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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일본역사교과서 韓·日 논쟁

“민간 공동연구부터 하자”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 윤건차 < 일본 가나가와 대학 교수·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원 >

“민간 공동연구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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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상황에서 ‘일본인’, ‘일본국민’의 의식, 혹은 정신의 존재양식은 한편으로는 내셔널 아이덴티티(국민적 주체성)를 마이너스 이미지로 파악하고 또 과거를 미래로 이어주는 작업을 소홀히 해왔다. 말하자면, ‘일본인’이라든지 ‘일본국민’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는, 또는 책임을 인수하지 않는 ‘자각이 없는 내셔널리즘’의 만연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1990년대 10년 내내 전 일본군 ‘위안부’들의 필사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도 그녀들에게 정당한 사죄와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그 동안 ‘모임’ 등 전‘위안부’들의 호소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우익 풍조가 일본사회 곳곳에 확산되었다.

식민지 지배의 반성, 전쟁책임, 전후책임의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청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근대라는 시대 전체와 그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새로이 직시하고 미래를 어떻게 개척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러나 전후 일본에서 스스로 역사의 근간에 관련된 문제는 거의 아무것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의 청산이나 내셔널리즘의 문제가 어느 정도 진지하게 논의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더구나 전후 일본인의 의식, 정신태도가 막강한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던 만큼 일본경제의 실속(失速)은 순식간에 나라 안을 향한 내셔널리즘을 증폭시키게 된다. 정계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전전회귀의 발상이 토로되고, ‘기미가요·히노마루’(일본국가·일장기)나 교육칙어의 정신의 강조되고,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의 공식참배가 강행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내부를 향한 내셔널리즘을 두고 말하자면, 그것은 예외없이 천황주의로 경도(傾倒)하게 되고 그것과 겹쳐버리기 일쑤인데, 그 결과 아시아인들의 목소리는 차단되고 역사적으로 천황 신화와 깊이 관련된 아시아 멸시관이 증폭된다. ‘모임’은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이다.

식민지 지배는 지배한 자와 지배당한 자라는 양자(兩者)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배자도 피지배자도 상처를 입는 것이 식민지 지배의 실태다. 지금 논단 등에서 화제거리인 탈(脫)식민지주의(post-colonialism)는 그러한 식민지 지배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제를 의미한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가해자 측에서는 반성이 되고, 피해자 측에서는 저항이 된다.



이 탈식민지주의의 과제를 잘못 인식하고 소홀히 할 때 가해자 측에서는 역사의 미화, 전쟁책임·전후책임의 망각, 자기도취가 진행하고, 피해자 측에서는 패배주의·열등의식의 만연, 감정적인 민족주의의 고취라는 사태가 나타난다. 양자 모두 자기중심주의·상호불신에 빠져들게 되어 역사가 진보하기는커녕 증오·편견·멸시의 악순환·확대재생산만 초래한다.

한국은 물론 피지배자 측에 속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가 성장하고 세계로 진출한 현재 상황을 생각할 때 이전의 식민지 지배, 그리고 현재 신(新)식민지적 상황에 대해 저항하면서 동시에 반성하는 위치에 서 있다. 교과서 문제로 말할 것 같으면, 일본의 역사인식 왜곡에 대해 저항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는 일은 지극히 중요하다. 단순히 일본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상처 입은 자끼리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제 불매운동은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일본의 교과서 기술 문제가 그리 간단하게 개선되리라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교과서 문제의 밑바탕에는 더 큰 문제, 다시 말해 지난날의 조선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사실을 부정하고 과거 청산을 계속 거부하며, 또 사람들의 의식이 무자각적인 형태로 있으며, 전근대적인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국가권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일본 역사교과서 기술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시정 내용을 들이대보았자,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정부에게 과거 식민지 지배의 부당성을 인정하게 하고 과거를 청산하도록 계속 주장하는 것이 정치·외교 정책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다.

시민운동 등 민간운동에 대해 지적하면, 교과서 문제를 핑계 삼아 전개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일본제품을 선호하고 일본제품의 홍수에 잠기다시피 한 생활 실태로 보건대, 불매운동은 단순한 감정의 발로에 불과하며, 외부에서 보면 편협한 민족주의 그 자체다. 정말로 일본제품의 범람(氾濫)이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정부의 경제·무역 정책 문제로서 담담(淡淡)하게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민족’을 앞세운 불매운동은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 따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의 근현대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남북분단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한국의 가장 큰 과제는 식민지 피지배 역사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일,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고 민족통일의 길을 하루 빨리 닦는 일이다.

친일이냐 반일이냐, 친미냐 반미냐, 나아가서는 반공이냐 용공이냐 하는 것은 용어의 문제로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식민지 지배의 청산과 남북통일을 향해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다. 이렇게 보면 식민지 지배 문제와 남북통일 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존재한다.

한국의 대일관(對日觀)이나 대일 정책은 마땅히 대미관(對美觀) 또는 대미 정책, 그리고 대북관(對北觀) 또는 대북 정책과 서로 연관시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현실에서 일본이 과거의 청산을 소홀히 하는 문제,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주의의 문제, 북조선의 폐쇄적·가부장제적 체제의 문제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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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차 < 일본 가나가와 대학 교수·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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