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위기’는 ‘위험한 기회’의 준말이다

[책 속으로 |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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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10-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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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 크루글란스키 지음,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80쪽, 2만 원

    아리 크루글란스키 지음,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80쪽, 2만 원

    코로나19 팬데믹은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삶이 여전히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그런데 불확실성은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어떤 이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더 의욕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위기(危機)에 대처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위험한 고비나 시기’로 받아들여 잠자코 위험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기를 ‘위험한 기회’로 여겨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이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빅터 프랭클과 트래비스 로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이다. 빅터 프랭클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신에게 행동의 결정권이 있음을 인지하고 하루하루의 삶에 집중해 살아남았다.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트래비스 로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래가 기대되던 선수에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환자가 됐다. 그러나 로이는 거기서 무너지지 않고 지난한 재활훈련과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 ‘동기부여 강연자’로 변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삶의 여정에서 크고 작은 불확실성을 끝없이 마주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숙명이다. 비록 불확실성이 계속되더라도 도망치려 하지 말고 유연하게 수용하고 포용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확실성에 뛰어드는 것 말고 없다.

    신자급자족주의
    형용준 지음, 인문공간, 342쪽, 3만 원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그리고 인공지능(AI)이 몰고 올 AI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3대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역시 언제나 그랬듯 인류가 곧 적응하고 번창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 기후 위기는 산업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하는 것으로 극복이 가능하고, ‘일자리 멸종’을 가져올 AI 위기는 창업과 취업이 필요 없는 생활비 제로화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N포 세대가 촉발한 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 위기 역시 스마트 자급자족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고 한다.

    플래닛 아쿠아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408쪽, 2만8000원

    이 책은 인간이 사는 지구는 ‘물’이 생명의 원천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 제방과 둑, 댐과 인공 저수지를 건설해 인간이 지구의 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면서 인간은 동료 생물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홍수와 가뭄, 폭염과 산불이 일상화하면서 지구의 물이 인간 통제를 벗어나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저자는 세계 인구 상당수가 기후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온화한 기후를 찾아 움직이며 인류가 새로운 유목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애니 푸르 지음, 김승욱 옮김, 문학수첩, 264쪽, 1만4000원

    ‘습지’를 영미권에서는 ‘fen(펜)’ ‘bog(보그)’ ‘swamp(스웜프)’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펜’은 풀이 많고 수심이 깊은 지대를 뜻하고, ‘보그’는 강우가 수원이 되는 수심이 얕은 지대를 의미한다. ‘스웜프’는 수심이 많이 얕고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늪지대다. 펜이든 보그든 스웜프든 지구 전역의 습지는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일례로 맹그로브 스웜프는 열대림보다 다섯 배나 성능 좋은 이산화탄소 흡수제 구실을 한다. 기후 위기 극복은 습지 보존에서부터!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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