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막말’ 이재명은 국가적 위기 진앙
내가 극우? 극좌 함께하는 민주당이 더 위험
계엄은 부적절…국민께 사과드린다
‘이재명 집권 불가’ 동의하는 모든 세력 결집
‘반(反)이재명 빅텐트’면 대역전 가능성
개헌? 국회의원 권한도 줄여야
GTX를 ‘토목 삽질’ 비판하던 민주당이 자기들 성과라니…
GTX 전국화, 기업형 일자리 창출…‘경기도 성공’ 재연
공직자는 공적 책임 우선…“깨끗한 대통령 되겠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
지금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난해 8월 한 정치권 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그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말을 기자에게 해준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권의 부정부패 의혹과 그에 따른 사법 리스크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만큼 정치권에서 가장 청렴한 사람인 김문수가 관심을 받을 순간이 올 것이다.”
입법·사법이어 행정부 장악하면…‘히틀러 독재정권’
청렴함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그의 예언은 맞았다. 지난해 12월 11일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며 지지율이 급등한 것이다. 이후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해 쟁쟁한 경쟁자를 꺾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올랐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놓고 파열음을 내기도 했지만 그는 당원 투표로 다시 당의 신임을 받으며 대선후보로 우뚝 섰다. 대권을 향한 마지막 결선 무대에 올랐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5월 16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73)에게 대선 승리 복안과 대한민국 개혁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부패와 비리, 거짓말과 막말로 점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작금의 국가적 위기의 진앙(震央)이라고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5월 14일 민주당이 강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법안을 보라.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 만든 법 아닌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특검 및 탄핵하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는 사법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행위다.”
민주당이 사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게 가장 큰 문제인가.
“사법 질서 붕괴는 시작일 뿐이다. 190석에 육박하는 거대 야당은 입법부와 사법부에 이어 정권을 취득해 행정부까지 장악하려 들고 있다. 이대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가는 ‘히틀러 총통식 독재정권’이 들어설 위험도 있다.”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데….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을 장악해 일극 체제를 확립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되자 입법부인 국회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되어 행정 권력까지 쥐게 된다면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일체’의 권력을 쥐게 된다. ‘사실상 독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김 후보가 대통령에 적합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나는 30년 이상 정치를 하며 단 한 번도 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다. 도덕성 측면에서 일단 더 적합한 후보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실용외교를 거론하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방인 미국의 조야(朝野)가 민주당의 집권을 우려할 정도다. 나는 다르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일관성 있는 외교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 한반도의 안보를 위한 외교를 할 수 있는 후보는 나 김문수다.”
1996년 총선 3일 전 박지원에 역전
김 후보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와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크다. 한국갤럽이 5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51%, 김 후보의 지지율은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8%였다(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16.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지지율 격차는 어떻게 메울 생각인가.
“선거는 그야말로 격랑(激浪)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지지율은 변화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 후보는 1996년 제15대 총선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김 후보는 신한국당 후보로 경기 부천시 소사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의 경쟁자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의 후보였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전국에 이름이 난 정치인이었다. 아무도 김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처음에는 지지율 격차가 컸지만 조금씩 따라잡아 선거 3일 전에는 (박 의원 지지율을) 앞질렀다”며 “현재 선거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 집권 불가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인과 세력을 결집시켜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형성한다면 막판 대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두고 경쟁했던 한 전 총리부터 설명하겠다. 한 전 총리는 두 차례의 총리 이력은 물론 탄핵정국으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켜온 ‘최고의 공직자’다. (한 전 총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서 돕겠다”는 통 큰 말씀을 주셨고, 나는 “사부로 모시겠다”고 화답한 적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를 해 한 전 총리를 모실 계획이다.”

4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동아DB
“홍 전 시장은 나와 정치를 30년 이상 함께해 온 ‘동지 중의 동지’다. 김대식 의원에게 ‘미국 하와이에 가서 홍 전 시장을 한번 만나 진정성 있게 대화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한동훈 전 대표도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 마음을 함께해 주고 있을 것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더 크게 (나와 국민의힘을) 도울 것이라 확신한다.”
김 후보의 말대로 김대식 의원(선대위 대외협력본부장), 유상범 의원(단일화추진본부장), 조광한 경기 남양주병 당협위원장(대외협력부본부장), 이성배 대변인으로 구성된 특사단은 5월 18일 미국 하와이로 떠나 다음날인 19일 홍 전 시장을 만났다. 이들은 4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시장은 21일 “(국민의힘 특사단이) 모두 돌아갔다”며 “대선 끝난 후 돌아간다는 입장 변함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특사단을 만나는 날 정오 즈음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파란색 넥타이를 맨 사진으로 바꿨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 색인만큼 이 사진을 두고 홍 전 시장의 민주당 지원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19일 오후 4시경 프로필 사진 넥타이 색깔을 붉은색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전 시장이) 대화 중에 민주당과 손잡을 일은 절대 없다는 말씀을 아주 명확하게 하셨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도 단일화를 추진할 계획인가.
“이준석 후보는 큰 틀에서 나와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단일화에 나서겠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내가 아는 이준석 후보는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해 정치를 해오고 있는 ‘보수의 자산’이다. 그는 정치 경력이 15년 가까이 되는 정치지도자이며,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는 당의 동지다. 이재명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의식도 있다. 충분히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는 2020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이력이 있다. 그가 생각하는 반(反)이재명 빅텐트의 범위에는 자유통일당도 포함될까.
반이재명 빅텐트에는 자유통일당도 함께할 수 있나.
“국민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차이와 다름은 극복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국민을 위한 빅텐트’가 되려면 절대다수가 불편함을 느끼는 언행이 잦은 사람이나 단체는 (텐트에 동참하더라도) 조금 뒤에 있어야 한다.”
자유통일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극우’라는 논란도 따라다닌다.
“자유통일당은 국민의힘과 무관하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진보당, 전 통합진보당 세력, 천안함 폭침 부정 세력 등 소위 ‘극렬 좌파’와 맺은 정치적 동맹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
전 목사를 최근 만난 적 있나?
“최근에는 만난 적 없다. 우리 당원도 아니고, 당과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더 이상 이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
계엄은 부적절…국민께 사과드린다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 계엄에 관한 사과를 거부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아니다. 계엄은 부적절했다. 나는 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 불참했는데,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계엄에 반대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 선포를 막았을 것이다. 부적절한 계엄으로 통상과 외교, 경제, 민생 등 국정 모든 분야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점은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드린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은 합당했다고 보나.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이상 불복할 방법은 없다.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의 파도’를 넘어 이제는 ‘미래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위해 옥살이도 치렀던 사람이다. 나보다 더 개헌에 열려 있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 권한 축소 개헌에도 동의하나.
“대통령 권한 축소만큼이나 국회나 의원의 권한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제왕적 권력을 쥔 국회의 줄탄핵, 줄특검, 예산 폭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개헌 과정에서 이 같은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각하는 개헌의 방향이 있나.
“정당한 감시와 견제, 처벌을 받지 않던 사람과 단체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 대표적 예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다. 이를 폐지하면 ‘방탄 국회’라는 오명도 함께 사라진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허용해야 한다. 이외에도 정치와 사법, 선거관리제도를 전부 일신하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
단일화와 개헌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질의가 마무리되자 이야기는 자연스레 경제와 민생으로 향했다.
산단 유치하면서 부패 연루된 적 없어
이재명 후보는 연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민생은 허상이다. 그가 내놓는 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생 지원금 등 선심성 복지에 집착한다. 당장 돈이 들어올 때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 재원은 전부 세금이다. 포퓰리즘성 복지에 국고가 비면 그걸 채워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민이 원하는 복지는 뭘까.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이자 개혁이다.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혁파하고, 과도한 법인세,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도 대폭 인하하겠다.”
기업 지원이 일자리로 이어질까.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내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 방식으로 판교 테크노밸리,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 파주 LG 디스플레이 단지를 만들었다. 기업의 산업단지가 생기니 자연히 일자리는 늘었다.”
이재명 후보도 성남시장 시절 두산 신사옥 등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제기돼 재판을 받고 있지 않나. 나는 경기도지사를 두 번이나 하고, 수많은 기업의 생산단지를 유치하면서 단 한 번도 부정·비리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다.”
그의 말처럼, 이재명 후보는 2015년 성남시장 재임기에 성남시 정자동 일대 기업들에 인허가를 해주는 대신 성남FC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함께 재판이 진행 되고 있다.
김 후보와 이재명 후보 둘 다 경기도지사 경력이 있어서일까. 하나부터 열 까지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의 민생 공약에도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 16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GTX 확장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DB
“경기도지사 시절 GTX를 처음 구상했을 때도 순탄치 않았다.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착공에 나섰을 때만큼이나 반대의견이 많았다.”
당시 어떤 반대의견이 나왔나.
“‘그 돈이 있으면 무상급식을 하라’는 것부터 ‘구시대적 토목 삽질’이라는 원색적 비난도 많았다. 당시 민주당 측에서 가장 격렬히 반대의견을 내놓았는데, 지금와서는 GTX를 본인들의 성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재밌는 일이다.”
그럼에도 강행했다.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GTX-A는 개통 14개월 만에 이용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GTX를 확장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GTX 같은 교통 인프라가 촘촘히 구축되면 전국 각지로 움직이기가 쉬워진다. 그 자체로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동이 쉬워지니 기업은 굳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지방으로 자연히 일자리가 분배되며 지방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도 완화될 테니 집값 등 민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 경제를 일신했다면, GTX 광역화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일신할 것이다.”
김 후보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공직자의 본분’을 강조했다.
“‘공직자는 사익보다는 공적 책임을 우선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삶의 신조다. 정치인 이전에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이를 지켜왔다. 대통령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신조를 지킬 수 있도록 역대 어떤 정부보다 깨끗한 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