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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도사’ 김영국이 체험한 정선카지노

매너실종·고액배팅·무질서로 얼룩진 ‘한국의 엘도라도’

  • 김영국

매너실종·고액배팅·무질서로 얼룩진 ‘한국의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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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한 사람이 미니멈 배팅을 1만원씩 하다가 맥시멈 100만원까지 한다면 팀 동료 모두가 맥시멈 배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500만∼600만원이 한 판에 배팅 되는 셈이다. 맥시멈 배팅이 큰 판에서는 10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여기에 팀 동료까지 가세한다면 수천만∼수억 원이 한판에 배팅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70∼100번 게임을 해 자기들의 한도액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카지노에서 홀연히 철수해 버린다. 카지노측은 순간 이들의 뒤통수만 멍하니 바라보며 망연자실할 뿐 속수무책이다. 구경꾼들에겐 통쾌한 순간이다. 카지노는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 갬블러라 불리는 바카라 군단을 도박사보다 더 무서워한다.

필자도 구경한 적이 있지만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통쾌했다. 구경꾼이 이 정도면 돈을 딴 갬블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쨌든 심리적으로 관중은 항상 갬블러 편이다. 이렇게 싹쓸이를 하고 카지노장을 떠난 갬블러들은 얼마 동안 그 카지노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카지노를 찾아 날아간다. 이들은 홍콩계와 대만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다시 카지노에 출현하면 그 카지노에는 비상이 걸린다. 그들은 팀 리더에게 100% 복종하는 그들만의 룰을 지킨다. 예를 들어 팀 리더가 홀(뱅커)에 가면 팀원들도 모두 홀(뱅커)에 가는 식이다. 리더가 홀에 갔는데 짝에 배팅하는 반란자는 없다. 잃으면 다같이 잃고 따면 다같이 따는 것이 바로 바카라 군단의 엄격한 불문율이다.

안되는 날은 ‘남의 끗발’을 따라가라

카지노 게임에는 왕도가 없다. 당해낼 장사도 없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좌절과 고통에 빠진다. 그러면서 진지한 게이머로 변신하는 것이다. 좌절과 고통을 느끼는 것은 자기의 한계(게임의 자본금) 이상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은 일반 게임과 달라 플레이어가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딜러를 아무리 바꿔도 속수무책이다. 그 끗발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게임이 안 되는 날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빈 독에 물 붓기다. 도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에서는 유독 그 사이클이 더 강하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될 때, 이런 방법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보통 카지노 장에는 5000명 정도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게임에 열중한 게이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게임에서 계속 이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배팅하는 쪽에 따라가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다. 외국의 카지노에서는 블랙잭을 복수로 따라갈 수 있다. 단, 게임의 권한은 없다. 보통 1000명의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할 때 평균 10∼20명 정도는 끗발이 굉장히 센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바카라를 하면 나도 바카라를 하고, 블랙잭을 하면 같이 블랙잭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배팅하는 곳에 그대로 따라간다.

15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왠지 그날따라 게임이 전혀 안 풀려 자본금이 15%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도저히 그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150%의 자본금으로 나와야 할 절실한 상황이었다. 거의 2시간을 끗발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매 다녔다. 같이 간 지인도 내가 150%의 자본금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얌전히 앉아 있는 50대 아줌마의 끗발이 예사롭지 않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녀 앞에 쌓인 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그녀의 끗발을 이용해 따라가길 1시간.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인과 나는 무려 자본금의 1200%라는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 150%의 자본금을 확보해 놓은 다음 그 나머지로 같이 갔던 지인과 마음놓고 배팅했던 결과였다. 지금도 그때의 지인을 만나면 그날의 무용담이 술자리의 유쾌한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도박중독, 눈빛만 봐도 안다

도박은 마약 다음으로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카지노의 메카 라스베이거스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의회의 제안에 따라 결성된 단체인 ‘국립도박 연구회’는 ‘노름의 사회 경제적 영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2년간 연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에 나온 그 보고서를 보면 도박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망한 사람 가운데 자살한 이의 비율은 미국 평균보다 4.5배나 높다.”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카지노가 있는 도시의 경우 카지노가 들어서기 전에 비해 아동학대가 무려 3배나 늘었다.” “노름을 하지 않는 미국인의 이혼율이 18.2%인 데 비해 도박중독자의 이혼율은 53.5%에 이른다.”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의 범죄율은 미국에서 가장 높다.”

이 보고서의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바로 도박으로 인한 가정파괴, 사회불안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카지노가 경제적으로 지역사회에 큰 이익을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노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박의 손익계산을 내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국인 카지노장이 문을 열어 성업중인 지금 우리가 새삼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와 LA, 뉴욕 등지의 카지노에는 도박 중독증에 걸린 한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LA와 뉴욕의 교포사회에 일기 시작한 이 도박 열풍은 20여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한 이민 1세대들의 꿈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도박중독의 후유증으로 인해 파산과 이혼, 자살, 범죄 등으로 온갖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한인들을 집요하게 유혹하는 이들 카지노는 LA와 뉴욕에서 겨우 2∼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거리만 가까운 것이 아니다. 한국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한인행사의 스폰서를 자청하고 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교민들을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아울러 카지노 주변에는 고리대금업자나 전문해결사 조직이 진을 치고 있어 도박에 빠진 교민들을 파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인생의 낙오자 혹은 인간쓰레기고 생각하며 일말의 동정심도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도박중독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희생자로 생각하고 그들의 재활을 적극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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