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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인터넷판 킨제이 보고서 ①

“한국 인터넷을 키운 건 8할이 성욕”

  • 정철영 < 자유기고가 >

“한국 인터넷을 키운 건 8할이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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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성인방송은 2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하나는 기존의 16㎜ 에로비디오들을 스트리밍 기술과 멀티캐스팅 기술을 이용해서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경우다. 이런 방송들은 비디오 가게에 가서 눈치를 보며 에로 비디오를 빌리는 쑥스러움을 모면하게 해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인터넷 성인방송은 세미 누드 혹은 전라(全裸)의 인터넷 자키(IJ)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참여 속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IJ 중심의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대화형 프로그램이다. 야한 복장의 IJ가 등장한다. 그녀는 자기의 성경험, 좋아하는 체위, 최근 유행하는 음담패설, 성 관련 풍속, 범죄뉴스 등을 소재로 삼아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자연스럽게 수다를 떤다. 이용자들은 게시판에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글을 올린다. IJ는 게시판에 뜬 글을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 일일이 읽어준다.

“○○님, 오늘 제 브래지어가 섹시한 것 같다고요. 님을 위해 신경 좀 썼지요. ○○님 특별한 성감대는 없냐구요. 전 온 몸이 아주 예민한 성감대랍니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이용자들은 IJ에게 옷을 하나씩 더 벗을 것을 요구하는 글들을 빗발치게 올리고, IJ의 속살이 노출될수록 화제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으로 옮겨가다가 IJ가 전라가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인터넷 성인방송은 과연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엔터채널이라는 성인방송국을 운영하면서 한국인터넷방송협회 성인채널분과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서모 사장을 만났다. 그는 1999년 10월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IJ 중심의 성인방송국인 엔터채널을 만든 주인공이다.

-현재 인터넷 성인방송국은 몇 군데인가.

“IJ가 중심이 되어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곳이 40군데쯤, 에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100군데쯤 된다. 난 앞의 유형만 인터넷 성인방송국이라고 분류하고 싶다.”

-업계 전체의 시장규모와 유료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

“40여 군데 성인방송국의 올해 예상 매출 총액은 150억원에서 200억원 정도이고, 유료회원 수는 100만 명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어디가 메이저인가?

“엔터채널을 비롯해서 바나나TV, 몰카TV, 노브라TV, 쌩쇼 등이다.”

-회원을 연령별, 성별, 지역별, 접속회선 별로 나눈 통계가 있는가.

“업계 전체적으로 집계된 것은 없지만 엔터채널 자료는 공개할 수 있다. 6월10일 현재 연령별로는 30대 40%, 20대 30%, 40대 25%, 50대 5% 정도고, 성별로는 남자 85%, 여자 15%다. 지역으로는 서울·경기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인구비례로 봤을 때 대전·충청 지역도 만만치 않다. 과학기술분야의 고학력자들이 대전에 몰려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접속회선은 회사·학교의 랜 15%, 가정용 초고속통신 80%, 전화접속 5% 정도로 추산된다.”

-IJ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 남자 IJ도 있는가?

“신규 설립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고, 때문에 개런티도 많이 오른 상태다. 보수는 주 7일 1시간씩 7회 출연 기준으로 400만∼500만원이다. 여성 IJ는 200명 안팎이고, 남성 IJ는 5명 정도 된다.”

-단속당한 적도 있는가.

“올 1월19일 검찰에서 10여 군데 성인방송국을 단속했다. 당초에는 회원 중에 청소년을 찾아내서 청소년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어떤 업체에도 청소년 회원이 없었기 때문에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누드 알까기’와 ‘우리 욕 기행’

인터넷 성인방송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공중파 방송국 출신들도 이 분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주병진 씨가 중심이 되어 설립한 프랑켄슈타인TV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기획력이나 내용에서 기존 것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중파 출신들이 설립한 인터넷 성인방송국이 대체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 콘텐츠 제작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공중파와 인터넷 성인방송의 중간 노선을 택해 이용자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성인물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인터넷 성인방송국의 아이디어 싸움을 보면 생각을 달리 하게 될 것이다. 비록 아직은 몇 편에 불과하지만 기발한 기획과 날카로운 풍자 정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도 있다.

필자가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붕알 황붕알 선생의 우리 욕 기행’, 개그맨 최병서가 진행하는 ‘성체위 365’, 공중파 코미디 프로의 ‘알까기’ 코너를 패러디한 ‘누드 알까기’, 조연급 탤런트들을 출연시킨 성인용 시트콤 등이다.

‘우리 욕 기행’은 도올 김용옥 복장을 한 개그맨이 나와서 방청객을 상대로 남녀 성기와 관련된 비속어의 기원과 용례를 강의하는 것이다. 예쁜 목소리의 여자 성우가 성과 관련된 적나라한 비속어가 들어 있는 보조 교재를 읽는 장면도 그 자체가 ‘근엄한’ 공중파와 ‘엄숙한’ 교육과정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느껴진다.

‘성체위 365’는 개그맨 최병서가 김동길 교수의 모습으로 분장한 채 전라로 여러 가지 체위를 실연하는 남녀의 바로 옆에서 유머러스한 해설을 덧붙이는 프로다. 체위명도 ‘소녀경’ 등의 책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라 ‘꼼짝마 이 지지배야 체위’ ‘걸레질하며 뒤치기 체위’ ‘앉아서 떡치기 체위’ 등 과감히(?) 한글화를 시도하였다.

욕망의 충족 구조

여성들은 인터넷 성인방송을 어느 정도로 즐길까. 인터넷성인방송협회 측의 말로는 현재까지 여성전용 성인방송은 없다고 한다. 엔터채널은 시장조사를 목적으로 몇 달 간, 남성 IJ가 진행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을 전업주부들이 여유 있는 오전 시간대에 편성해 시험 방송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여성 접속자 비율이 밤 시간대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남성 대 여성 비율이 75% 대 25%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이용자의 절대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어서 중단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성인방송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지난 1월 검찰의 단속 이후 업체들도 몸조심을 하는 탓에 선정성도 많이 약화되었다. 표현의 노골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에로비디오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인터넷 성인방송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유료 서비스다. 이용자들이 인터넷 성인방송을 선호하는 데는 그곳에 독특한 욕망의 충족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첫째, 친밀성과 성적 흥분은 정비례한다. 서양보다는 일본에서 제작된 성인물에, 그 보다는 한국인이 등장하는 것에 더 강한 자극을 받는 것은 관객이 더 쉽게 화면 속의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이 한국어로 진행하는 인터넷 성인방송은 그 자체로 친밀감에서 우러나오는 성적 흥분과 긴장을 가져다준다.

둘째, 우리나라처럼 공식문화에서 성적 표현이 강력하게 억압된 곳에서 일반화된 변태 심리 중 하나가 언어적 노출증과 관음증이다. 여성들 앞에서 심한 음담패설을 해 당황하는 반응을 보며 강한 쾌감을 느낀다거나, 여성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착하는 심리가 이에 해당된다. IJ 중심의 성인방송에서는 여성의 입을 통해 공식문화에서 훨씬 벗어난 성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언어적 관음증을 만족시킨다.

셋째, 인터넷 성인방송의 양방향성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만족감을 준다. 방송 도중 네티즌들이 ‘상의를 벗어라’ ‘다리를 벌려 봐라’ 등의 요구를 하면 IJ는 그대로 따라한다. 비록 모니터 상이긴 하지만 자신의 지시에 복종하는 IJ를 보면서 그녀가 자신과 1대 1로 교류하고,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만족감은 인터넷 성인방송 외의 다른 어떤 미디어도 제공할 수 없는 독특한 쾌감이다.

초고속통신망의 성장은 인터넷 성인 서비스 중 가장 대중적인 웹 서비스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한국 여성들을 출연시켜서 자체 제작하는 본격적인 ‘코리안 하드코어물’의 등장이다. 일부 업자들이 국내와 외국의 성 표현물에 대한 규제기준이 다른 것을 틈새 삼아 외국에 합법적인 사업체를 차려놓고 하드코어 위주의 한글 서비스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다. 과거 초고속통신망 사용자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동영상 서비스가 불가능해 주로 뉴스그룹에서 교환되는 사진 자료들을 모아 서비스하는 수준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초고속통신망이 일반화되자 한국인들을 등장시킨 하드코어를 직접 제작해 고액의 회비를 받고 외국에 설치된 서버를 통해 인터넷 방송 또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이 나오는 최근작으로는 ‘미스코리아 불법 비디오’라는 일본어 제목이 붙어 있는 ‘진주희’ 2편, ‘코리안 탤런트의 불법 비디오’, ‘강제숙’ ‘강제숙 동생’ 중국에서 촬영된 ‘박유미’ 등이 있다.

이들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는 많은 경우 사기성이 농후하다. 일본은 연 5000여 편 이상의 성인물과 포르노가 출시될 정도로 제작량이 많고 여배우 층도 두터운데, 그 중 국내 유명 여성 연예인과 용모가 유사한 여배우가 출연한 성인물을 발굴해 국내 연예인 출연작이라고 속여 파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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