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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탐험! 인간의 성격

  • 안영배 ojong@donga.com

대탐험! 인간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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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임소장은 주도형·표출형·분석형·우호형의 네 성격유형으로 한국의 재벌총수들을 분석해보았더니 각기 독특한 성격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네 성격유형의 ‘모범 답안지’와도 같으므로 소개해보기로 한다.

정주영

먼저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하 호칭 생략)은 전형적인 표출형(EF형) 성격. ‘닳지 않는 건전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주영은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을 풀어나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침착하게 한 곳에 있기보다는 이곳 저곳에 관심을 쏟으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반복적인 일상생활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닌다. 그의 도전과 패기가 늘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 논리적·분석적으로 따지는 사람을 싫어하고 개방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을 선호한다.

그의 성격 유형은 한 마디로 야간지휘관형. 수시로 바뀌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동시다발적으로 극복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순발력은 당연히 이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 6·25전쟁 당시 미군 공사를 수행했던 대목이나 조선사업, 자동차, 건설사업 등 현대가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정주영의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정주영은 연예인 기질이 있어서 사람을 울고 웃기는 재주가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에 그런 재능을 더 쉽게 드러낸다. 정주영은 개방적이고 사교적이다. 그는 격의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싶어한다. 정주영은 친구가 많다. 그는 무슨 일이든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를 사귀려고 애쓴다. 특히 그는 문인·화가·연기인 등과도 친교를 맺고 있으며, 하다못해 집 근처 골목 어귀의 구멍가게 아주머니나 포장마차 주인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였다. 그의 이런 기질은 소떼 방북이라는 세계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건희

우호형(IF)성격으로는 이건희 삼성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마지막 십자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건희를 보자. 재벌 총수들 중 가장 독특하고 이해하기 힘든 스타일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내향적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조직인이 지켜야 할 출·퇴근을 거부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는 좀처럼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것도 극히 필요한 경우에만 출근한다. 근무시간 또한 따로 없다. 자신이 깨어 있으면 그 시간이 바로 근무시간이다. 그래서 심야에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기도 한다.

이건희는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데 익숙했다. 그렇다보니 친구가 별로 없다. 그 대신 한 곳에 처박혀 뭔가에 빠지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며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하다.

이건희의 인상에서 보통은 무뚝뚝하고 냉랭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잔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건희 같은 성격은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과 사귀기를 좋아하는 형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여러 사람과 만날 때 말수가 적다보니 주위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다소간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낯선 상황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색해하고 긴장을 느끼는 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야 할 상황이라면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나 공간을 선택해서 만나기도 한다.

성격적으로 이 회장은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몰두하는 내향형이라는 점 외에 또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외부세계를 대하거나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오감에 근거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영감이나 상상력을 많이 사용하는 색다른 시각의 소유자, 즉 직관형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등은 신경영을 주창하고 추진하던 당시에 자주 드러내곤 했다.

김우중

다음으로 주도형(ET)으로 분류되는 재벌그룹 총수들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회장이다. 이중 김우중을 살펴보자.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행동지향적 외향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상체질로 보면 태양인의 심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태양인의 이미지는 맹수를 노리고 뛰는 용맹한 ‘산중 포수’와 닮았다. 그의 강인함은 부친의 납북 이후에 닥쳐온 가정의 불행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여러 측면에 걸쳐 증명되고 있다.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는 이러한 ‘사냥본능’을 통해 많은 성과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나 가정생활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이런 성격의 소유자들은 정서가 섬세하게 분화되지 않아서 주변사람들로부터 무뚝뚝하다거나 공격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소지가 많다. 특히 대의명분이 있거나 도전거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는 정서적으로 아주 거칠어지고 흥분을 쉽게 하기 때문에 언어나 행동에 강한 힘이 실려 나간다.

김우중을 생각할 때 가장 특징적으로 떠오르는 게 속도감이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뛰쳐나오고, 식당에서 밥 먹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고, 걸음걸이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그와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 작가 최인호, 동양 철학자이자 한의사인 김용옥, 재야인사 장기표씨 등이 한결같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부분이다.

김우중은 지는 것을 싫어한다. 사교적인 목적에서 한판 두는 바둑에서도 지고나면 기어이 다시 두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NO 1 이 되는 것을 갈망한다. 최고가 되지 못했을 때의 좌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우중 회장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대우는 국내에서 1등을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최고가 된다는 것인가?

대우의 세계경영은 김 회장의 영역 확장주의와 어떤 수단방법이든 1등을 하고자 하는 경쟁욕에 기인했다고 본다. 국내에서 1등을 못한다고 세계 1등이 못된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2류 제품을 가지고 2류 시장을 점령해서라도 초기의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는 믿음이었다. 다시 말하면 김우중식 1등주의가 곧 세계경영이다. 그것이 결국 몰락을 불러왔지만.

최종현

재벌총수 중 마지막으로 분석형(IT)인 인물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회장, 고(故)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이다. 그중 최종현이 대표적으로 분석형의 모범을 보여주는 성격유형이다.

최종현은 사색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항상 무언가를 탐색하고, 지적작업을 통하여 개념화하고, 그런 내용을 토론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일을 할 때 상황과 현상을 분석한 후 미래의 요구를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발전시키기를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개념화만 하는 순수이론취향이라기보다는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보기 원하는 실용적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최종현은 남에게 드러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는 그룹사옥을 남의 눈에 띄게 짓는 것도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을지로 2가 15층 (주)선경빌딩의 7층에 집무실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그룹들의 회장실은 제일 높은 층에 있는 게 보통인데 최종현은 꼭대기 층을 싫어했다. 또한 그는 그룹 회장답게 번듯한 집 한 채가 없다. 워커힐호텔의 별장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 게다가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사진찍기를 싫어했다. 심지어 가족사진도 찍기 싫어할 정도였다. 그는 대중에게 자신의 내면세계나 성격을 알리는데 아주 인색한 편이었다.

더구나 그는 단기적인 성취를 원하지 않았다. 분명한 청사진을 가지고 보통사람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멀리 시점을 잡고 전략을 전개하는 장거리 마라톤 주자와 같은 일면이 있는 집요한 성격이었다. 하나하나의 사업은 커다란 구상의 일부로서 추진하는 것이고 그런 작은 사업단위도 최소 10년은 전에 기획을 하는 은근과 끈기의 성취 지향적 인간이다. 지금도 SK그룹의 구조와 문화, 사업영역 전반에 걸쳐 최종현의 체계적인 사고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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