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호

화교인맥 끌어안고 틈새시장 뚫어라

천진환 LG고문의 중국비즈니스 조언

  • 천진환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초빙교수/LG상사 고문 > jhchun1@yahoo.com

    입력2005-03-30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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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 무더운 여름날 참으로 뜨거운 ‘중국열(熱)’을 접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경제는 무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8.1%의 경제성장률을 실현했다. 이는 단연 세계에서 으뜸가는 성장세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즉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한마디가 중국 인민을 ‘혁명의 대오(隊伍)’에서 ‘개혁·개방의 대오’로 전환시킨 지 20여 년 만에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장기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덩샤오핑부터 장쩌민(江澤民)에 이르는 지도층의 역량이다. 권력변동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주의체제의 특징도 그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으나, 옳다고 믿는 국가발전전략을 시종일관 조금도 흔들림 없이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커다란 혜택이었다.

    ‘개혁의 주체이자 개혁의 대상’이라는 모순에 빠져 있는 중국 공산당도 권력의 정당화를 위한 매개체로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13억명에 달하는 엄청난 내수시장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터전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 살고 있는 5500만 화상(華商)들이 개혁·개방 이후 자신들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실행한 개미군단식 투자도 중국경제 발전에 견인차 노릇을 했다.

    중국인이 9개의 볼펜을 가지면?



    공급과잉과 치솟는 생산단가에 허덕이던 세계 유수의 다국적기업들 앞에 열린 ‘죽(竹)의 장막 너머’는 블랙홀과 같은 흡인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책은 있으나 수단이 부재했던 중국에게 다국적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돈과 기술을 퍼다주는,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다국적기업은 이제 최첨단 기술뿐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까지 중국에 전수하고 있다. 이들 역시 중국경제 발전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도대체 중국시장은 얼마나 클까. 우스운 비유를 들어보자. 현재 미국인 1인당 평균 볼펜 소유량은 9개라고 한다. 서재와 거실, 사무실에 몇 개씩 놓아두고 주머니에도 한두 개는 꽂고 다닌다.

    그런데 중국인은 한 사람당 평균 0.5개의 볼펜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볼펜을 9개씩 가지려면 전세계의 볼펜 제조회사들이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도 영원히 그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물론 이처럼 단순한 논리로 중국시장의 수요를 예측,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외국 기업도 허다하다. 알뜰한 중국인들이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미국인들처럼 여기저기 볼펜을 던져놓고 쓰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계획(10·5計劃) 기간인 올해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통계수치를 본래 수치보다 낮게 발표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식으로 발표한다면 8%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은 중국사람들과 우리의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

    최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중국 정부와 국민이 열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울러 미국과 협상이 타결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것이라는 소식도 접했다. 이들 두 ‘사건’이 경제와 산업구조를 한층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경제발전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놓고 언론은 언론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새삼스럽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시장이 우리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위기인가 하는 화두(話頭)가 유행하고 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답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즉 위기를 선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5년 전의 충격

    지난 15년간 중국대륙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중국인들은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서 앞뒤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대응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남이 선수를 치고 나가면 그제서야 허둥지둥 대처하기에 급급한, 그래놓고도 잠시 큰불을 끄고 나면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지나쳐버리는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앞으로도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한다면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고 새로운 사업도 대거 출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도 무역과 투자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심하고 준비를 게을리한다면 중국경제의 급성장은 기회가 아니라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중국시장이 우리에게 세계 어느 시장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비단 중국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 각 분야의 문제점과 실상도 똑바로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필자는 1984년 초부터 중국을 방문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80여 회에 걸쳐 중국을 드나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과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인 1986년, 도쿄를 경유해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일본경제신문사의 한 기자를 만난 일이다. 그는 이전에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도 했고 현재는 이 신문의 경제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당시 그는 중국의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베이징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그는 필자에게 참고가 될 것이라며 작은 책자 한 권을 건네줬다.

    그 책자는 일중(日中)우호협회가 펴낸 것으로 중국 각 지방의 세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각 시(市)의 공업용수 가격, 토지비용, 전기료, 인건비 등은 얼마이고, 투자입지로서의 여건은 어떠하다는 등 유용하고 자세한 정보가 가득했다. 그때 막 중국에 대해 배우겠다고 첫발을 내디딘 필자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그와 같은 자료를 찾을 길이 없다. 설령 어딘가에 그런 자료가 있다 해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역사, 문화, 사회 등 각 방면에서 중국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이익의 연결고리가 없는 대다수 일반인들은 아직도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사람들은 못 산다” “중국은 여러 나라로 분열될 것이다” “2010년에 중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다” “중국인들은 만만디라 행동이 굼뜨다” “중국에선 줄을 잘 잡아야 만사형통이므로 시(關係·연줄, 인맥)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등 피상적인 이해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 가까운 나라 일본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며 대학과 서점가에 ‘일본 알기 붐’이 일던 때가 있었다. 그 후 우리는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얼마나 연구했는가. 그것도 냄비처럼 끓다 만 일과성 유행이었던 것은 아닐까.

    평소 중국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던 서구 기업의 중국 담당자들은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나름대로 여러 문헌과 통로를 통해 중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렇게 배운 대로 실무를 적용하며 시행하는 과정에 옳고 그름을 찾아내기 때문에 좀처럼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 빨리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제대로 깨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있다. 이들 민간 사회단체들이 중국 연구를 솔선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벌이고 투자하는 것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 자본과 기술을 겸비한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도처에 투자하고 사업을 일으킬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함께 사업을 끌어갈 수 있겠는가. 사회단체들이 지역별로, 분야별로 중국을 활발하게 연구한다면 중국인들과의 비즈니스에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수교하기 전후에 중국 전문가를 찾고 새로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비즈니스 첨병으로 주재하고 있지만, 과거부터 많은 실전경험과 지식을 쌓아온 전문인력은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외환·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구조조정의 명분 아래 기업과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수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다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3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다. 매사에 인내심이 결여되고 즉흥적이며, 남이 하니 나도 뒤질세라 눈감고 뛰는 식의 우둔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대외 경제지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수직상승하고 있는 마당에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10년 계획도 못 세우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금의 중국 열기도 올해 말, 기껏해야 내년 어느 시점에 가서 한낱 거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산업 분야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기계 전자 유화 자동차 건설 등의 전통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정보통신 신소재 생명공학 우주항공 IT산업 등 최첨단 산업의 병행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길어야 10년 정도면 단순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 철저한 사전 대응과 기술력 제고가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경제와 기업의 생존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외환위기로 흔들리는 동안에도 중국은 산업육성과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국유기업의 통합·재편과정을 통해 거대 기업들이 출현했고,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과 항공, 미디어 등 외국 기업의 진입을 규제해온 기간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힘썼다.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정치·경제적 부담에도 이러한 체질개선을 통해 일부 기업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발전상을 목도하는 지금 우리는 어떤 대처방안을 내놓아야 하는가. 우리에게 중국시장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됐지만, 지금까지 써온 방법이나 생각으로 중국과 경쟁하기는 벅차기만 하다.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우리에게 적합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그간 중국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한편, 자국 기업들을 적극 육성했고, 그 결과 세계시장 곳곳에서 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런 중국에게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니 잠시 멈추고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중국경제의 부상에 따른 치밀한 대응전략을 하루속히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실마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기존의 우리 정부와 기업 주도의 대중(對中)경제협력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옳다.

    중국에는 벌써 우리의 기술력 수준을 넘어선 현지 기업이 상당수 있고, 맹렬한 기술신장 속도로 보아 조만간 우리를 추격할 산업부문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에서의 경쟁은 후발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힘겹지만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을 파고드는 다국적기업과의 경쟁 역시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시장을 마치 우리가 조정·관리한다든가,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이익만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서로 협력하고 합작투자 등을 통해 상호 이익을 누리자”는 말들이 협상테이블과 관영 언론을 장식하곤 하지만, 이는 듣기 좋은 외교적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우리를 그들의 진정한 파트너로 간주하기에는 우리가 역부족인 듯하다. 또 우리나 중국이나 두 나라 산업이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제 그 성과가 나타난 사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 원하는 바를 알아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상호 협력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중국 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그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기회가 성숙해지면 전체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철저한 현지 조사와 연구를 통해 중국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는 중국시장에 뿌리 내리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경쟁구도에서 비롯된다. 중국시장 공략은 그곳에서 얼마나 빨리 현지화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중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국을 주시장이자 근거지화하는 전략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셋째, 현지 경영과 기술개발 과정에 중국 내 고급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에는 단순노동력도 풍부하지만 고급인력 층도 두껍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일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비즈니스 상식은 인구대국 중국에서 더없이 잘 들어맞는다.

    화교 인맥을 강화하라

    넷째,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사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목적은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수익을 얻으려면 우회적인 방법보다는 현지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하고, 여기에는 장기적인 안목의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연구작업이 필수적이다.

    단숨에 얻을 수 있는 소득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이 비즈니스 여건이 복잡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상당수 우리 기업은 우리보다 조건이 좋은 중국의 사업환경을 이용해 비교적 손쉬운 국내 역수입에 종사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을 제1의 내수시장으로 겨냥해야 하는 전략적 목표와 배치되는 단기적 발상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중국이 저렴한 노동비용을 바탕으로 제공해온 단순 제조기지로서의 메리트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사업에 참여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비즈니스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게임의 법칙’이 확립되어 지금까지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시문화가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의 국가발전전략에 따라 우리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착실히 다져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라면 서슴지 말고 발전의 핵심지역으로 뛰어들어 각자의 역량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를 놓고 고민했지만, 이제는 진출은 하되 언제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가 됐다. 기술과 자금이 허락한다면 하루라도 일찍 진입할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 믿는다.

    다섯째, 화교권과 적극적인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 화교는 대만을 포함하면 5500만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도처에서 놀라운 상술과 네트워크를 무기로 막대한 경제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0년대 말부터 중국에 대거 진출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물론 민족, 문화, 언어 등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화교 인사들과 인맥을 강화해 중국으로 동반 진출하거나, 일단 홍콩 기업과 합자회사를 홍콩에 설립하고 가능하면 그 곳에서 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자금을 동원해 함께 중국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국제화하는 과정에 세계경제 발전의 한 축과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러한 기업 활동을 축으로 점차 그 폭을 확대해 갈 때 우리가 구상하는 동북아 경제통합의 기반도 다져질 것이다.

    4대 경제권을 다시 보자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이라 해도 그 사업의 성격과 기술적 노하우를 아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달려든다면 틀림없이 실패한다.

    그러므로 중국 사업에 배치할 인재를 육성하고, 중국에 대한 연구를 일시적이 아닌 항구적인 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최고 일류의 인재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한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중국인들은 “중앙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지방에서는 대책이 나온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을 자주 한다. 중앙정부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하는 지방정부와 하급 단위의 자세를 비꼰 것이다. 이런 태도는 정부 정책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판단되면 가급적 이를 피해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지방정부와의 계약이 곧 중앙정부의 승인으로 이어질 수 없듯이, 중앙정부의 승인 역시 지방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면적이 방대하고 지방마다 문화와 언어도 다양하므로 진출지역에 따라 접근전략을 차별화하고, 영업은 물론 투자지역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경제의 핵심지역은 화북권, 화남권, 화동권, 내륙권의 4대 권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외국 기업들도 이들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추세다.

    가령 한국 기업들은 그 동안 조선족을 활용한 언어소통의 용이함과 지리적 인접성을 무기로 화북권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 반면, 대만 기업들은 화동권의 상하이지역에 약 40만명, 화남권의 홍콩을 중심으로 약 20만명 등 총 70만명의 직원을 중국에 상주시키면서 상당한 수익을 끌어내고 있다.

    대만 기업의 대륙 투자는 2000년 말 현재 300억달러에 달하며, 광둥(廣東)성에 34.6%, 화동지역(장쑤성, 상하이, 저장성 포함)에 35.8%, 푸젠(福建)성에 11.2%를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경제성 위주의 투자에 주력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4대 경제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산업배치와 진출전략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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