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의 세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질환 전문의들은 전세계적으로 생활환경 변화와 대기오염 등 요인에 의해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전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의 15∼30%를 알레르기 비염 환자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의 15% 정도(성인 10%, 소아 2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집먼지진드기가 주 원인물질로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 그것이다.
꽃가루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자는 전체 알레르기 환자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지난해 프로골퍼 박지은이 데뷔 초기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미국 USA챔피언십 대회에서 컷오프를 당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박지은은 당시 재채기와 콧물이 줄줄 나오고, 눈이 충혈되고, 코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는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던 것이다.
박지은의 경우처럼 알레르기 비염은 공기 중에 코점막과 ‘궁합’이 맞지 않는 특정 물질이 들어와 코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했을 때 생긴다. 이때 배가 아플 정도로 심한 발작적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증상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눈이나 코, 입천장이 가렵기도 하다.
그런데 알레르기 비염은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목소리 변화, 후각기능 감퇴, 목 통증 등도 동반하므로 자칫하면 감기나 축농증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감기인 줄만 알고 내과나 이비인후과 치료를 열심히 받다가 뒤늦게 알레르기 질환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잖다.
감기에 의한 감염성 비염은 재채기 횟수가 알레르기 비염에 비해 비교적 적으며,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런 콧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알레르기 비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나 축농증과는 차이가 나므로 그 치료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 천식 또한 일반적으로 기관지 천식 증상(발작적인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과 유사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호흡곤란이나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없이 발작적인 마른 기침만 하거나 그냥 가슴이 답답한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 알레르기성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알레르기 천식 전문의 남송현 박사의 말이다.
남박사는 또 1년에 서너 번 이상 기침과 콧물로 고생하거나 일주일 이상 콧물과 기침이 계속되면 알레르기 천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레르기 천식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소아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 체질의 소아들은 태열(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을 번갈아 앓는 특이적인 현상도 보인다고 한다.
여하간 모든 알레르기 질환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진단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피부 반응검사, 혈액 검사, X선 촬영 등을 통해 환자의 알레르기 유무 및 그 원인물질 그리고 증상이 심한 정도에 대한 진단을 내린 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주목받는 식빌딩 증후근
알레르기 질환 환자로 판명날 경우 무엇보다도 알레르겐(항원)을 찾아내 그 원인 물질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제1단계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이른바 ‘회피요법’은 원칙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집먼지나 집먼지진드기 그리고 공기 중에 날리는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애완용 동물의 털 등을 전부 없애거나 완전히 회피한다는 의미다. 또 증상을 악화시키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찬 공기도 피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물질인 DEP가스는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물질이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실내공기 오염 등으로 인한 ‘식빌딩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도 증가하고 있어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식빌딩 증후군은 새로 지은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에 기침이나 코막힘, 천식, 두통, 만성피로, 가려움 등 원인을 특별하게 규명짓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로 WHO(세계보건기구)가 명명한 이름이다.
식빌딩 증후군을 유발하는 실내공기 오염 물질은 단일성분에 의한다기보다는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실내공기는 다양한 크기의 먼지, 곰팡이,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성 물질, 건물내 페인트·절연물질·사무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성 화학물질 등으로 오염돼 있으며 온도·습도·냄새·바람·환기 상태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식빌딩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알레르기 비염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의 이상덕 박사팀(하나비과학연구소)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새 건물의 경우 실내 내장제로부터 발산되는 화학물질이 식빌딩 증후군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실내 장식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실내 페인트에서는 가스성 자극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가 뿜어져 나오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물질이 혈관내 호산구(알레르기 염증 세포)의 유입을 촉진시켜 비점막을 자극하고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새로 지은 아파트나 빌딩에서 질이 좋지 않은 실내 페인트를 사용했을 경우 포름알데하이드의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 새로 지은 집이나 사무실에 이사간 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이 물질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덕 박사는 결론적으로 포름알데하이드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되고 비염 환자에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새로 지은 건물의 경우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 유지 그리고 환기 시설을 적절하게 설치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는 배기가스 등 오염된 대기에, 안으로는 깨끗하지 못한 실내공기에 하루 종일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로부터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이박사의 현실적인 조언.
“알레르기 환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내를 청결히 하고, 먼지가 쌓이기 쉬운 카페트나 소파(특히 천으로 된 것)를 치워 보거나, 베개나 침구류를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세탁을 한다든지, 실내 온도와 습도 그리고 환기시설을 잘 조절하여 진드기가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또 꽃가루가 날리는 때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 외출할 때에는 안경이나 마스크를 사용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코를 풀고 물로 눈을 씻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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