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전력으로 진심을 전합니다”
정보통신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사장 인기투표를 한다면 누가 1등을 차지할까? 아마 안철수 소장(안철수연구소)일 것이다. 그는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 그중 만만찮은 수의 기자들은 그를 ‘존경’하는- 벤처기업인이다. 또, 한 인터넷 컨설팅업체가 지난해 말 벤처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안 소장은 압도적인 비율로 ‘가장 존경하는 CEO’ 1위에 올랐다. 부침 많은 벤처업계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가 곧 ‘브랜드’인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 인터뷰해 본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지를. 그는 상대 매체가 일간지든 월간지든 방송이든 기업 사보든 한결같이 전심전력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기자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열 번 받아도, 똑같은 대답을 조금도 귀찮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없이 말해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안철수 소장이다. 그의 ‘말하기’ 요체는 이렇듯 ‘진심’과 ‘한결같음’에 있다.
신문기자, 잡지기자, 방송기자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그를 인터뷰했다면 그 결과물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99% 이상 똑같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당연하지 않으냐고,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대, 자신을 다채롭게 포장하고 연출하려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안철수씨의 경우는 고지식할 정도로 그러한 연출이나 포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상대를 가려 말하지 않는다. 가식도 없고 연출도 없다.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그의 말은, 사실 재미는 별로 없다. 네, 네, 하는 또박또박한 대답이나 반듯하게 앉은 자세, 정확한 발음으로 구사하는 표준어와 교과서를 읽는 듯 정연한 말투 등은 ‘모범생’의 표상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총체는, 의외로 더없이 강력하게 듣는 이를 몰입시키고 설득한다. 바로 그 안에 ‘진심’ 또는 ‘진실’이 또렷하게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아직도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해야지요.”
역시 진부한 이야기, 교과서에서 만났을 법한 수사다. 하지만 그것이 안소장의 입을 통해 나오면 조금도 진부하지 않은, 도리어 신선하고 감동적인 울림으로 전달된다. ‘성실’과 ‘정직’이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자신의 말과 일상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김상현 한경닷컴 기자
▶염진섭 (야후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준비된’ 말은 실패가 없다”
염진섭 사장은 벤처업계에서도 ‘말 잘하는’ CEO로 꼽힌다. 달변에다가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이 때문에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물론, 외부 강연에도 단골로 초대되곤 한다. 그리고 그에겐 ‘말 잘하는 CEO’라는 수식어에 또 한 가지 ‘늘 공부하는 CEO’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이것이 그의 ‘말 잘하기’의 성격을 잘 규정한다.
그의 말은 매우 논리적이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신랄하다. 에두르지 않는다. 한 대기업 특강에서 임원들에게 그가 날린 직격탄은 그 회사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e-메일 못쓰는 임원, 비서가 e-메일을 프린트해주는 임원, 고객의 e-메일을 받고 일주일 만에 답장쓰는 임원은 당장 사표를 내십시오, 했더니 장내가 썰렁해지더라구요. 그래도 그게 제 생각인 걸 어떡합니까?” 한 유력 신문사 특강에서도 “인터넷에서는 야후코리아가 ○○일보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신문사 임원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는 말할 때 상대의 상식을 깸으로써, 상대가 불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 중에 그를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미리 잘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가는 곤란해지기 쉽다.
여기에서 ‘곤란해진다’는 것은 그로부터 직접적으로 면박당한다거나 무시당한다는 뜻이 아니다. ‘아, 내가 좀더 조사해 보지 않은 채 섣부르게 질문했구나’ 하고 기자가 스스로를 질책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는 언제라도 서너 개의 근거 자료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그 나름의 분석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준비된 말’이기 때문에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발화(發話)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뛰어난 언술은 상당부분 남독(濫讀)에 가까운 책읽기에서 나오는 것같다. 그는 “10권을 한꺼번에 보는 스타일”이다. 기자가 그를 만났을 때도 그의 책상 위에는 ‘메타캐피털리즘’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같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12월에는 죽도록 술만 마셔서 책 한 권 제대로 못 읽었다”고 엄살을 떠는 염사장이지만 매달 평균 5∼10권은 완독한다는 게 주위의 귀띔이다.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돼도 직원들이 남아 있도록 하는 게 비전이고, 그것을 만드는 게 CEO의 몫입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고, 제대로 된 비전도 나올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항상 ‘준비된’ CEO가 들려주는 명쾌한 CEO론이다.
김상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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