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활동 자제’ ‘인적쇄신’ 요구, 왜 공개적으로 했을까”

[인터뷰]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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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10-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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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겁나서 못 줬다’는 중진들 선거 결과 안 좋아

    • 여사 관련 나쁜 이슈가 좋은 이슈 다 덮어

    • 韓 ‘활동 자제’ ‘인적쇄신’ 요구, 왜 공개적으로 했을까

    • 대통령 출당시킨 정당이 재집권 성공한 사례 없어

    • “명태균? 악질 사기 전과 있는 ‘듣보잡’ 허풍쟁이”

    • “대구시장 경선 여론조작 명태균 연관성 추적 중”

    • ‘선거법 징역 2년’ 이재명, 실형 선고될 것

    •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수준의 한국정치 고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명태균씨가 여권 중진 두 사람에게 접근해서 ‘여론조사를 조작해 줄 테니 돈을 달라’고 했지만, 중진 두 사람은 ‘겁 나서 못 줬다’고 한다”며 “(명씨가) 다른 쪽을 도왔는지 (중진 두 사람의 선거) 결과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던 서울 서초동 자택에 수없이 방문했고, 매일같이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김 최고위원은 “(명 씨가) 대선 과정에 큰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명 씨 얘기 중 한 두 가지는 내가 확실하게 사실 관계를 안다”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은 내가 전략본부장으로 현장에 있어 잘 알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입당과 관련된 얘기도 내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명씨의) 두 얘기 다 헛소리”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17‧19‧20대 3선 의원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2021년, 2023년, 2024년 세 차례 실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세 번 모두 최고위원에 당선한 ‘정치 베테랑’이다. 그러나 2022년 3·9 대선과 함께 실시된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와 6·1 대구시장 선거, 그리고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 등 세 번의 공직선거에는 당내 공천을 받지 못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명 씨는 “김재원씨, 지난 대구 남구, 대구시장, 대구 수성을 왜 떨어졌는지 알고는 있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나를 세 번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데 명 씨 자신이 역할을 한 것 같은 뉘앙스로 얘기하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범죄자”라며 “선거에 (명 씨가) 불법적으로 개입한 일이 있는지 짚이는 게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장 경선 때 말도 안 되는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삭제하고 선관위에 고발했는데, 여론조사 회사 대표자와 직원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다”며 “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군지 지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반환점을 앞둔 불거진 당정 갈등 해법과 명태균씨 논란에 대한 입장, 그리고 이재명 대표 1심 판결 전망 등 크게 세 분야로 이뤄졌다. 먼저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바이든 날리면’ 논란, 지금까지 이어진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이슈 관리 실패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에게 대통령의 긍정적인 국정 수행 성과보다 부정적 인식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국정 전체에 대한 면모 일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적쇄신도 필요하다고 보나.

    “인적쇄신은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다. 통상 국정 반환점을 돌거나 선거에서 국민이 분노를 표출했을 때 내각을 바꿔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께서는 그런 점에 부정적인 것 같다. 정치권의 통상적 모습이 모두 구태는 아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 그런 선택을 한 것이란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보수세력 대표하는 정통 보수정당

    김 최고위원은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한 나쁜 이슈가 해외순방에서 거둔 외교적 성과 같은 좋은 이슈를 계속 덮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종합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통령을 배출한 우리 당도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 지금 윤 대통령이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 정치세력으로서 우리 당이 존립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대통령이 잘되는 방향으로 우리가 도와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하명을 실천하는 기관처럼 되선 안 된다. 단임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서 역사에 남기는 것이 목표지만, 여당은 계속 집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입장이 서로 다르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인기가 없으니 저쪽은 죽든 말든 우리가 살려면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통령을 출당시킨 정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내 기억에는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104명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여당과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우려는 분명히 있고,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당 국회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한 특검법이 얼마나 위헌적이고 잘못된 법인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관련된 행위 정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무혐의 처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무조건 기소하게 만들어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게 과연 정당한 절차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공동체’ 최순실 기소하며 탄핵 시작했는데…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반추하며 이렇게 부연했다.

    “과거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최순실 씨라는 측근을 수사하고, ‘경제공동체’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탄핵이 시작됐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과 부부관계다. 만약 민주당이 임명한 특검이 김 여사를 수사하게 되면 온갖 명목을 붙여 윤 대통령도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공소장을 작성해 기소하려 들 거다. 그렇게 되면 탄핵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이런 과정이 과연 우리 당을 위한 일인지,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특검법 재의결 때 108명이 104명이 됐다고 앞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던데,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양식 있는 104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한 (재의결 통과 같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이른바 ‘한남동 라인’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예민한 사안이다. 대통령 본인 문제도 아니고 배우자 얘기 아닌가. 더욱이 배우자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할 얘기 했다’고 시원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같은 언급이 보수 분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도 많다. 대통령과 독대할 때 그 자리에서 얘기했으면 상대방(여사)도 훨씬 더 수용하기 좋지 않았을까. 대통령 자존심 상하게 하고 영부인에게 수치심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얘기를 왜 공개적으로 했는지 의아하다.”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와 인적쇄신 요구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보는 건가?

    “매끄럽지 못한 수준을 넘어 굉장히 거칠었다. 더욱이 인적 청산 문제는 더더욱 민감한 문제다. 대외 활동 문제는 영부인께서 결정하면 되지만, 대통령비서실 보좌 인력 문제는 전혀 다르다.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라고 비서실을 구성했는데, 거기에 대고 비선 조직이 있으니 인사 조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 더욱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 중에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좌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는 논리가 되지 않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것 아닌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둘이 만나서 은밀하게 할 얘기를 만천하가 알도록 얘기하고서 독대는 왜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인적쇄신) 요구는 대통령 권위를 엄청나게 실추시킬 수 있다. 대통령이 잘못되면 우리 당도 잘될 리 없다. 현 단계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독대 때문에 윤·한 갈등 더 커져

    독대를 계기로 이른바 윤·한 갈등을 봉합하고 당정 협력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있지 않나.

    “당연히 그런 요구가 있다. 그런데 독대 때문에 갈등이 시작돼서 독대 때문에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정치지도자 두 분의 갈등이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가 분열하는 상황으로 갈까 봐 많은 지지자와 당의 구성원이 걱정하고 있다.”

    윤·한 갈등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래 권력을 잡기 위해 현재 권력을 누르고 차별화하려 한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상호 신뢰 관계 속에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도와주는 경우에만 성공했다. 우리 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경우는 직선제 개헌 이후 전두환-노태우 때와 이명박-박근혜 때다. 전두환-노태우는 일종의 ‘약속 대련’ 같은 경우다. 미래 권력을 위해 현재 권력이 양보한 것이다. 그에 비해 김영삼-이회창 사례는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다. 이회창 총재가 김영삼(YS)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후 YS가 이인제 후보 출마를 종용했다는 증언도 있지 않나. 보수 분열의 시초가 거기서 비롯됐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경우는 두 분 사이가 원만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황우여 대표 증언에 따르면 두 분이 상당한 신뢰를 갖고 협력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에 신뢰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신뢰가 끊어질 정도가 되면 그것은 차별화가 아니라 그냥 남남이 된다. 그런 면에서 한 대표가 영부인 문제는 얘기를 하더라도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는 우리들보다 100만 배쯤 더 가까운 사이 아닌가”라며 “아슬아슬한 수단을 동원해서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한 대표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개 장삼이사의 입장일 뿐 아니라, 21년 동안 정치 현장에서 지켜봐 왔고, 대통령 정무수석까지 지낸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얘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윤·한) 갈등이 지속되면 두 분 사이 문제도 커지겠지만 지켜보는 지지자들도 걱정이 많아져 점점 지지 강도가 낮아지고 결국 등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지지층은 어떻게 보고 있나.

    “좌파 진영 지지자들은 ‘끝까지 한번 싸워봐라’ ‘누가 맞는지 보자’며 지지자까지 선수가 돼서 막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보수 진영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 보수정당 지지자들은 지도자들이 싸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극렬하게 싸우면 ‘같은 식구끼리 왜 저러느냐. 꼴도 보기 싫다’면서 등을 돌려버린다. 공멸한다고 하지 않나. 지도자들이 끝까지 싸우면 그런 상황을 맞게 된다. 할 말을 하더라도 상대 입장을 배려하고 또 지켜보는 제3자 눈까지 감안해서 얘기해야지 옳다고 자기주장만 펼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보수는 근본적으로 과거 경험을 존중하고 경험에서 지혜를 얻어 우리 미래를 결정하려는 분들이다. 과거 경험을 존중하기에 보수성향 분들은 연장자나 권위 있는 전문가, 그리고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대통령의 권위까지도 심정적으로 존중한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내가 옳다고 주장하면, 아무리 그 얘기가 옳더라도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할 얘기를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명 씨가 불법 개입했는지 추적 중”

    김 여사 공천 개입 논란 와중에 등장한 명태균 씨가 여러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김 최고위원에 관한 내용도 있다.

    “명 씨를 ‘악질적인 사기 전과가 있는 허풍쟁이 듣보잡’이라고 했더니 페이스북에 ‘김재원 씨 당신은 그때 공천 떨어진 이유를 알기나 하고 이야기하냐’고 썼더라. 2021년 한 해에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와 대구시장 선거, 수성구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그때 내가 공천에서 떨어졌다. 명 씨 얘기는 ‘그 공천 때 자기가 역할을 했다. 자기가 뒤에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내가 명 씨하고 친하지 않아서 우리 당 공천에도 ‘비명횡사’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명 씨 얘기는 대부분 과장이거나 거짓말이라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명 씨 이야기 중 한두 가지는 내가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사실관계를 안다. 선거 때면 오만 사람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자기 말대로 되면 자기가 당선시켰다고 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명 씨 얘기는 63빌딩 짓는 공사 현장에서 일한 벽돌공이 자기가 벽돌 쌓아서 63빌딩 다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명 씨 주장에 제대로 된 반박이나 해명이 없어 논란이 커진 측면도 있다.

    “기억이 잘 안 나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오만 얘기를 다 하는데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런 선거 브로커를 만난 것 자체는 잘못이다.”

    김 최고위원은 “나를 세 번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데 명 씨 자신이 역할을 한 것 같은 뉘앙스로 얘기하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범죄자”라며 “선거에 (명 씨가) 불법적으로 개입한 일이 있는지 짚이는 게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대구시장 경선 때 말도 안 되는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삭제하고 선관위에 고발했다. 여론조사 회사 대표자와 직원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는데, 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군지 지금 추적하고 있다.”

    명 씨 도발이 검사 출신 김 최고위원의 ‘수사 본능’을 일깨운 모양이다. 김 최고위원의 추적 결과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제를 야당으로 돌렸다.

    11월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두 건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어떻게 예상하나.

    “일각에서는 ‘구형이 강했다’고 주장하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최고 양형의 절반밖에 구형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형이 구형됐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형이 구형된 상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범죄 혐의가 1건일 때는 대법원 양형 기준이 2년이 최고형이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2개 아닌가. 이 대표는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몰랐다고 했고, 백현동 종상향을 국토부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혐의가 두 건이면 형량을 두 배 가중할 수 있다. 즉 징역 4년을 구형할 수 있었는데 절반을 뚝 잘라준 거다. 보통 법원이 검찰 구형량의 절반 정도를 선고한다고 예상하는데, 2년을 구형한 것은 1년형 선고를 예상하고 구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형을 구형한 것도 ‘물렁한 구형’이라고 해석했다.

    “(위증교사의 경우) 범행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치밀하게 핵심 증인을 위증교사하는 경우 구형할 때 가중할 수 있다. 그리고 검사 사칭 혐의로 처벌받은 아주 불량한 동종 전과도 있지 않나. 유일한 증인의 증언을 바꾸도록 교묘하게 얘기한 것은 핵심 증인을 위증교사한 것으로 (구형량을) 가중할 수 있었다.”



    아버지 친구분이 일깨워 준 정치의 기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봉합될 수 있을까. 11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두 건의 1심 판결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한국 정치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 어떤 궤적을 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 3년 내에 ‘당내 선거 100% 당선, 공직 공천 100% 낙천’으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김 최고위원에게 정치적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뜻밖에 2004년 초선 당선자 시절 얘기를 꺼냈다.

    “2004년 39세 때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모를 때였다. 당선자 신분으로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 500분 정도 모인 행사에 초대받아 간 일이 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축사도 하고 ‘짝퉁 가수’가 나와 노래도 세 곡 불렀다. 행사장에 앉아 지루해하는 나를 보고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 친구분이자 군의회 의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이분들에게 국회의원 당선자는 큰 손님이다. 새로 국회의원이 됐으니 얼마나 궁금하겠나. 자네가 먼저 찾아가서 큰절도 하고, 노래도 한 곡 부르면 이분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겠나. 1년 내내 자식도 몇 번 와보지 않는 외로운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국회의원이 된 자네가 할 일이고, 그게 곧 민주주의 아니겠나.’ 그 말씀을 듣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금 한국 정치는 국민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문제를 일으켜 짜증 나게 하고 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수준이다. 이런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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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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