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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긴급입수|‘톈안먼 페이퍼’

“자오쯔양 동지, 학생운동 확대시킨 책임지시오”

1989년 天安門사태당시 중국지도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폭로한 ' 톈안먼 페이퍼'

  • 번역·정리 이흥환

“자오쯔양 동지, 학생운동 확대시킨 책임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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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교수는 이 자료에 비친 중국 지도부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위기의 순간을 찍은 스냅샷일 뿐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내부 분파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오쯔양과 리펑은 원로들 가운데는 물론 추종자와 차기 예비 지도자들 가운데에도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고 있었다.

정치권력이 특정 인물이 좌지우지하는 인치라고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합의제는 놀라울 정도로 틀이 잡혀 있다. 베이징의 정치가 때로는 시간 낭비로 비칠지 모르나, 덩샤오핑의 최종적인 말 한마디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행동에 옮겨진다.”

‘톈안먼 보고서’에서 밝혀진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국가안전부를 비롯한 전국의 정보망이 당 중앙에 올리는 민심동향 정보가 아주 솔직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만 취합했던 마오쩌뚱 시절에는 전혀 볼 수 없는, 덩샤오핑 시대의 변화다. 인민들의 이념적 동요를 포함해 각 분야의 민심 동향이 한치의 눈속임이나 가감삭제 없이 그대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우선 정보 보고서의 출처 범위가 방대하다. 국가안전부, 국가공안부를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국무원 산하의 교육부 등 각급 정보기관은 물론, 베이징 시정부, 7개 군구의 정보계통, 인민해방군 정보계, 신화사통신 등 중국이 가동하고 있는 공식·비공식 정보기관이 베이징의 당 중앙에 올린 정보들을 취합한 것이다.



각급 정보계통이 어떤 정보들을 어떻게 취합하는지에 대한 속사정 역시 여실히 드러나 있다. 길거리의 인민을 인터뷰한 내용이 첨삭없이 당 중앙에 보고되고, 지역 군부의 정치동향까지 세밀히 기록되어 있다.

톈안먼 사태가 일어나기 3년 전인 1986년 봄, 위기의 씨앗이 잉태됐던 때의 기록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학생운동의 전개과정은 학생민주연맹이 어느 날 어디에서 무슨 내용을 토의했는가 하는 것까지 밝혀준다.

학생시위를 ‘동란’으로 규정함으로써 평화 시위를 자극한 ‘인민일보’의 4월26일자 사설 게재 배경과 그 여파, 학생 시위대의 단식투쟁 돌입, 자오쯔양의 시각, 계엄령 선포, 장쩌민 지명과 무력진압에 이르는 주요 순간이 1차 자료로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덩샤오핑과 지도자들의 공식 비공식 발언, 자오쯔양 리펑 양상쿤 등 고위층의 전화 통화 및 비밀 사신, 정적에 대항하기 위한 측근끼리의 밀담 등 공산주의 중국의 가장 은밀한 기록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고딕체 글자는 편집자 네이선 교수가 붙여놓은 상황설명 가운데 주요 부분만 요약한 것이다.)

● 4월13일/후난성(湖南省) 당 위원회가 당 중앙에 보고한 사회 동향 보고

국가공안부는 1989년 1/4분기에만 총 56만 건의 범죄가 접수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1985년 한 해의 범죄가 54만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1989년 당시 전국의 치안상태가 얼마나 문란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다음은 후난성의 사례다.

1989년 1/4분기에 총 14만40건의 범죄가 접수됐다. 조직을 갖춘 떼강도가 창궐한다. 1월과 2월에만 615개 갱조직의 2182명이 검거됐다. 매춘과 도박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분기에 총 2만5000건이 보고됐다. 지난해에 비해 17%가 증가한 수치며, 이 범죄에 대해 부과한 벌금이 175만 위안으로 증가했다. 시위 건수도 늘고 있다. 일부 무력 시위대는 무장을 하고 있으며,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군 부대를 습격하기도 했다.

● 국가사법부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성 타클라마칸 사막 남서쪽에 있는 한 노동농장에서만 8만2000건의 시위가 일어났다. 군부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총정치부가 1월 당 중앙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군부 내 이념 문제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대부분이 예산과 물품 부족에 관련된 것들이다.

전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청년동맹중앙판공실이 전국 청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의식 보고서가 1989년 3월 당 중앙과 국무원에 접수됐다. 1988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조사된 것이다.


학생시위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9.2%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8.2%만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부패를 반대하는 청년 시위가 합법적이냐는 질문에는 57.0%가 합법적이라고 답했고, 13.3%가 불법이라고 답했다.

● 국가교육위원회의 1988년 7월19일 보고서

당과 사회의 부패상이 청년의 극단적인 감정을 쉽게 자극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이긴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고위층 자제가 지도급 인사가 되고, 회사를 설립해 치부한다”는 말이 비일비재하게 떠돈다. 학생들은 당 지도자와 말할 기회가 없으며, 기회가 되더라도 지도자들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 1989년 4월18일/양상쿤과 자오쯔양의 전화 통화

학생들이 중난하이의 신화문(新華門)을 포위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당 지도부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양상쿤이 자오쯔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상쿤 자오쯔양 동지, 지난 며칠 동안 학생들이 후야오방(胡耀邦) 동지 서거에 애도하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자오쯔양 차오스 동지와 후치리 동지한테 보고를 받아 알고 있습니다. 애도 기간에 치안을 위해 학생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라고 리시밍 동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가 학생들의 애국심을 지지해줘야 합니다.

● 4월19일/리펑과 리셴녠의 전화 통화

학생들이 신화문까지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듣고 리셴녠이 밤에 리펑에게 전화를 했다.

리셴녠 리펑 동지, 학생들이 며칠째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신화문까지 파급됐습니까? 어젯밤에도 왔는데, 오늘밤에도 또 왔답니다. 어떻게 돼가는 겁니까?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 아닙니까?

● 4월20일/국가안전부의 톈안먼 광장 상황 보고서

1976년 4·5운동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톈안먼 광장에서 만난, 공무원처럼 보이는 한 중년 신사는 학생들이 길거리로 나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학생들은 후야오방 동지가 1987년에 부당하게 물러났다고 본다. 둘째, 정치제도 개혁과 민주주의를 추진할 기회가 오기를 원한다. 셋째, 당 중앙의 내분을 못마땅하게 본다. 넷째, 후야오방의 대중적인 스타일을 원한다. 후야오방 동지는 정직하고 개방적이며 할 말을 할 줄 알았던 사람이다.

● 4월20일/학생들 움직임에 대한 지도자들의 반응

4월18∼19일에 학생들이 신화문에 모이자 은퇴한 지도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톈안먼사태 이후인 6월23일, 리펑이 13기 4차 중앙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펑전(천시퉁과 전화 통화) 베이징이 이렇게 혼란스러워지다가는 제2의 문화혁명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학생들 뒤에 검은 손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왕전(덩샤오핑과 전화 통화) 덩샤오핑 동지, 이 학생들은 폭도들입니다. 신화문을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덩잉차오(리펑의 방문을 받고) 학생들의 애국심은 인정해줘야 하지만, 학생들을 자극해 말썽을 부리려는 배후 인물들은 밝혀야 합니다.

왕런중(리셴녠과 전화 통화) 리셴녠 동지, 후베이성(湖北省) 당위원회에서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우한(武漢) 대학생들도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전국이 무정부 상태에 빠집니다.

리펑은 야오이린과 상의한 후, 학생 시위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한 임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심하고 자오쯔양에게 전화를 한다.

리펑 자오쯔양 동지, 베이징과 지방 도시의 시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치국 회의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자오쯔양 후야오방 동지의 타계로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의 구호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과 이 나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주류는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후야오방 동지의 장례식을 별탈없이 잘 치르는 것입니다.

● 4월22일/자오쯔양이 후야오방 장례식에서 덩샤오핑에게 밝힌 3대 원칙

4월22일 오전 10시, 인민대회당에서 후야오방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덩샤오핑을 비롯해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원로들은 귀가했고, 차오스와 후치리는 하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빠바오샨(혁명열사들의 묘역이 있는 八寶山 - 역주)으로 갔다. 인민대회당 문을 나서면서 자오쯔양은 이튿날 북한을 방문한다고 앞서 출국인사를 하면서, 학생운동에 대처하기 위한 3가지 원칙을 정치국에 제안해놓았다고 보고한다.

자오쯔양(덩샤오핑에게) 첫째, 장례식이 끝났으니 학생들이 즉각 학교로 돌아가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하라고 했습니다. 둘째, 구타, 파괴, 탈취(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상징하는 3가지 용어가 이때까지 인용되고 있음-역주)에 가담한 자들은 법 테두리에서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했습니다. 셋째는 학생들에게는 설득으로 접근할 것이며, 여러 대화경로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덩샤오핑 좋습니다. 자오쯔양 제가 없는 사이 리펑 동지가 당 중앙의 사무를 책임지고, 무슨 일이 생기면 리펑 동지가 저에게 보고할 것입니다.

장례식 후 정치국 위원들의 대화록

자오쯔양 덩샤오핑 동지에게 학생운동에 대처하는 3가지 방안을 상의했습니다. 덩샤오핑 동지도 제 의견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자오쯔양이 3가지 방안을 설명)

양상쿤 자오쯔양 동지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자오쯔양(리펑에게) 내가 없는 사이, 리펑 동지가 당 중앙의 일일 업무를 책임져 주시기 바랍니다.

리펑 자오쯔양 동지가 밝히신 3가지 방안에 동의합니다.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보고드리겠습니다.

● 4월24일/리펑이 소집한 정치국 회의

자오쯔양의 북한 방문중에 정치국 서열 2위인 리펑이 상무위원회를 소집했다.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의 학생운동 상황이 보고됐고, 심각한 사태로 발전한 학생시위 대처 방안을 토의한다. 후치리, 차오스 등 자오쯔양파와 이에 반대하는 리펑파의 의견 대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후치리 학생운동의 상황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많은 요소가 뒤얽혀 있어 분리해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는 불순분자들은 소수이긴 하지만, 이 소수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차오스 대부분 학생들의 애국심은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들은 뿌리뽑아야 합니다.

야오이린 불순한 목적을 지닌 자유 자본주의 분자들이 이미 학생운동을 파고들었고, 동란이라고 부를 만큼 이미 세력이 커졌습니다. 가급적 빨리 이런 사실들을 인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리펑 어제 인민대학 박사과정 학생들의 선언문을 읽어보았는데, 당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습니다. 자본 자유주의와의 투쟁에 이미 우리가 깊숙하게 관련된 것 같습니다.

양상쿤 수도가 조용하면 전국이 평화롭습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는 한편, 대다수 학생들을 단결시켜야 합니다.

● 4월25일/덩샤오핑과 양상쿤의 대화

양상쿤의 친구가 제공한 대화록과 중앙군사위원회 자료, 당 14차 대회 자료 등 3가지 출처에서 구성된 대화록

덩샤오핑 이번 학생운동은 우리의 정치사상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의 4원칙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자본 자유주의와 정신 오염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양상쿤 정치사상 작업이 약하고 법 제도가 미흡했습니다. 불법, 부정, 부패는 예상해온 일입니다. 이번 학생운동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 조건 속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덩샤오핑 학생운동은 반자유주의 운동이 철저하지 못했고, 정신 오염을 뿌리째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어요. 반자본 자유주의 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되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정신 오염 제거 작업마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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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정리 이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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