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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苦言

  • 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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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의 목소리는 높고,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도 분명하고, 그들이 지목하는 반개혁세력의 윤곽도 드러나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는 국정개혁의 비전이 무엇인지, 즉 개혁의 ‘본질(substance)’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머릿속에 개혁의 미래상이 각인되지 못한다. 오히려 실체가 불분명한 ‘섣부른 개혁만능주의’만 부르짖다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과 생산력 기반만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노무현 정부 들어 사회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첨예해졌다. 정부의 원칙없는 ‘한쪽 편들기’탓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우리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심경이었다. 많은 이들은 이 기회에 기성질서의 낡은 부분과 어두운 구석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참신하고 바른 질서가 창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은 새 정부가 그 진보적 성향 때문에 자칫 이념과잉이나 포퓰리즘의 여울에 빠져 사회통합을 해치고 국제경쟁력을 하락시켜 국정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되어간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은 어떤가.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점차 퇴색하고, 우려가 부쩍 늘고 있는 분위기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 현재 눈앞에 전개되는 상황을 매우 혼란스럽게 인식하고 있다. 보통 정권교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념갈등이라든가 세대간·집단간 갈등은 얼마간 예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의 원칙없는 한쪽 편들기 국정운영으로 인하여 이들 제반 갈등이 조정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되고 첨예해지는 형국이어서 매우 심각한 사회분열과 국정혼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남북문제, 대미 관계, 노사갈등 등 어느 쟁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 경제 여건 또한 매우 불안해서,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는 빨간 불이 켜져 있고 정부정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저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3∼4%대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에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가 국민소득 ‘1만달러 덫’에 걸려 경제가 추락하는 남미형 성장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하는 강박관념마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여소야대 상황에다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민주당의 집안싸움이 심각하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지역적 정치기반이 취약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 그리고 진보적·민중적 사회세력 속에 지지의 뿌리가 있다고 하나, 이들의 지지는 지역연고만큼 견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도 유동적이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와 그 개혁 프로그램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도전세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개혁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어 국민의 보편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게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얼마간 만성적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사회운동적 개혁정권이다. 따라서 국정개혁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공적 개혁을 위해서는 국정개혁의 비전과 프로그램, 이를 수행할 국정운영시스템과 정치적 리더십, 그리고 여기에 투입할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이들 개혁의 성공조건들을 중심으로 지난 5개월간의 상황전개를 점검하고,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국정개혁 비전]

새 정부는 긴 호흡을 가지고 성취하고자 하는 중장기적 비전을 선보이는 것이 상례다. 비전은 국정목표와 중심과제를 집약한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정부의 철학과 나라의 미래상을 반영하며, 이상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정권의 상징정치적 능력을 축약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잘 짜여진 국가비전은 주요한 정책 어젠더를 만들어내는 산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개혁정권임을 자임하는 노무현 정부에게 있어 국정개혁 비전의 중요성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할 수 있다.

국정개혁 비전은 다음 두 가지 기능을 발휘할 때 제 구실을 다하는 것이다. 하나는 그것이 정부의 중심적 국가활동 및 국가경영의 준거 틀이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이 국민들의 심상(心象)에 강하게 각인되어 이들에게 엄청난 동기와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상의 국가비전은 정부와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어 미래의 국가목표를 향해 매진하도록 만들어주는 묘약(妙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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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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