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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캐스팅보트’ 5인방 손익계산서

독자노선 정몽준·친한나라당 강창희·입각설 김용환·허주와 동행 한승수·親與 행보 강숙자

  • 육성철 sixman@donga.com

‘캐스팅보트’ 5인방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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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대 국회의 전체 의석 수는 273석.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복원으로 공동여당은 135석을 확보했다. 한편 야당인 한나라당의 의석은 공동여당보다 2석 적은 133석이다. 여야 모두 과반수인 137석에 각각 2석과 4석이 모자란다. 이런 정국 구도에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캐스팅보트’ 5인방의 몸값이 치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다급한 쪽은 야당보다 여당이다. 민주당은 각종 안건을 표결에 부칠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다.
지난 1월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어느 식당에서는 정치권의 눈길을 끌 만한 모임이 있었다. 이른바 ‘3자 회동’이 그것이다. 참석자는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 대표, 무소속 강창희(姜昌熙),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3명이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박빙의 여야 세력구도를 깨트릴 가능성도 있는 의미심장한 자리였다.

이날 회동을 제안한 사람은 김용환 대표였다. 김대표는 이미 1월 초부터 강의원과 정의원은 물론, 민국당 의원까지 접촉하며 ‘무소속 연대’의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김대표는 민국당 한승수(韓昇洙) 의원까지 포함, ‘4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의원은 다른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동의 성격에 조금씩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김용환 대표측은 “여야의 틈바구니에서 의미있는 역을 하기 위한 첫걸음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현재의 여야 구도에서 민국당 2석을 포함, 5명의 의원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캐스팅보트로서 소수파의 위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정몽준 의원측도 ‘3인 회동’에 적잖은 희망을 나타냈다. 한 측근의 말.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김용환, 강창희, 정몽준 의원은 나름대로 현재의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다.”

반면 강창희 의원은 이날 회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강의원은 “정치적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냥 식사하는 자리였다. 앞으로 의견이 일치해서 어느 당을 택할 수도 있고 우리끼리 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주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날 회동을 ‘무소속 연대’ 또는 ‘마이너리그 연대’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시각이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합의된 사항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민국당 의원까지 포함해 돌아가면서 월례회동을 주재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동을 주재한 사람이 논의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월15일엔 한승수 의원까지 참여한 ‘4자회동’이 열렸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1차회동 다음날 모 일간지에 보도된 김용환 대표의 말이다. 김대표는 “앞으로 정치적 결사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대표는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와도 만났다. 하지만 김윤환 대표는 회동의 성격에 대해 “우리는 무소속이 아니다. 우리는 당조직이 있고,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무소속 의원들과 정책 협의는 하겠지만,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국당과 ‘3인 회동’을 분명히 구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김윤환 대표는 한승수, 강숙자(姜淑子) 의원에게도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김대표는 “앞으로 민국당 의원들이 당과 상의없이 개인 행동을 한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허주의 노림수

김윤환 대표의 의도대로 만일 민국당 소속인 한승수 강숙자 의원이 당론을 충실히 따른다면, ‘무소속 연대’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동여당은 민국당의 2석만 끌어들여도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15일 오후 12시15분. 여의도 63빌딩 55층 ‘가버너스’에 정몽준 의원이 나타났다. 폭설이 내려 다른 의원들은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4명이 모두 모인 시간은 12시 40분. 이때부터 1시간 남짓 ‘2차 회동’이 열렸다. 정몽준 의원은 울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1시45분쯤 먼저 나왔고, 20여분 뒤 김용환, 강창희, 한승수 의원이 일어섰다.

정의원은 모임의 성격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모두들 총재급 정치인이라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앞으로도 계속 협의할 거냐”는 질문에 “모임은 계속 가질 것이다. 서로 비슷한 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는데, ‘협의’라는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강창회 의원은 “정치적인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으며. 모임에 처음 참석한 한승수 의원도 “Political meeting(정치적 만남)이 아니고, Social meeting(사교적 만남)이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정국을 움직이는 ‘1표의 힘’

16대 국회가 개원했을 때 캐스팅보트는 4명이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설 때마다 이들 4인방의 의원회관 사무실 전화는 불이 났다. 민주당은 정균환(鄭均桓) 전 총무가 직접 부탁하는 형식을 취했고, 한나라당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총동원됐다. 지난해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었을 때는 민주당이 참석을, 한나라당이 불참을 종용한 일도 있었다. 또한 국회법 날치기 파동으로 자택에 감금됐던 김종호 국회 부의장이 사라졌을 때는 여야 모두 4인방을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16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의 중요성이 부각된 첫 사건은 2000년 6월5일 벌어진 국회의장 선출 투표였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만섭(李萬燮) 의원을 밀었고, 한나라당은 서청원(徐淸源) 의원을 내세웠다. 여야 모두 승리를 위해서는 캐스팅보트 4인방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140 대 132. ‘4인방’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었고, 한나라당에서는 1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와 같은 추세는 6월30일 치러진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표결에는 정몽준 의원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의 때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신병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김찬우(金燦于) 의원까지 참석시키며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찬성 139, 반대 130, 기권 2, 무효 1표였다. 이번에도 캐스팅보트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캐스팅보트 4인방이 민주당 또는 자민련과 보조를 맞춘 사례는 더 있다. 2000년 7월31일. 여당이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한 본회의에 한나라당은 불참했다. 의결 정족수인 과반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급히 4인방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들은 표결을 코앞에 두고 본회의장에 들어와 법안을 통과시켰다.

캐스팅보트가 자민련에 힘을 실어준 경우도 있었다. 자민련은 2000년 12월 정부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2세인 현행 교육정년을 63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는데, 당소속 의원 17명(이한동 국무총리 포함)과 민국당 강숙자 한승수 의원, 한국신당 김용환 의원의 동의를 얻어 20명을 채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가에서 유행한 말이 ‘DJP+4’다. 이것은 민국당(2석), 한국신당(1석), 무소속(1석)이 모두 ‘DJP공조’에 협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한나라당측에서 보자면 ‘반한나라 연합전선’이 구축된 것이다.

‘DJP+4’ 구도에 변화 조짐이 생긴 것은 지난해 말이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등록을 위해 민주당 의원 3명이 당적을 옮기자 강창희 의원이 이에 반발해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자민련은 강의원을 제명했고, 민주당은 장재식(張在植) 의원을 추가로 자민련에 입당시켰다. 결국 민주당은 4석을 잃었고, 자민련은 3석을 불린 셈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캐스팅보트가 4석에서 5석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4석과 5석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캐스팅보트가 4석이었을 때 민주당과 자민련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었다. 4명 가운데 1석만 끌어들이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민국당이든 무소속이든 관계없이 1석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가 5석으로 늘어나면서 계산이 다소 복잡해졌다. 공동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캐스팅보트가 2석으로 늘어나면서 민국당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공동여당이 민국당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가 간단히 풀리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나머지 3석 가운데 2석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캐스팅보트 의원들의 회동은 이러한 역학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부풀려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5인으로 늘어난 캐스팅보트의 성격이 처음으로 드러날 수도 있었던 안건은 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에 대한 체포동의안이었다. 하지만 이 안건은 여야의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면서 표결처리가 무산됐다.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내부 반란표의 가능성, 캐스팅보트의 불분명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결을 강행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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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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