니라 ‘유권자 모독’ 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그 나라 민도에 걸맞은 정부를 갖게 된다.”
기호 4번 이준석,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의 연대 가능성은 있나.“단일화는 안 할 것이다. 지금 대선 판도는 이준석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대통령 후보 자격 요건 중 나이 제한인 만 40세를 넘겼다. 차기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채워서 5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해도 이준석은 예순 살이 될 때까지 다섯 번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다. 첫 출전에 철수해 버리면 향후 네 번의 선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엔 어떻게든 완주해서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할 거다.”
기호 4번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1번과 2번이 접전이어서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무조건 1 아니면 2를 찍기 때문에 그 아래 칸으로 손이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1, 2위의 격차가 점점 커지면 투표를 포기하거나 이도 저도 싫어서 4번을 찍는 사람이 꽤 나올 것이다. 이 역시 이준석 후보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이 정동영을 최대 표차(531만7708표)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17대 선거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 유지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예상되나.
“만약 국민의힘이 패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쪼개질 수도 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김문수를 밀거나 한덕수로 교체하려던 사람들 모두 제1 명제는 ‘우리 편이 지더라도 한동훈은 절대 안 돼’였다고 본다. 한동훈이 대선후보가 되고 당권을 잡으면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테니까. 그래서 패배의 책임을 제일 먼저 한동훈에게 돌릴 가능성이 크다. ‘선거는 안 도와주고 내부 총질만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라고 탓할 거다. 한동훈이 이를 예견한 듯 자신의 SNS에서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싸움에서는 항상 그래왔듯이 제일 책임이 큰 쪽의 목소리가 제일 큰 법이고, 정작 그들이 책임은 제일 안 지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물론 당의 헤게모니를 내려놓고 폐족 선언하고, 계엄과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룹에 당권을 맡기겠다고 한다면 쪼개지는 일까지는 없을 것이지만 그걸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이다.”
이재명 캠프 ‘빛의 혁명’ 불길하다
6월 3일 선거 이후 새로운 정국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우리나라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지게 된 게 2017년 문재인 정부 때부터다. 2016년 의원 234명이 찬성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됐고, 국민의 75% 이상이 탄핵에 찬성할 만큼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런 합의와 열망을 모아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 대통령은 1987년체제 종식을 통한 정치개혁 대신 ‘촛불혁명’을 앞세워 ‘적폐청산’을 외쳤다. 정부 각 부처에 적폐청산TF 만들고 수백 명을 도륙했다. 3년쯤 했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하니 ‘아직도 남았다. 국민이 원하신다’고 했다. 적폐청산 칼자루를 쥔 사람들은 시원했을지 몰라도 도마 위에 오르내린 세력들은 치를 떨었다. 탄핵연대가 ‘87년 체제’를 마무리하는 정치개혁연대로 나아가야 했는데 완장 차고 죽창 들고 찌르기만 한 거다. 적폐청산을 위해 ‘잘 들던 칼’이 돌연 진영을 옮겨 대통령이 되더니 ‘반국가 세력 척결’을 외치다 끌어내려졌다. 지금 이재명 캠프는 촛불혁명 대신 ‘빛의 혁명’이라고 하더라. 불길하다. 이들에게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6월 4일부터 내란 동조 세력 척결에 들어갈 것이다. 우두머리는 이미 잡혔으니 중요임무 종사자와 부화뇌동한 자들을 색출한다고 난리를 칠 거다.”
차기 정부가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까.
“원래 나는 내각제주의자였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부터 마음이 바뀌었다. ‘개딸’들이 등장하고 당이 점점 사당화, 일극화하는 모습에 대통령중임제, 내각제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더군다나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른다고 하면 무조건 ‘여대야소’다. 자제와 관용이 사라진 국회에서 이거야말로 제동장치 없는 독재로 가는 길이나 다름없다. 중임제니까 집권 3년차부터는 재선 준비에 들어가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 남발하고, 언론 잡고, 권력기관 동원해 정적 죽이기에 나설 것이다. 분권형 개헌? 사실상 내각제인데 여대야소 상황에서 분권할 필요도 없다. ‘대독총리’ 하면 된다. 여소야대 상황의 분권은 더 아찔하다. 허구한 날 내각과 대통령이 싸우다 끝날 거다. 어떤 쪽으로 개헌하든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 답은 무조건 다당제다.”
지역정당·원내정당 안 하나 못 하나
양당 체제를 극복할 방법은 뭔가.“양당 체제를 깨려면 원내 교섭단체가 3~5개 정도는 돼야 하고, 제1당도 과반 의석에 미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다른 당을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니라 ‘함께 일할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단 중대선거구제로 숨통을 틔우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보다 더 좋은 것은 독일식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다. 하나는 정당을 찍고, 하나는 사람을 찍어서 비례 순번까지도 유권자가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비례대표는 소수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당의 권력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전락했다.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입법을 한 게 있나. 방탄에만 앞장선다. 22대 국회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이 권력자 눈치만 보게 됐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및 국회법 조항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지역정당제, 원내정당화 도입을 주장했다.
“‘당원 50%, 일반국민 50%’ 하면 공정한 공천이 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당원들이 특정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여론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역선택을 걱정하지만 모든 정당이 같은 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역선택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한다’는 정당법을 고쳐야 한다.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을 삭제하고 시·도당 기준을 낮춰주면 TK당, 호남당 같은 지역정당이 나올 수 있다. TK나 호남지역처럼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지역 의원은 선출직이 아니라 사실상 임명직에 가깝다. 배지 달고 나면 지역엔 신경 쓰지 않고 중앙 권력만 바라보며 재선을 노린다. 지역정당이 생기면 경쟁할 수밖에 없다. 텃밭을 깨는 효과가 있다. 이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요건을 채우면 전국 정당이 되는 기반이 생기는 것이다. 중앙당 체제를 바꾸는 방법으로 ‘원내정당화’도 고려해야 한다. 정당의 주요 권한을 중앙당이 아닌 국회 내 의원총회에 두고 원내대표가 정당의 실질적 대표가 된다. 우리는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민주국가가 유권자 중심의 원내정당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의 대중정당으로는 ‘개딸’ 같은 지지 세력을 대거 입당시켜 특정인이 당론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개혁신당 소속이지만 사실상 제3지대 정치개혁 운동을 하는 것인가.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라서 민주당을 나왔다. 패권도 싫고 팬덤도 싫다. 이번 대선이 기폭제가 되어 제3지대가 형성되는 정계개편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내가 묻는 말이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왜 민주당에 들어가면 갑자기 ‘아버지’를 외치며 심령대부흥회에 온 것처럼 행동하나. ‘문재인 보유국’을 외치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재명 캠프에서 제일 앞에 서서 ‘이재명 아버지’를 외친다. 국민의힘도 다를 게 없다. 홍준표를 지지하다 김문수로, 한덕수에 줄 대려다 안 되니 다시 김문수로. 지금 정치판엔 온통 ‘꺼삐딴 리(전광용 소설의 주인공으로 기회주의적 처세의 달인)’나 ‘나카무라 스미스(일제강점기 나카무라로 창씨개명을 하고 미군정에서는 스미스로 이름을 바꾸며 기회주의적으로 변신하는 사람)’밖에 없다. 해방 정국에서 신탁통치 ‘찬탁’ ‘반탁’으로 갈라져 싸운 것처럼, ‘찬탄’과 ‘반탄’ 세력만 남았다. 이번 대선은 계엄 옹호 세력과 연성 국헌 문란 세력의 대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