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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계에도 호남 역차별 있다”

“주먹계에도 호남 역차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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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직폭력과의 전면전’을 선언, 주먹계가 요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주요 폭력조직 수괴급에 대해 수사를 벌인 서울지검 강력부(이준보 부장검사)는 최근 이른바 3대 패밀리를 비롯한 9개 파의 주요 간부 20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지검의 수사는 대검의 ‘수괴급 조직폭력배 특별단속’ 지침과 연계된 것이다. 대검 강력부(류창종 검사장)는 지난해 12월 전국 일선 검찰의 조직폭력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아무개씨(58)를 비롯, 전국 주요 조직의 두목급 폭력배 19명이 구속됐다.

빅뱅의 세 가지 징후

조직폭력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대검 강력부는 국내 조직폭력의 활동양상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류창종 대검 강력부장은 “빅뱅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이를 차단하지 못하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빅뱅의 첫째 징후는 ‘기업형’의 정착이다. 예전엔 주로 유흥업소나 건설업계 주변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이권을 챙기는 갈취형이 많았으나 요즘은 대부분 사업형으로 바뀌고 있다. 합법적 사업가로 변신, 외형적 폭력 대신 지능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형 폭력조직은 마피아의 전 단계로 보인다.



둘째는 지역토착화 양상이다. 각 지역의 대표적 주먹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모은 상당한 재산을 기반으로 지역유지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또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특정후보 지원 또는 사회활동 등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향후 조직폭력배 수사의 최대 걸림돌은 이들을 비호하는 정·관계 세력이다.

셋째 조짐은 국제화다. 국내에서 설 땅이 좁아진 폭력배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외국 폭력조직과 연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남아가 주요 활동무대인데, 최근엔 중남미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교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이권을 챙긴다.

해외 조직과의 연대도 점차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야쿠자와의 유대 관계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홍콩 삼합회나 미국 마피아와 접촉해 국제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류부장이 설명하는 세 가지 위험 징후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폭력조직의 기업화 양상이다. 검찰이 파악하는 폭력배들의 주요 활동무대는 대형 유흥업소, 건설회사, 오락실, 부동산, 사채, 벤처 등이다.

유흥업소는 폭력조직의 전통적인 서식지인데 최근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서울지검 강력부 김희준 검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 유흥업소의 상당수가 폭력조직의 자금줄이다. 특히 유명 호텔의 나이트클럽은 건달들이 완전히 장악했다.

벤처를 두드려라

유흥업소 이권을 챙기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엔 기생형이 많았다. 나이트클럽에 찾아가 보호비 명목으로 일정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분 비율이 20%로 고정돼 있다는 점. 주먹사회에서 그것은 일종의 불문율과 같다. 건설업이든 경매든 오락실이든 주먹들이 지분으로 요구하는 몫은 수익의 20%다. 요즘은 풍토가 바뀌었다. 대부분 독립형으로 유흥업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워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노상균 대검 강력과장은 유흥업소에 폭력배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적은 자본을 들여 큰 수입을 올리기에 가장 적절한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님 접대 목적 또는 과시용으로 유흥업소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락실 진출도 활발하다. 검찰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오락실의 상당수가 폭력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직접 운영할 뿐만 아니라 오락기 제조·판매·심의·허가에까지 관여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대형 오락실은 100대 이상의 기계를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폭력조직은 이런 오락실을 몇 개씩 갖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종로와 명동의 오락실은 영광파가 장악하고 있다.

상가개발, 벤처경영, 주식투자는 새로운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아파 실세로 통하는 김아무개씨. 그는 서울 강북지역에 위치한 대형상가의 고위간부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구속돼 실형을 살았는데 출소한 지 4년 만에 수백억 원대의 재산가가 됐다. 그는 상가분양 과정에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대상에 올라 있다.

상가 개발이 이처럼 돈이 되는 것은 보증금에 따라붙는 이른바 ‘피값’ 때문이다. 상가 하나를 지으면 분양하는 점포 수가 보통 몇백 개에 이른다. 점포 분양에 따르는 보증금은 대략 500만∼3000만 원대. 그런데 점포를 얻으려는 상인들이 많다보니 보증금 외 웃돈이 오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점포 값은 1억 원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의류 관련 단체 고위직을 맡고 있는 S씨도 검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 동아파와 관계가 깊은 B파 출신인 그는 상가분양과 건설업 쪽에서 1000억 원대의 돈을 벌었다. 몇 년 전 발생한 법정증인 살해사건에 관련된 B파는 건물 경매, 주류사업으로 돈을 모았다. 최근엔 영등포 지역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거래에도 건달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강남에 있는 S부동산신탁회사는 얼마 전 개발이 예정된 땅을 대량 구입해 되파는 수법으로 1년 만에 수십억 원대를 벌었다. 평당 2∼3만 원에 사서 10만 원에 되판 것이다. 검찰은 이 회사의 배후에 목포파 두목 K씨가 있다는 첩보에 따라 내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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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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