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묶인 개가 짖을 때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묶인 개가 짖을 때
묶인 개가 짖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다

그대, 은현리*를 지날 때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움찔거리지도, 두려워 물러서지도 마라

묶여서 짖는 개를 바라보아라, 개는



그대 발자국 소리가 반가워 짖는 것이다

목줄에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상의 작은 인기척에도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모른다

그 소리가 구원의 손길 같아서

깜깜한 우물 끝으로 내려오는 두레박줄 같아서

온몸으로 자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묶인 개가 짖는 것이다

젊은 한때 나도 묶여 산 적이 있다

그 때 뚜벅뚜벅 찾아오는 구둣발 소리에

내가 질렀던 고함들은 적의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불빛 같은 신호였다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쓸쓸하여 굳어버린 그 눈을 바라보아라

묶인 개의 눈알에 비치는

깊고 깜깜한 세상을 보아라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필자가 사는 산골마을)





시마당

매거진동아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