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공(蒼空)을 자유롭게 날고자 하는 꿈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일. 수천년 동안 날지 못했던 인간의 역사에 비하면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땅과 바다에만 안주해야 했던 기나긴 한(恨)을 다 풀려는 듯 지난 100년 동안 비행과학은 비약적인 발달을 거듭해, 12초 동안 36m를 날았던 비행기는 이제 마하의 속도로 수천 킬로를 쉼 없이 날아다니게 되었다. 하늘에도 길을 정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비행기들이 지나간 흔적을 남기며 지구 곳곳을 날아다니고 있고, 인류는 우주공간에까지 발자국을 남겼다.
개교 50주년 맞이한 항공산업의 메카
비행기 하나를 하늘에 띄우자면 얼마나 많은 지식이 결합해야 할까. 우선 기계공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튼튼한 기체(機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속과 관련된 학문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터빈, 프로펠러 등 기계장치에 관련된 학문도 필요할 것이다. 또 안전한 비행을 하자면 유체역학(流體力學)이 필요하겠고, 기상학(氣象學)도 빠질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조종사와 관제탑과의 교신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관련 학문도 끼어들어야 하고, 국제비행이라면 외국인과의 교신이 필요하니 영어 및 비행용어 학습도 필수다. 더욱 범위를 넓혀보면 비행기를 통한 물류유통도 따로 연구해볼 만하고, 항공관련 사고가 일어나면 국제법상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대두된다. 항공사 운영에 대한 경영학도 필요하고, 또 승무원에 대한 서비스 교육도 필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항공은 그야말로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인문·자연과학과 공학기술의 집합체다.
이처럼 ‘종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분야만을 특성화해 놓은 대학이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에 위치한 한국항공대학교.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는 항공대는 반세기 동안 항공분야 인력을 배출하면서 한국의 하늘을 주름잡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내년 12월이면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한 지 100주년이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기념사업회가 구성돼 새로운 항공박물관을 건립하고 에어쇼 등 특별행사를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 역사의 절반을 펼쳐온 항공대 역시 개교 5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했고,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