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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해결사 朴智元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DJ의 해결사 朴智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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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돌아왔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정책기획수석(59).
  • 그의 복귀를 두고 말이 많다. 그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과시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어떤 논객은 “김대통령이 박지원씨에게 중독(中毒)이라도 된 듯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박수석에 대한 DJ의 애정은 깊다. 과연 박수석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DJ는 왜 박지원의 공백을 못내 아쉬워했던 걸까. 그리고 김대통령의 ‘박지원 중독증’은 과연 임기 말기 국정운영에 어떤 변수가 될까.
DJ의 해결사 朴智元
“또 박지원인가!” “역시 박지원이야” 지난 3·26개각이 발표된 직후 정가에서는 박지원(朴智元) 전문화관광부 장관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튀어나왔다.

‘또 박지원’은 비록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최근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한 한빛은행사건 연루 의혹을 받아온 당사자를 다시 청와대 요직에 기용한 것을 비판하는 시각이다. 반면, ‘역시 박지원’은 숱한 구설수에도 불구, 변함없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박수석의 저력에 감탄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박수석의 정책기획수석 기용은 향후 정국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김중권 대표의 등장과 함께 민주당으로 잠시 쏠렸던 정치권의 눈과 귀가 다시 청와대로 향하기 시작했고 김대통령과 박수석이 엮어낼 집권 말기 정치프로그램에 온통 신경이 쏠리고 있다.

박수석은 이런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선 청와대로 다시 돌아온 직후 달라진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먼저 말을 아끼고 있다. ‘말을 아끼는 게 무슨 화제냐’고 반문하겠지만, 과거 대변인 시절, 누구를 만나도 막힘 없이 대화를 나누던 그가 돌연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할말이 없다”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그것부터가 신기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초 박수석은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식사를 같이했고 며칠 뒤에는 정치부장들과도 식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박수석은 “나를 만나봤자 나올 얘기가 없으니 기자들을 내 방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독대(獨對) 관행 부활

그러거나 말거나 박수석의 방을 찾은 기자들에게 그는 차(茶)도 한잔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차 마실 의사가 없으니 빨리 나가달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수석은 “이 정권 끝날 때까지 ‘로키(low-key)’를 유지하겠다”고도 말했다. 비서실장에 버금가는 실세라는 뜻에서 ‘왕수석’이라고 부르자 “성을 바꾸지 마라. 나는 박(朴)가지 왕(王)씨가 아니다”는 말로 받아쳤다.

그런다고 박수석을 향한 관심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저렇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사람들은 박수석을 향한 수상쩍은 눈초리를 좀처럼 거두려 하지 않는다. 차기대권과 관련,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작 정책기획수석실 관계자는 “박수석이 청와대로 온 뒤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김대통령과 박수석의 그간의 긴밀한 관계로 미루어 새로운 움직임이 청와대 내에 움트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굳어지고 있다. 당장 박수석이 아침 일찍 대통령의 집무실을 찾아가 독대(獨對)하는 관행이 부활했다고 한다.

박수석이 청와대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선보인 이벤트는 김대통령과 3·26개각 때 새로 입각한 장관들 사이의 ‘집무 인터뷰’. 지난 4월2일부터 4일 사이 김대통령은 신임 장관 10명을 차례로 청와대로 불러 1인당 20분 가량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이 박수석이었다고 한다. 박수석은 “과거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보니 몇몇 장관을 제외하고는 장관이 대통령을 개별면담하기가 어려웠다”며 “대통령과 새 장관들이 개인적 교감을 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집무인터뷰제도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구상대로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고, 김대통령도 그런 박수석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일치가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를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정가에서는 지난해 초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김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대북밀사로 중국을 다녀온 사실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신뢰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솔직히 말해 박지원 장관이 대북밀사를 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 문화관광부가 대북업무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말했다.

“대북밀사란 김대통령이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 김정일 위원장 쪽에서도 수긍할 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정도로 김대통령의 뜻을 가감없이 전달하면서도 상대가 믿을 만한 김대통령의 측근 인물은 권노갑(權魯甲) 민주당 상임고문 정도일 겁니다. 그러나 권고문이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무겁지 않습니까? 박수석이 그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김대통령의 믿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수석 스스로도 대북밀사로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한몫 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문광부 장관을 물러난 뒤 좀처럼 기자들과 만나지 않았지만 간혹 자리가 생기면 어김없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의 비화를 공개하곤 했다. 지난해 8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박수석은 국내 언론사 일본특파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남북밀사 시절의 비화를 털어놓았다.

남북정상회담도 사전조율

“북한을 가기 전에 대통령이 임동원 국정원장과 나를 부르더니 문건을 하나 주면서 나에게 읽게 하고 몇 번 수정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카피(복사본)를 임동원 원장과 나에게 한 부씩 주더라구요. 나는 ‘아, 이걸 김정일 위원장에게 주려는구나’ 하고 필링으로, 경험상 받아들였습니다.”

박수석의 회고가 사실이라면 그는 지난해 방북 직전 임동원 국정원장(현 통일원장관)과 함께 김대통령의 방북 일정과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을 조율하는 핵심으로 활약했으며, 김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주려고 가져간 노란 봉투 속의 문건을 사전에 보아서 알고 있는 단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책기획수석으로 복귀한 뒤인 지난 4월9일 박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모처럼 식사를 같이했다. 마침 지난 4월10일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공동 발표 1주년 되는 날이었다. 박수석은 이날을 자축하며 기자들에게 북측 송호경(宋浩景) 아태평화위부위원장과의 베이징 협상 비화를 소개했다. 박수석은 “우여곡절 끝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2000년 4월8일 합의했지만 북측은 정상회담 합의문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명(수표) 문제를 두고 ‘합의문이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표 얘기냐’며 확답을 하지 않아 끝까지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13일 김 대통령의 평양 도착 때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영접한 것에 대해서도 “북측이 ‘공항 도착성명을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김 위원장의 공항 출영과 관계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을 했지만 사전에 확실한 언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모든 일정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6월13일 평양 공항에 내려 김 위원장이 출영나온 것을 보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으나, 한편으로는 공항 출영으로 정상회담을 때우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8월 일본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수석은 이 밖에도 그가 어느 정도 깊숙이 김대통령의 정치행보에 조력하는지도 공개했다.

“김대통령은 야당 총재 때도 그렇고 대통령이 돼서도 마찬가지지만, 영수회담을 할 때는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합니다. 나도 여러 사람 얘기를 들어 메모해서 하고 싶은 말을 노트에 적고 A4용지 2∼3페이지로 서머라이즈(요약)해서 대통령께 ‘하고 싶은 말 여기에 정리돼 있다’고 드립니다. 이회창 총재와 영수회담 준비할 때도 그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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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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