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법안은 ‘민영화 방지법’…공공기관 민영화 제동
‘법정 이자율 초과 시 계약 무효’ 제안…“과잉 입법”
李 발의한 이자제한법 우려한 박용진은 ‘비명횡사’
지역화폐·25만 원 지급 법안 발의…기본소득 시발점
유일한 반대는 與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 경감 법안’
상속세 부담 완화 주장, 핵심인 상속세율 인하는 반대
“친일매국 이승만, 독재자 박정희”→ 후보 첫 일정으로 참배
李 ‘우클릭’ 행보 의구심…“유권자 선점 위한 전술적 유연성”

1월 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한 말이다.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면 총동원하자”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중도·보수 표심 확보에 열심이다.
1호 법안은 ‘민영화 방지법’…공공기관 민영화 제동
4월 28일 대선후보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는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매국 세력의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며 “친일매국 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며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거부한 바 있다.문제는 이 후보의 과거 행보다. 그는 2021년 “‘존경하는 박근혜’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 도입과 관련해선 “‘특정 산업의 특정 분야, 그것도 고소득의 전문가가 동의할 때만 예외로 해주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가 이후 노동계가 반발하자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시간 변형에 따른 초과수당을 다 주면 기존 제도를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며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런 유사한 일이 반복되면서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공약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레토릭(미사여구) 수준’”이라며 “유권자 지형을 선점하기 위한 ‘전술적 유연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신념은 그동안의 행적을 되짚어 보면 알기 마련. ‘신동아’는 그동안 이 후보가 발의한 법안과 의정 활동을 조명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방근로감독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 2개를 대표 발의했는데, 이 후보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지방공무원에게 노동 관련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부족한 근로감독 인력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말하면서 해당 법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선 7기 경기지사를 끝으로 2022년 국회에 입성, 21·22대 국회에서 활동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기간 이 후보는 10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5월 15일 기준 3개 법안이 계류 중이며, 임기 만료로 5개, 대안 반영으로 1개 법안이 폐기됐다(표1 참조).
국회의원 이재명의 ‘1호 법안’은 2022년 6월 28일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으로 불렸다. 이 후보는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최근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공공기관 민영화의 경우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민영화를 추진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다. 당시 민주당이 183석을 차지하고 있던 만큼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법안으로 풀이된다. 민영화는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보수 철학이 담긴 정책 가운데 하나다.

앞선 법안들은 소관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입법 취지는 공감하나 규제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좌클릭’이 지나치다는 평가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여당과 정부 측 인사는 물론 민주당 의원마저 이 후보의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법안에 제동을 건 박용진 당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불법 사금융을 때려잡으려 하다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과 상인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역효과가 났었던 바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결국 그는 22대 총선 경선에서 강성 팬덤과 공천 시스템에 의해 ‘비명횡사’하며 재선을 한 지역구(서울 강북을)를 한민수 의원에게 내줘야 했다.
법사위에서 이노공 당시 법무부 차관은 “최고이자율 위반했더라도 이자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이자 효력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사적 자치의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이자율 2배 초과 시 금전대차 전부를 무효로 하고 원본 반환 청구를 규정하는 것은 과잉 입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재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최고이자율 2배를 초과하는 계약이 체결됐더라도 원본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공평, 그리고 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지역화폐·25만 원 지급 법안 발의
이 후보는 22대 국회에서 자신의 색깔을 한결 선명하게 나타내는 방향으로 입법 활동을 했다. 25만 원 안팎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2024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법’과 지역화폐의 소득공제 확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25만 원’과 ‘지역화폐’는 정치인 이재명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25만 원의 청년배당을 지급했다. 청년배당은 전국적 관심을 받았고, 정치인 이재명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 정책은 향후 이 후보의 정책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기본소득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청년배당은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됐다.
그런데 최근 대선후보가 된 그의 ‘10대 공약’에는 기본소득이 포함되지 않아 화제가 됐다.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에서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대조된다. 다만 이 후보가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연이어 발의해 온 만큼 향후 ‘기본 시리즈’가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한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은 “기본소득은 농어촌주민수당이라든지 직불금 확대 등의 형태로 깔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본부장은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설계자다.
이 후보가 대표 발의한 법안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하천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에는 경기지사 이재명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해당 법안의 입법 취지에 대해 “경기도의 ‘청정계곡 도민환원 정책’의 성과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소하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 법안 역시 입법 목적에 동일한 문구를 담고 있다. 계곡 정비 사업은 계곡과 하천을 사유지처럼 점거한 음식점 등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 치적 사업으로 알렸지만 남양주시와 ‘원조’ 논란이 불거졌다. 2021년 남양주시는 이 대표가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이 프로그램이 예고 방송을 하면서 계곡·하천 정비사업을 이재명 지사 치적으로 소개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경선 토론회에서는 “(누가 먼저 한 게) 뭐가 중요하냐, 거기서 먼저 한 것 맞다”고 인정했다.
유일한 반대 법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 경감 법안’
그렇다면 국회의원 이재명의 본회의 표결 성향은 어떨까. 이 후보는 21·22대 국회에서 각각 778개, 484개 표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이 후보가 찬성한 안건은 776개(21대), 480개(22대)로 찬성률이 99%를 상회한다. 사실상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대부분 찬성한 셈이다. 이 후보는 4개 안건에 기권, 2개 안건은 반대했다(표2 참조).
이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3월 7일 “이상한 ‘초부자 상속세 감세’ 같은 조건 붙이지 말고, 이것(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저희가 동의할 테니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5월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상속세 가업상속특례를 더 늘리는 건 국민이 수용키 어렵다”며 “우리 100대 기업은 미국보다 신규 창업 비율이 적은데, 상속세를 손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정작 상속세 부담 완화의 핵심인 상속세율 인하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해당 법안은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라는 취지로 발의됐다. 벤처기업 창업주가 3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1주마다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수의결권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흔하게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창업을 촉진한다는 이유에서 시장친화 정책으로 분류된다. 해당 법안은 이 후보의 기권에도 최종 가결됐다.
이 후보가 반대한 마지막 안건은 2024년 12월 2일 표결한 ‘2023회계연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이다. 당시 이 후보를 포함한 14명의 의원이 안건에 반대했다. 이날 민주당은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역시 감액하는 방향으로 강행 처리했고, 다음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야당의 예산안 및 예비비 감액을 계엄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한편 이 후보가 여당 주도 법안에만 기권한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22대 국회에서 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에 기권했다. 해당 법안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동아·김용민 의원 등이 발의했다.
이 후보가 공공기관 부채 문제에 대해 항상 개방적 입장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21대 국회 당시 한국전력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릴 수 있도록 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 표결에는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