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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 정수일 박사의 이슬람 문명 산책 ①

르네상스 발흥의 열쇠 동과 서의 징검다리

  • 정수일 박사

르네상스 발흥의 열쇠 동과 서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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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손에는 꾸란, 다른 손에는 검’으로 상징되는 이슬람 세계는 우리와 그리 멀지 않다. 고대사부터 교류가 있었던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원유 등 경제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미 우리나라에 이슬람 국가의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 얕다. 본지는 이번호부터 ‘이슬람’문명에 대해 흥미있는 탐험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이슬람, 아직도 우리에게는 알듯말듯하고 혼동스러운 상대다. ‘한 손에는 꾸란, 다른 손에는 검’이라는 것이 마치 징표인 양 회자인구(膾炙人口)하고 전쟁과 테러의 대명사로 지목되지만 성직자 없이도 사원이 제 구실을 다하고 오늘날은 타의 추월을 불허하는 교세의 부흥을 맞고 있는 이슬람. 불상을 파괴하는 탈레반 정권의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예술 파괴행위) 같은 끔찍한 일이 가끔 일어나며 여성에게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줘야 하는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자 없이도 은행이 제대로 굴러가고 마천루(摩天樓) 같은 아스라한 건물이 곳곳에 숲을 이루는 이슬람세계. 그토록 뜯기고 빼앗기고 곡해되었지만 140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꿋꿋이 명맥을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이 시점에서 남들로 하여금 커져가는 위세에 기우(杞憂)마저 느끼게 하는 이슬람문명. 그야말로 이슬람, 이슬람세계, 이슬람문명은 헛갈리는 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표상의 주역들을 제대로 알고 그들과 잘 사귀어야 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의 이어짐이고 시대의 요청이며 우리의 실리인 것이다.

아랍 속담에 ‘서로 알아야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 서로 알아서 친해지는 것은 인간의 상정(常情)에 앞서 본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차피 서로 알아야 가까이 사귈 수 있고, 또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진대 인간에게 삶을 궁극적 목적이라고 하면 사귐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고, 서로에 대한 앎은 그러한 수단을 가능케 하는 전제다.

따라서 선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앎이다. 이러한 도리는 비단 인간사(人間事)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주도하는 사회사(社會事)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상호성은 없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연을 잘 알아야만 자연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류의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집단(문명권)이 공생공영(共生共榮)해온 역사다. 그런데 이러한 공생공영은 서로에 대한 앎과 사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알아야 할 이슬람은 종교로서의 이슬람교보다는 이슬람교에 바탕을 둔 이슬람문명과 그 권역(圈域)인 이슬람문명권, 즉 이슬람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이다.

원래 이슬람이란 말은 이슬람교에 대한 전칭(專稱)이었으나 이 종교를 바탕으로 하여 하나의 문화복합체인 이슬람문명과 그 권역인 이슬람문명권(이슬람세계)이 독자적으로 형성되었다. 이것이 여타 보편종교와 다른 점이다. 불교나 기독교는 나름의 복합문화체로 발전하기는 했으나 범지역적이고 독자적인 문명권을 이루지는 못했다. 기독교의 경우에는 교리나 지역을 달리하여 여러 개의 문명권으로 분립되어 왔다. 따라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그것은 이슬람교와 그에 바탕을 둔 이슬람문명 내지 이슬람세계를 두루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슬림은 복종자란 뜻

‘이슬람’이란 아랍어는 원래 ‘순종’과 ‘평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승화되어 인간으로 하여금 유일신인 ‘알라’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을 통해 몸과 마음의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종교적 의미를 포함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이슬람의 종교적 신조로 굳어졌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사람은 알라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복종자, 즉 ‘무슬림’이라고 한다.

이슬람교와 같은 보편종교는 대체로 종교의 창시자(불교와 기독교)나 종교의 소속 지명이나 인종명(유대교와 힌두교)을 따서 이름을 짓는다. 그러나 이슬람은 이러한 관례를 벗어나 종교의 고유이념인 순종과 평화의 뜻을 그대로 담은 ‘이슬람’으로 명명한다고 경전 ‘꾸란’은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흔히 서양에서 부르는 ‘마호메트(무함마드)교’니 동양에서 쓰는 ‘회교(回敎)’니 하는 이름은 적절치 않으므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문명이 번갈아 출몰했다. 슈펭글러나 토인비 같은 문명론자는 한 문명의 가장 이상적인 존속기간을 1000년으로 잡으면서 이슬람문명을 가장 역동적인 문명으로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슬람문명은 이미 1400여 년이나 존속되어 나름의 값어치를 과시해 왔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대안문명’으로도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미래론자들은 이슬람문명을 21세기에 있으리라고 보는 이른바 ‘문명충돌’의 주범으로 지레 짐작하고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이슬람문명은 이슬람을 바탕으로 한 범세계적인 성장문명(成長文明)이다. 이슬람교의 출현과 더불어 형성되기 시작한 이슬람문명은 이슬람교가 범세계적 종교로 확산됨에 따라 세계의 광활한 지역을 망라한 하나의 문명권, 즉 이슬람문명권을 이루어 인류문명의 발전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 이슬람문명은 여러 민족과 나라들의 다양한 고유문화가 이슬람이라는 하나의 용광로에 녹아 만들어진 다원적인 문명으로서 그 구성요소가 복잡다기하다. 게다가 이 문명의 바탕을 이루는 이슬람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와 왜곡이 겹치다 보니 그 실상을 올바르게 알아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슬람문명의 권역인 이슬람문명권(이슬람세계)이란 이슬람문명을 공동으로 창조하고 향유하는 범지역적 문명공동체로서 주민의 과반수가 무슬림(이슬람 신봉자)인 나라와 지역이 이에 속한다. 이슬람문명권은 대체로 이슬람의 발상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원심(圓心)으로 하여 동서로 활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권내 성원들은 지정학적으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슬람문명권은 이슬람이란 특정 종교를 공통분모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슬람 고유의 종교적·정치적·사회적 및 문화적 양상을 짙게 가지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이 지리적으로 서로 밀접히 연결됨으로써 집중성을 나타내는 것이 여타 문명권과 다른 특징이다.

이슬람문명은 7세기 초반 이슬람교의 출현과 함께 형성되었다. 교조 무함마드(570?~632)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성천(聖遷, 622)한 후 정교합일(政敎合一)의 이슬람공동체(움마)가 건설되고, 그의 사후 정통 칼리파시대(632~661)에 전개된 대정복으로 인해 아라비아반도는 물론, 그 주변국들이 점차 이슬람화 함으로써 이슬람문명권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피정복지에 대한 아랍-무슬림들의 지배권이 확립된 아랍제국시대(우마위야조, 661~750)를 거쳐 아랍인과 비아랍인이 이슬람교와 이슬람문명이라는 공통된 이념에 기초하여 하나의 통일된 이슬람제국(압바스조, 750~1258)을 건설한 시기는 범지역적인 문명공동체로서 이슬람문명권이 형성된 시기다. 13세기 중엽 몽골의 침략을 받아 압바스조가 붕괴된 후 중앙집권적인 통일 이슬람제국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슬람교의 부단한 전파와 더불어 도처에 이슬람국가들이 자립함으로써 이슬람문명권은 그만큼 확대되어 갔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슬람문명권은 명실상부한 범세계적인 문명권의 위상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흔히 이슬람 하면 아랍이나 중동을 연상하는데, 기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이슬람문명권 내에 속한 무슬림의 수는 세계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2억으로, 세계 5대주 6대양 140여 개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중 주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나라만도 50여 개국(약 8억명)인데, 이 나라들이 바로 이슬람문명권(이슬람세계)을 이루고 있다.

무슬림 수를 지역별로 보면 서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구소련에서 이탈한 중앙아시아 6개국과 중국, 북아프리카(이집트, 수단,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모리타니), 서아시아의 비아랍국(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서아시아의 아랍국(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오만, 카타르, 예멘) 순이다.

국가별로 보면 1위와 2위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각각 이슬람교가 국교가 아닌 인도네시아와 인도이며 그 다음으로 방글라데시와 나이지리아 순이다. 민족별로 보면 인도족, 말레이족, 터키족, 아랍족, 니그로, 한족, 이란족 순이다. 이러한 분포상황에서 보다시피 무슬림의 80%가 아시아에 편재해 있고, 게다가 이슬람의 발원지가 서아시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슬람의 주역은 분명히 아시아 무슬림들이며 이슬람교는 다름아닌 아시아 종교인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슬람은 단순한 신앙체계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윤리 등 사회생활의 전반, 즉 문명의 제 영역을 총망라한 인간의 생존양식이며 종교와 세속 쌍방을 모두 포괄하는 ‘신앙과 실천의 체계’이다.

종교라고 하면 대저 세속의 삶보다 내세를 더 강조하고 인간생활의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고 있는 데 반해, 이슬람은 내세와 똑같이, 아니, 어떻게 보면 현세의 삶을 더 중시하면서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 대한 고유 이념과 원리, 제도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여타 종교나 종교문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슬람만의 독특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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