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사법개혁, 정치인 ‘연명 기회’로 악용 우려…피해는 국민이”

[Interview] 민만기 변호사가 말하는 ‘위기의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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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4-0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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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에 미치는 영향 심대한데, 이렇게 졸속으로…

    • 법왜곡죄,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고소·고발 난무 우려

    • 희망 고문으로 작동할 공산…재판 속도↓ 비용↑

    • 개혁? 정치권 생존 논리와 강성층 여론의 결합 산물

    • 변호사는 장사꾼 아냐, 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할 공인

    • 변호사, 검사, 로스쿨 학장 지내며 法과 함께한 35년

    • 잊히지 않는 제자들 얼굴…인생의 화양연화였다

    민만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파트너 변호사가 3월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민만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파트너 변호사가 3월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한마디로 대단히 우려스럽다.”

    민만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파트너 변호사는 3월 공포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월 교단을 내려온 그는 교수 시절을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회상했다. 제자들 이야기에 미소가 번졌지만, 대화 주제가 사법개혁으로 흐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찰개혁이 제도와 조직에 어떤 균열을 냈는지 지켜본 그로서는 정치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개혁의 최종 목표가 국민의 이익이 아니고, 정파적 이익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민 변호사는 사법시험 30회로 법조계에 입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법의 ‘현실’과 ‘이론’을 모두 몸에 익힌 인물로, 현장을 아는 실무가이자 법 원리에 충실한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사법개혁에 대해 가진 우려는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민 변호사는 “3법 하나하나가 국민의 법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한데,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3월 5일과 12일 두 차례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법왜곡죄,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고소·고발 난무 우려

    사법개혁 3법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법왜곡죄다. 긍정적 측면은 거의 찾기 어렵고, 부정적 폐해는 상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법조문에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과 같은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이나 피의자 입장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아전인수 격 해석을 할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고소·고발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물론 판사와 검사는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겠지만,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순간 압박을 느끼게 될까.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라질 때, 기존 판례와 다른 판단을 하게 될 때, 다수설과 다른 판단을 할 때 재판 당사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검찰과 법원에 정의의 최후 보루가 될 것을 요청한다. 검사와 판사가 피의자와 피고인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퇴보하게 되고, 최종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판사의 재판 진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법왜곡죄로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는 그렇게 많진 않을 것이다. 검사가 법왜곡죄를 이유로 판사를 고소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피고인이 판사를 고소하는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판사 입장에서는 고소를 당하면 일단 조사받아야 된다.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피고인이 사건과 별로 관계가 없는 증거를 제출하거나 증인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래대로라면 판사가 소신껏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증거신청을 기각했을 텐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당연히 재판 진행도 늦어지게 된다. 이 역시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법왜곡죄 시행 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1호로 고발됐는데.  

    “가령 ‘검찰이 정치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검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는,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 역시 보복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풍토가 이어진다면 사법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권력 행사에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사법개혁 3법 시행 첫날인 3월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선고와 관련해 법왜곡죄로 고발됐다. 뉴스1

    사법개혁 3법 시행 첫날인 3월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선고와 관련해 법왜곡죄로 고발됐다. 뉴스1

    향후 진영 논리에 따라 판·검사를 고소·고발하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런 경향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사법부 최고 권위로 여겨지는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1호 고발 대상이 된 상황만 봐도 이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재판소원제도는 어떤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불리한 판단을 받은 당사자가 헌법 위반을 빌미로, 관성적으로 사건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가지 않을까. 사실 헌법 위반 여부는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다. ‘무조건 끝까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재판소원제도는 당사자에게 비용과 노력만 추가적으로 쓰게 하는 희망 고문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정치인들에게는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절차가 추가되는 만큼 연명의 기회로 악용될 수 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어떤가.

    “무엇보다 이념적으로 하나의 정권에서 대법관 임용을 과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혁? 정치권 생존 논리와 강성층 여론의 결합 산물

    여권은 사법 불신 풍토를 개혁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제도나 국가기관도 100% 신뢰를 받을 수는 없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혁의 명분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개혁으로 얻는 국민적 이익이 그로 인한 불이익보다 더 커야 한다. 실제로는 이익이 ‘상당히’ 커야 한다.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법개혁 3법은 기대되는 이익보다 예상되는 폐해가 훨씬 커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최근 입법 흐름에 팬덤 정치와 진영 갈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팬덤 정치도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이념적 지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됐다는 점이다. 진영 논리가 국민 의식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강성 지지층이 정책 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극단화된 논리는 합리적 판단을 흐리고 국가정책과 제도가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한다. 사법개혁 3법 역시 일부 정치권의 생존 논리와 강성 지지층의 여론이 결합한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일부 정치 유튜버까지 가세해 가짜 뉴스나 왜곡된 메시지를 확산하며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민 변호사는 “개혁의 최종 목표가 국민의 이익이 아니고, 정파적 이익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우려했다. 지호영 기자

    민 변호사는 “개혁의 최종 목표가 국민의 이익이 아니고, 정파적 이익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우려했다. 지호영 기자

    실제로 “각종 개혁 정책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지금은 고전이 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과거에는 쿠데타처럼 총칼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면, 현대의 민주주의는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합법적으로 파괴된다고 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조문보다 ‘보이지 않은 규범(soft guadrails)’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상대 당을 적이 아닌 경쟁자로 인정하는 것, 법적 권한이 있어도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권력 행사를 스스로 절제하는 것 등이 속한다. 압도적 여대야소의 현 정치 상황에서 힘을 가진 정치인들이 특별히 유념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가 합법적 절차 속에서도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인권을 강압적으로 침해하거나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합법의 외피를 쓴 채 제도가 실질적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있고, 국민이 그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다. 가령 지난 정부 당시 국회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31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탄핵소추권이 부여돼 있다 할지라도 요건을 충족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형식적 적법성을 충족했더라도 바람직한 정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중요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는 결국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거짓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시민 개개인이 합리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잊히지 않는 제자들 얼굴…인생의 화양연화였다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나.

    “검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학교에 와 젊은 학생들과 호흡하며 지내다 보니, ‘즐겁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행복했다. 돌이켜 보면 교수로 지낸 시간은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할 만큼 행복감으로 충만한 시절이었다. 교정을 걷고 있으면 학생들이 쪼르르 달려와 ‘교수님’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네던 모습, 스승의 날이면 꽃을 들고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던 일, 졸업한 제자들이 안부를 전하며 함께 식사하자고 연락해 오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졸업식에서 제 축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던 학생들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제자들에게 특히 강조했던 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법조인이 되면 최소한의 명예와 경제적 보상은 따르지만, 결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변호사는 장사꾼이 아니다. 인권 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할 공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늘 당부했다. 나 역시 다시 변호사로 돌아온 만큼,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법 제1조의 정신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 더 눈을 돌리고, 개인적 행복과 공익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싶다.”

    법조인으로서의 원칙과 가치관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나.

    “경남 밀양의 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자랐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늘 원칙을 지키며 사셨다. 제가 검사로 일하던 시절 주변에서 이런저런 민원이나 부탁이 많았을 텐데,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런 일을 몹시 못마땅해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공직자로서,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되겠구나’ 생각해 보고 다짐하게 됐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의 조용한 가르침이 삶의 기준이 됐던 것 같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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