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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 칼럼|정리해고의 사회학

전쟁터에서 휴머니즘 찾지 마라

  • 세이노 sayno@korea.com

전쟁터에서 휴머니즘 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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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업에서든지 인사관리와 인건비는 큰 문제가 된다. 인건비를 최소화해 자본가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업체보다 고정비용을 적게 들여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무능한 직원들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 이익을 많이 내면 고용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득을 많이 내느냐 못 내느냐 하는 것 역시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이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원으로 뽑았으면 끝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회사가 자식 기르는 부모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늘어놓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는 못한다.

당신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학자들은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피고용인 관점에서 추구하는 비용이다. 반면에 경영자는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대체비용(replacement cost)’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대체비용은 낮은데 고용비용은 높다면 경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체비용은 철저하게 당신이 하는 일의 내용과 결과로 결정돼야 하며, 학벌이나 나이, 고향, 정치적 연줄 등과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 당신이 처한 개인적 상황을 인간적으로 고려하는 휴머니즘도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전쟁은 더욱 심화되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휴머니즘 향기가 그윽한 대안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지금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탄들, 여기저기에 폭탄이 떨어져 땅이 움푹움푹 패고 건물이 무너지는 광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여인이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물려주고, 난쟁이가 작은 공을 쏘아올리려 한다고 해서 전쟁터에도 그런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면 몽상가 아니면 문학소년이다.



살벌한 경제전쟁을 종식시킬,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같은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제3의 길을 가리켜 “유럽의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3의 길이 있든 없든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런 길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길이 마련되기 전에 나는, 어쩌면 당신도 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니 당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제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 총체적 중산층 국가로 불리던 일본마저 그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이 게임은 지극히 단순하다. 누가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 그것뿐이다. 다른 이데올로기는 고려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생각하거나 정치적인 고려를 하거나 근로자들의 기득권이나 생존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하게 되면 그것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무슨무슨 협회 제품을 우선 구매해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처사인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는다. 어찌 보면 협회라는 진입장벽을 세워놓고 끼리끼리 해먹는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던 GE 총수 잭 웰치의 철학은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과 무자비한 정리해고가 모순으로 생각되는가. 루이스 빌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누구와 이웃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원을 사랑하고 직원에게 투자하라. 그러나 누가 회사에 이득을 가져올 직원인지는 가려내자.”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것 같다. 나는 사업상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선진국에서 하루 8시간 근무와 주5일 근무제를 지키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육체노동자, 하급 직원들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상급자들의 책임은 무한대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다. 심지어 놀기 좋아한다는 프랑스도 그렇다. 하급 직원들과 육체노동자들도 근무시간에는 신문을 보거나 딴전을 피우지 않는다.

간부회의가 점심시간을 넘기면 대부분 샌드위치로 때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상급자들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사장의 책상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높이 쌓여 있다. 책상이 말끔한 경우는 마피아 보스이거나 사기꾼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를 보면 사장이나 이사의 책상은 대부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술 접대하러 다니다 알게 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당하면 당했지 절대 일 때문에 이혼 당하지는 않는다.

경제가 어려웠을 때 유럽은 근로자의 수를 줄이기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여 전체 근로자를 껴안는 휴머니즘을 실천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냉혹하게 근로자 수를 줄였다. 세월이 지나자 그 유럽 기업들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노동의 세계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아무리 변화와 자기 계발을 외쳐도 마이동풍으로 받아들이고 꼼짝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컴퓨터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대도 간부급들 중엔 컴맹이 수두룩하다. 악화를 빨리 내보내는 것이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레마르크의 휴머니즘 가득한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기억하는가.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의 태풍 속에 공습은 계속되고 폐허만 남은 세상에서 주인공 그래비와 운명적인 여인 엘리자베스는 찰나적인 사랑에 빠진다. 눈 덮인 러시아 전선에서 휴가를 받고 온 그래비에게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존재의 이유가 될 만큼 강렬하다. 죽음의 거리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은 인간성에 대한 자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이런 사람을 해고하라

그러나 다시금 부대로 복귀한 주인공 그래비는 엘리자베스가 보낸 편지를 읽다가 자신이 살려준 빨치산에게 저격당해 허무하게 죽어간다.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 비디오에서는 한 병사가 정글에서 베트콩을 경계하지 않고 나비를 구경하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전쟁터에서 전쟁의 법칙을 무시하고 휴머니즘을 찾으면 당신이 죽는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전쟁의 법칙을 자꾸만 무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1997년 중순에 달러화를 샀다. 당시 환율이 800∼900원이었는데 98년 초에 1800원까지 오르자 다 팔아치웠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환란이 생겼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도 내일부터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면 오늘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갈 것이며,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높아지면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다 놓을 것이다.

내가 달러를 샀던 이유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생산성 때문이었다. 그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평균 인건비는 3만 달러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2400만 원이었는데, 내가 체험해본 바로는 한국에서 연봉 2400만 원 정도를 받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미국인의 절반도 안 되었다.

하지만 물가는 정글 경제주의의 표본인 홍콩보다 더 비쌌고, 양복값은 생산성이 높은 일본보다도 비쌌다. 오죽했으면 홍콩으로 원정 쇼핑 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홍콩 시내 도처에 그들을 상대로 하는 한국 음식점들이 깔렸을까.

당신이 중소기업 사장이고, 해고하고 싶은 무능력한 직원이 있다면 우선 업무를 과다하게 안겨주고 수시로 업무 내용과 마감일을 변경하면 된다. 그 직원 앞에서는 절대로 웃지 마라. 업무가 과중하다며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하면 무시하라.

자기가 배워서 해도 될 일을 대부분 외부에 발주하는 직원이나 업무 매뉴얼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는 직원, 시키는 것 이외에는 도대체 할 줄 모르는 직원은 빨리 해고하라. 사장의 의견에 대해 반론을 펴지 못하거나 사장과 싸울 생각을 안 하는 직원, 사장과 똑같은 취미를 새로 시작하면서 그것으로 친해지려고 애쓰는 직원도 역시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크고 정리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보고체계를 전자시스템이나 e메일 체계로 만들고 실무 기안자가 최초 작성한 문안이 모두에게 전달되도록 하라.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관리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 관련자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라. 이때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톰 피터스는 ‘혁신경영(The Circle of Innovation)’에서 어느 농구팀 경영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두 명이 언제나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면 복제품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한 명은 해고하라”고 권한다. 그 원칙대로 해고하라.

능력 중심의 전략적 평가

아울러 모든 간부의 시간별 근무내용을 보고 받아라. 시간이 남아 근무중에 사우나를 즐기거나 이발소에 가는 임원들을 잡아내라. 잭 웰치는 직무기술서를 쉽게 작성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라고 했다.

물론 이런 일은 당신이 경영자로서 떳떳해야 할 수 있다. 당신의 실력이 신통치 않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다른 사람들 눈치나 보고 있거나, 골프에만 미쳐 있고, 비자금 마련이나 탈세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도 해고해선 안 된다. 해고 영순위는 바로 당신이니까.

좀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고 방법을 찾는다면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식평가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 가장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임원급들의 경우는 컴퓨터 시험만 보아도 절반은 털어낼 수 있다. 한국컨테이너관리공단처럼 인기투표를 해서 내보내는 코미디는 하지 마라.

철저하게 능력에 바탕을 둔 정리해고 방법은 전략적 평가(strategic evaluation)를 통한 것인데,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전직원에게 주고 서로 무기명으로 평가하게 한다.

이 평가는 5가지로 나누어 시행한다. 같은 팀에 소속된 사람들끼리 하는 근거리 평가, 업무 협조가 이뤄지는 다른 팀에 소속된 사람들을 평가하는 원거리 평가, 상사들이 아래 직원들에게 하는 하향 평가, 부하 직원들이 상사들에게 하는 상향 평가,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가 그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전 직원으로부터 무기명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부족하다 ▲부족하다 ▲보통이다 ▲많다 ▲아주 많다로 하고 각각의 답에 대해 1∼5점을 준다. 업종별 비중에 따라 어떤 항목은 점수를 두 배로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를 내보면 자기 평가의 평균점은 언제나 근거리 평가에서 나온 평점보다 1점 이상 높고 원거리 평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즉 자기 실력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이다. 자기 평가가 다른 평가 수치보다 현저히 높으면 자기 계발은 하지도 않으면서 불만만 많은 사람이므로 조속히 내보내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은 능력이 있다고 보지만 경영자는 미처 능력을 알지 못했던 직원을 발견하는 기쁜 경우도 있다.

여기에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도록 문항을 만들어봤다. 각 문항에서 복수 선택이 가능한 경우에는 높은 점수를 취하면 된다.

1. 전문성(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충분히 갖췄는가); 업무를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주 물어보면 1점, 담당 업무에 정통하면 2점, 경쟁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면 3점, 해외 동향이나 업계의 미래에 대해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5점, 다른 부서들의 업무도 잘 알고 있으면 10점.

2. 컴퓨터 사용능력; 전혀 모르면 1점, 문서작성과 메일을 사용하는 수준이면 2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액셀을 조금 알면 3점, 액셀에 능통하면 4점, 오피스 프로그램 전체를 능숙하게 활용한다면 10점.

3. 집중력(업무를 볼 때 산만하지 않으며 짧은 시간에 일을 처리하는가?); 업무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가 다시 일에 집중하려 할 때 읽던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면 1점, 업무 중에 다른 사람들의 전화 통화내용이 귀에 다 들어오면 2점, 학창시절에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했어도 중간은 갔다면 3점, 두 명하고 오목이나 바둑을 동시에 둘 수 있다면 4점, 서너 가지 업무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면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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