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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한국의 하버드대 인맥

정보통신·금융·e-비즈니스 주름잡는 첨단전사

  • 최영재 cyj@donga.com

정보통신·금융·e-비즈니스 주름잡는 첨단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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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은 경영 현장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다른 대학처럼 이론을 가지고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대학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밀림에서 처음으로 길을 내는 논문이 있고, 다른 사람이 낸 길을 검증하는 것이 있다. 가설을 만드는 논문과, 만든 가설을 증명하는 논문의 차이다. 하버드의 학풍은 전자다. 미국의 시카고대학이나 MIT 같은 곳은 다른 사람이 만든 가설을 통계학으로 검증하는 경향이 짙다.

이처럼 하버드는 학교에서 토론한 사례를 모두 현장에서 확인한다. 대학은 이것이 가능하게끔 학생과 현장을 연결한다. 사례를 연구해서 나온 모델을 현장에 적용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은 학자가 아니라, 컨설턴트나 최고경영자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대학이 아니라 기업 같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가 많다.

이런 학풍 덕택에 하버드대는 한국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과정을 키웠다. 이 또한 학과 점수보다는 현장 경험과 경력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학풍 때문이다. 하버드의 AMP는 3개월 프로그램인데, 주로 기업의 대표이사급 간부들이 거친다. 이 하버드 AMP 과정을 거친 이들은 한국에서 6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쟁쟁한 인사들이다.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 대표로 있고, 내외경제신문 이정우 사장,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등이 있다(표 참조). 이 하버드 AMP 과정은 3개월 학비가 미화 3만 달러나 되기 때문에 IMF 이후에는 한국인 학생수가 많이 줄었다. 현재 한국의 하버드동창 모임 가운데 가장 활발한 그룹이 이 AMP 그룹이다. 58명 회원 모두가 기업체에서는 대표이사급이고 정관계에서는 장차관급이라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다. 또 연령대도 50∼60대로 비슷하다. 젊은 하버드 동문들과는 나이 차 때문에 어울리기 힘든 이들은 주로 주말에 골프를 치면서 모임을 가진다.

이 하버드 AMP는 국내 대학의 AMP 과정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사실 국내 대학의 AMP 과정은 반 사교장 비슷한 곳이다. 한주일에 두 번 정도, 저녁 시간에 모여 수업을 듣는 것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하버드 AMP 과정은 13주 동안 기숙사에 입소한 뒤 아침부터 오후까지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이곳에 파견되어 오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역들이다. 하버드 AMP는 적어도 과정을 밟는 13주만큼은 현실적으로 기업 경영에 필요한 사례를 토론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비즈니스스쿨을 나온 젊은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배 하버드 동문들과는 조금 다르다. 젊은 세대들은 대기업보다는 자기 사업을 하거나 외국 기업체 한국 지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금융기관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사례도 많다. 이들은 한국 기업을 거의 외면하고 있다. 드물게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장과 직접 협상을 벌여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사 같은 임원으로 채용된다.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벤처, 재벌기업, 증권,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 젊은 하버드 그룹에서 대표적인 사람이 ‘아시아 에볼루션’의 박지환 대표이사(32)다. 그는 부모가 외교관이었던 탓에 초등학교는 한국에서 나오고, 중학교는 일본, 고등학교는 호주에서 졸업했다. 대학 학부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MBA(경영학석사과정) 과정을 거쳤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어다. 일본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그런 탓에 사업 영역을 굳이 국내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 사업 파트너도 외국인이 많다.



연령별로 모이는 소모임

박 대표이사 같은 젊은 하버드 동문들은 소그룹 모임을 자주 갖는다. 나이와 관심사,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이들끼리 자주 만나는 것이다. 박지환 이사는 이런 모임을 주도한다. 그가 주도하는 하버드 동문 모임은 15명 정도가 모이는데 벤처, 재벌그룹, 증권, 컨설팅업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회원이다. 이들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서로의 관심사에 관해 토론을 벌인다. 이 회원들은 대부분 집안도 좋고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젊은이들이다. 물론 비즈니스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훨씬 관심이 많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들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앞서서 알아차리기에 유리한 점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모교의 교수들이다. 하버드대는 교수들이 외국 여행을 하게 되면 그 지역 동창회를 찾아 동문들과 만나는 전통이 있다. 이때 해당 교수를 아는 제자가 다리를 놓아 동문들이 모여 교수와 식사를 하며 그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을 한다.

하버드 한국총동창회 가운데 비즈니스 스쿨 다음으로 활동이 활발한 쪽이 케네디스쿨이다. 케네디스쿨은 98년 현재 회원수가 95명으로 비즈니스스쿨의 60여 명보다 많다. 케네디스쿨(KSG: The John F. Kennedy School of Government, Harvard University)은 1936년에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Harvard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Public Administ- ration)으로 설립되었다. 설립목적은 정치, 행정, 언론, 외교, 교육 같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의 지도자를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분야 현직자나 향후 크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젊은이에게 필요한 지식, 경험, 합리적 분석 능력, 문제 해결력, 협동심을 지도한다는 취지였다. 입학 지망생은 위에 언급한 공공성 분야로 엄격히 제한하며, 졸업생은 대부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케네디 스쿨은 98년 현재 69개국에서 모인 재학생 800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중 외국인이 36%다.

이 케네디스쿨이 최근 한국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곳의 학장 조셉 나이(Joseph S. Nye. Jr)박사 때문이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1997년 말까지 국방부 차관보로 활약했으며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학자이자 행정가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지한파로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의 방한 목적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기부금 모금이었다고 한다.

하버드대는 스쿨마다 독립채산제라서 대학원 학장이 기부금을 걷으러 전세계를 순회하는 경우가 있다. 조셉 나이 학장은 한국에서는 대우 김우중 회장과 친한 사이였다. 김우중 회장은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셉 나이 학장에게 상당액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문 가입 조건은 케네디스쿨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공부한 사람은 준회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케네디스쿨 정기 모임은 매년 6월과 12월 둘째 월요일이다.

케네디 스쿨은 공공분야 종사자만 뽑기 때문에 한국 동문회에서도 사기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케네디스쿨 출신은 대부분 대학교수, 한국은행 같은 은행간부, 정부 각 부처 관료들이다. 정부 산하단체 직원이나 변호사도 약간명 있다. 현재 케네디스쿨 동문회장은 박현두 KDI 국가발전지도자프로그램 소장이다.

하버드대의 학부 과정은 전공이 크게 나뉘어 있지 않다. 대학원부터 전공이 결정되는데 일반 학술적인 분야(사회, 철학, 경제, 심리학 등)를 공부하는 문리과대학원(GSAS)과 비즈니스스쿨(business school), 메디컬 스쿨(medical school), 로 스쿨(law school) 등 프로페셔널 스쿨 3개가 있다. 이 밖에 케네디 스쿨, 신학대학원, 디자인 스쿨 등 전문화된 대학원이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동문 모임이 유지되는 그룹은 앞에서 살펴본 비즈니스 스쿨과 케네디 스쿨이다. 유명한 로스쿨(Law School)이나 학부과정,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모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버드 출신들은 세대별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먼저 1세대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이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다. 당시 하버드대를 다닌 이들은 6·25전쟁 이후 이런 저런 사연으로 미국인을 알게 돼 특별 초청 케이스로 유학한 극소수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고, 제대로 파악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람은 하버드대 학부를 59년에 졸업한 뒤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김여수 박사다. 그 다음이 하버드대 한국인 경영학박사 1호인 백재민 교수다. 그는 현재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있다. 다음은 경영학 박사 2호인 박윤식 박사로 역시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70년대에 하버드대를 다닌 2세대다. 이들은 1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하버드대 한국인 경영학 박사 3호인 서울대 국제지역원장 조동성 교수다. 197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에 지원해서 입학허가를 받아 입학한 경우다. 이때 하버드대를 다닌 사람들은 그야말로 춥고 배고픈 유학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이때만 해도 한국에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외화는 200달러 정도로 묶여 있었다. 그러니 이 시기에 하버드를 다닌 이들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아르바이트와 아내의 뒷바라지로 유학생활을 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이때까지는 극소수 선택받은 사람들만 하버드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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