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에 이어 불거진 북핵 사태와 관련, 한반도의 미래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예언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미군 철수 및 남북한 전쟁과 통일,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 공황 등을 연도별로 제시한 이 예언서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런 책을 쓴 ‘도사’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가.
인하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는 남창희 교수(정치외교학)의 말이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고 말한 책은 ‘이것이 개벽이다’(저자 안경전·대원출판)라는 예언 서적. 프랑스 출신의 16세기 예언가 미셸 노스트라다무스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예언가로 평가받고 있는 20세기의 인물 에드가 케이시를 비롯,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격암 남사고 등 동·서양의 유명 예언자들이 남긴 예언을 담고 있는 책이다. 유·불·선·기독교 같은 종교의 성자들이 경전에 남긴 예언까지 종합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있다.
‘예언의 종합백과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1983년 처음 국내에 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 4월 개정신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상권의 경우 발간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려 30여만 부가 팔렸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반도는 바둑판, 한민족은 바둑돌
남교수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21세기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부분. 특히 구한말 때의 종교가이자 사상가인 강증산(姜甑山·1871∼1909년) 선생이 21세기 우리 민족이 겪게 될 험난한 행로를 묘사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 똑떨어지게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한말 강증산 선생은 이미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됐다가 곧바로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할 것을 내다봤습니다. ‘상투를 튼 사람들(한민족을 지칭)이 조선의 태극선(38선 혹은 휴전선)에서 씨름(전쟁)을 벌이게 된다’고 말했어요. 6·25전쟁 후 그어진 휴전선 모양이 태극과 닮은 걸 생각할 때, 태극선이라 묘사한 점은 신기할 정도예요.
그리고 ‘씨름판에서 소(牛)가 나가면 판을 걷게 된다’고 예언했는데, 1990년대 중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를 몰고 휴전선을 건너가 예언이 현실화됐으니, 앞으로는 판을 걷는 일, 즉 남북의 대결이 끝나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19세기의 인물이 어떻게 100여년 후의 역사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는지, 정치학자로서 무척 궁금할 따름입니다.”
증산은 남북한 대결을 국제 역학 관계에서 거시적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땅을 바둑판으로 설정하고, 한반도 사람들은 바둑판 위에 놓이는 흑돌과 백돌로, 그리고 바둑을 두며 대결을 벌이는 주체(나라)를 신선(神仙)으로 묘사하며 이렇게 노래했다.
‘두 신선이 바둑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손님 대접만 맡았나니 연사(年事)에 큰 흠이 없어 손님 받는 예(禮)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을 다한 것이니라. 바둑을 마치고 판이 헤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남교수는 한반도라는 바둑판 위에서 대결을 벌이는 네 신선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라고 해석했다. “한반도의 비극적 현실을 풍류적으로 표현하면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잘 차리면 된다고 예언한 이 대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앞으로 전개될 4대 강국의 각축전에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남교수의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 민족은 언제쯤 바둑판을 회수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현재 가장 첨예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세계 최강의 파워 미국은 과연 어떤 행보를 취할까? 또 한반도전쟁 같은 불행한 사건은 앞으로 다신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이것이 개벽이다’는 19세기의 선지자 강증산의 입을 빌려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역사의 큰 흐름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장차 일청전쟁이 두 번 일어나리니 첫 번에는 청국이 패하고 말 것이요, 두 번째 일어나는 싸움이 10년을 가리니 그 끝에 일본은 패하여 쫓겨 들어가고 호병(胡兵)이 침노하리라. 그러나 한강 이남은 범치 못할 것이요, 미국은 한 손가락을 퉁기지 않아도 쉬이 들어가게 되리라. 이어 동래 울산이 흐느적흐느적 사국(四國) 강산이 콩 튀듯 하리라.’
이 예언은 1900년대 중반 증산 선생이 하늘과 땅의 선천(先天) 운수(運數)를 뜯어고쳐 후천(後天), 즉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천지공사(天地公事)’를 집행할 무렵에 제자들에게 들려준 것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순차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00년대 이후 일본과 중국은 두 번에 걸쳐 전쟁을 일으킨다. 첫 번째 일청전쟁은 일본이 1931년에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침탈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청(중국)이 졌다. 두 번째 일청전쟁은 일본이 1937년 중국에서 노구교사건을 일으켜 중일전쟁으로 끌고 간 것을 가리킨다. 증산은 이 전쟁이 10년을 끈 후 일본이 패한다고 예언했다. 실제로 일본은 10년간 전쟁을 벌이다가 일본 본토에서 미국의 원자탄 공격을 받아 1945년 항복하고 말았다.
이어 증산은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일어나 호병(중공군)이 침노하는데 한강 이남은 내려오지 못한다고 했다. 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맞아떨어졌다. 6·25전쟁에서 연합군의 공격으로 밀려난 북한군은 중공군의 도움으로 다시 남진했지만 한강 이남까지는 점령하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그 다음 대목이 ‘미국은 한 손가락을 퉁기지 않아도 쉬이 들어가게 된다’는 예언.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은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주한미군을 배치해놓고 있는데, 증산은 ‘한 손가락을 퉁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주 쉽게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미래를 얘기했다. 남교수는 “미군 철수 후에는 앞서 네 신선으로 묘사된 4대 강국이 콩 튀듯 소란스럽게 된다는 예언이 뒤따르는데, 이는 전쟁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고 해석한다.
“증산 선생이 어떤 변수로 미군이 철수하게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놓지 않았어요. 단지 주한미군의 경우 한국이 붙잡고 매달려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미국 본토로 되돌아가고, 그 뒤를 이어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 전쟁 같은 돌발적 사태가 벌어진 뒤 남북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언했지요. 요즘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 움직임 등을 보면 미군철수 예언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교수는 “일부 국방과 안보 전문가들도 증산의 미군 철수 예언 부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예언을 정보의 일종으로 참고한다는 것. 남교수 역시 정보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예언을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개벽이다’는 전세계적인 경제 공황, 한반도에 천연두와 괴질 출현, 지축 변동으로 미국 본토 일부와 일본 열도 침몰 등 무시무시한 예언도 싣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새로운 세상, 즉 후천개벽의 새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적 상황이며 한반도가 통일되면서 평화스러운 세상으로 바뀐다는 희망적인 얘기도 담고 있다.
예언서 출간 러시
아무튼 2002년 상반기에 출간된 ‘이것이 개벽이다’라는 예언서가 국내 독자들의 이목을 끌어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후, 여기저기서 예언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흥미로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구한말 이후 내려오던 비결서(秘訣書)를 현대적으로 해설한 ‘난세의 국운-송하비결’(도서출판 큰숲)은 발간된 지 한 달 만에 1만부가 팔렸다. 탁월한 예언 실력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려 고정 독자층도 확보하고 있는 임선정(불교 아카데미 대자원 원장)씨 또한 ‘천도(天道)’라는 제목으로 ‘예언서 제3탄’ 출간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무속인들이 ‘신의 계시’라는 명분으로 펴낸 예언 서적까지 합치면 무려 10여 종의 예언서가 현재 서점가에 나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예언서 출간 러시는 미국의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 그리고 북핵 문제 등 오늘의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조용헌 교수는 “사회가 매우 어수선해 불안감이 증폭될 때 예언서가 주목을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언서 가운데 하나인 ‘정감록’이 성행했던 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로 조선의 사회 체제가 급격히 무너질 때였습니다. 구한말 조선왕조가 몰락할 때도 온갖 참서들이 유행했었습니다. 이처럼 극심한 사회 변동기에 삶을 추스르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릴 때 사람들은 예언서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지요. 인간은 미래를 알고 싶은 본능적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이런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예언서가 미래 상황을 경고해 사람들로 하여금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한다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불안감을 지나치게 조성해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현재 그런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300억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부동산 임대업자 김춘길(53·가명)씨가 바로 그 경우. 김씨는 지난 5월 “부동산으로 재미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모든 자산을 현금화했다. 이재(理財)에는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김씨는 가족이 살던 서울 강남의 60평형대 아파트까지 고가에 처분, 전세살이를 택했다. 한창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기에 “돈 많은 사람이 살던 집까지도 처분하느냐”며 주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 얼마 뒤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이 발표되고 부동산 거품이 점차 꺼져들자 김씨는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이후 김씨는 현금화한 자산을 ‘적절하게’ 포트폴리오 했다. 현금 일부는 금괴를 사모으는 데 썼고, 일부는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맨해튼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최고급 맨션을 수백만달러에 구입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동남아의 신흥시장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앞으로 돈 벌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이같은 결정을 하기까지 자신이 읽은 예언서에서 받은 영향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 책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되고 한반도의 경제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사실 저는 예언 따위는 미신이라고 여겨 잘 믿지 않는 사람인데, 최근 뉴스를 보니까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한국의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든 것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막상 예언서에 그렇게 쓰여 있어 구체적으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부유층의 해외 재산 도피
부동산을 현금화하거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행위는 비단 김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둡고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국내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골드바’를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서울 종로구 종로3가 귀금속 전문 도매상가에는 금 1kg(시가 1500여 만원) 이상을 구입하려는 문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고 한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모(36)씨는 “얼마전 인근 도매상가에서 1억원대의 금을 한꺼번에 구입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50억원 상당의 금괴를 몇 차례에 걸쳐 구입해간 ‘왕 큰손’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는 해외 동포신문의 광고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뉴욕 현지의 한국신문에는 ‘비밀 철저 보장. 000부동산컨설팅’식의 광고가 자주 실린다. 이들 광고는 주로 한국에서 불법으로 빼돌린 돈으로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 살고 있는 재미동포 이모씨(39)의 말.
“요즘 들어 한인 부동산신문에서 이같은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실제 몇 백만달러짜리 집을 구입하면서 현찰로 바로 지불한 한국인들 얘기도 듣고 있지요. 북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부쩍 늘었는데, 미국에 사는 한인들 중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유층의 재산 빼돌리기는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도 전염병이 번지듯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권 부동산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한반도는 ‘큰 손’들이 빠져나갈 정도로 안전하게 살기 어려운 곳, 외국 땅은 환란을 피할 수 있는 곳일까?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예언서는 오히려 외국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것이 개벽이다’에서는 조선 중종, 명종 때의 대학자이자 ‘궁을가(弓乙歌)’라는 예언서의 저자인 정북창 선생(1506∼49년)의 예언을 일부 소개한다.
‘애고 애고 저 백성아, 간단 말이 어인 말고. 고국본토 다 버리고 어느 강산 가려는가. …부모 처자 다 버리고 길지(吉地) 찾는 저 백성아. 자고(自古) 창생 피난하여 기만 명이 살았던가. …일편수신(一片修身) 아니하고 가고 가면 살아날까.’
정북창은 미래의 후손들이 조국을 떠나가는 현실을 애달파하며 오히려 한국에 있어야 목숨을 보존할 기회가 많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예언은 주역(周易)과 정역(正易)에 조예가 깊었고 당대 최고의 학승으로 대접받은 탄허스님(1913∼83년)의 예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철저하게 역학(易學) 지식을 근거로 하여 탁월한 예언을 남긴 탄허스님은 “현재 23도7분 가량 기울어진 지구의 축이 바로 세워지는 날이 후천 개벽하는 날인데, 마치 처녀가 초경(初經)을 치른 이후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듯이 지구도 초조(初潮)를 치른 후 성숙해지는 현상”이라면서 “지축이 정립하는 순간 전세계 인구의 60∼70%가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되는데, 한반도는 지구의 주축(主軸) 부분에 있기 때문에 가장 피해를 적게 볼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즉 예언서의 표피적인 부분만 믿고 섣부르게 행동하면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개벽이다’ ‘송하비결’ 등 대부분의 예언서들은 냉전의 최후 전선지대인 한반도가 21세기에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간에 이를 극복하는 곳 역시 한반도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년간을 매우 위태롭고도 불안한 상황으로 설정한 것도 예언서적들의 공통점이다. 탄허스님의 예언처럼 지구와 지구인들이 ‘처녀가 초경을 치르는 아픔을 겪고 성인으로 성숙하듯’ 10년간 인고의 세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피타오 인터내셔널’이라는 명상단체의 지도자이자 몇 해 전 ‘3000년의 약속’이라는 예언서를 펴낸 한바다(필명)는 10년간의 세월을 ‘가후천(假後天)’이라는 말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이 언제 북한을 공격할까?
한반도의 경제가 향후 몇 년간 매우 어려울 것으로 진단, 경제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송하비결(松下秘訣)’이란 예언서는앞으로 10여 년 동안 일어날 일을 연도별로 구체적으로 예언하고 있다.
“2004년 미국의 대통령(巨羊首魁)이 횡액을 당해 죽게 되고(將亡橫厄) 국제 정세가 혼미를 거듭하면서 미국의 대외노선은 더욱 강경해진다(萬方號令). 바로 그해 북한이 하늘의 명을 따르지 않아(北門未順) 한반도에 병란(兵亂)의 화가 미친다(兵禍必至). 이때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앞으로 수년간 경제불황으로 매우 고달프게 될 것이다(不然民枯). 2005년 일본에 경제 위기가 닥치고(內憂壞亂), 2006년부터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지독한 괴질이 창궐하여(世行毒疾)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人命多傷). 2007년 미국에서는 땅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地中炎狂) 미군은 고향으로 돌아간다(巨羊歸鄕). 그러나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 핵이 투하되어(松下有豚, 핵을 가리키는 상징 한자) 흰 광선이 눈을 가린다(白光遮目).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북한의 정권은 붕괴되고(黑龍吐血) 남북한은 통일된다.”
‘공포의 예언서’라 불리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제세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예언의 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한반도의 정치·경제적 정세가 극히 위험하게 펼쳐지지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라고 해서 테러와 같은 공포, 지진 같은 자연 재해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송하비결’은 ‘미국 역시 종국에는 기세가 꺾이게 될 것(終極折氣)’이라고까지 예언하고 있다.
‘송하비결’은 조선 헌종 때(1845년) 태어난 김씨 성을 가진 송하옹(松下翁)이란 도인이 조선조 말부터 2010년대까지 120여 년 간의 세상 운수를 2800여 자의 사자성어 형태로 예언한 ‘비결서’라고 한다. 이 비결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출간한 이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인 황병덕(黃炳悳·50) 박사인데, 책에서는 ‘황남송’이란 필명을 쓰고 있다.
황박사는 독일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북한 문제를 연구해 온 사회과학자다. 북한 김일성의 사주를 보고 1994년 음력 6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을 예측해 통일연구원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는 “송하비결의 과거 예언들이 사실(史實)로 입증됐음을 보고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접목해 이 예언서를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송하비결’과 만난 때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신동아’ 2002년 1월호에서 미국의 9·11테러를 예언하고,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씨 성이 정씨 성으로 인해 고배를 마실 것이라고 소개한 ‘소강절의 매화역수 부록편’(송하비결)을 읽어본 뒤 전체 원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자는 욕구가 일었다고 한다.
연도별로 지구상에서 일어날 일을 예언하고 있는 이 책은 결론에서 ‘지구상에 혜성(彗星)과 괴성(怪星)이 출현해 지구 곳곳에 불길이 일어나 해와 달을 가리고, 땅이 가라앉고, 바다는 융기하며, 부자나라가 먼저 망한다’는 종말론적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개벽이다’에서 예언한 바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신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지구 자체의 정화적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황박사의 말.
“‘송하비결’이 비록 틀린 예언이라 할지라도 방비를 해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해석서를 냈습니다. ‘송하비결’은 2011년 이후의 한반도와 한민족은 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창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언도 담고 있어요. 문제는 그 희망의 시대로 들어가기까지인데, 한국은 4강국과 균형외교 노선를 취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우리 민족이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게 ‘송하비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2010년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것으로 황박사는 비결서를 풀이했는데, 이미 빗나간 예언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문제의 대목은 ‘천홍입조(仟鴻入朝) 백조비상(白鳥飛翔) 백야군비(白野群飛)’라는 대목. 2010년에 벌어질 상황으로 묘사한 이 구절을 원문 그대로 해석하면, ‘천마리 기러기가 조선으로 들어오니, 백조가 하늘을 날아오르고, 흰 들에서는 무리들이 날아다니리라’이다. 황박사는 이 대목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려 선수들이 눈덮인 들판에서 활강 경기 등 시합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했던 것. 황박사는 “이 예언 자체가 틀린 것일 수도 있고, 내가 해석을 잘못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로 어떠한 상황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이 책을 읽어본 재경부의 한 공무원은 “다소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살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100년 전을 뒤돌아보고 10년 후를 내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촛불 시위가 전쟁 기운 막았다”
물론 모든 예언서가 미래를 똑같이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송하비결’과 유사하면서도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차이를 드러내는 예언서도 있다. 8월에 정식 출간하는 ‘천도(天道)’가 바로 그 책. 몇 해 전 ‘신의 땅’과 ‘천년의 땅’이라는 책자를 통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고,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예언해 화제가 됐던 임선정 대자원 원장이 이 책의 저자. 수리철학(數理哲學)으로 한반도 국운을 예언했다는 임원장은 최근 탈고한 글에서 내년의 운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04년 갑신년은 주역의 64괘 중 ‘뇌택귀매’ 괘로 여자가 시집가는 상(象)이다. 젊은 여자가 시집간다는 것은 인간사의 중요한 일로 첫출발을 의미하는 동시에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뿌리라는 뜻도 있다. 그러나 괘의 모양을 보면 모두 음(陰)이 위에서 주도하고 있어 여자가 주도하는 결혼이므로 역행(逆行)을 의미하니 흉하다. 하늘의 도에서는 음은 양을 따르는 것이 길하고, 음이 주도하는 것은 고난과 실패로 보기 때문이다.
남북문제가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남남북녀(南男北女)가 혼사를 두고 있는 상인데, 북이 주도하는 혼사가 된다면 우리의 장래는 매우 불행해짐을 의미한다. 마치 옳지 않은 혼사로 인해 도끼에 거목이 찍혀 넘어가는 형상인 것이다.
16대 대통령 정부의 국운수(國運數)도 실망과 절망을 거듭할 수임을 암시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옳지 않은 남북 혼사를 서두르다 도끼에 거목이 넘어가는 수이니 침착하게 결정을 해야 하며 혼사를 늦추는 것이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한편 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옥새 없이 용상(龍床)에 오른 형국이므로 화합과 덕성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통령의 운기(運氣)가 대망궁핍(大亡窮乏)의 수라서 젊은이가 소인국을 만들어 각자(覺者)는 세상을 피하고, 식자(識者)는 쫓겨나고, 우매한 자들이 권력을 탐해 나라 전체가 도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통령이 잘해보겠다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욕심을 부릴 경우 오히려 정국이 더 꼬이고 경제 또한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원장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은 점차 소멸하고 있다”면서 다른 예언서적들과 ‘노선 차이’를 드러냈다. 다음은 ‘천도’의 한 대목.
‘한국의 선인(仙人)들은 비기(秘記)나 비결(秘訣)을 통해 갑신년(2004년)과 을유년(2005년)에 병란이 일어나 한반도가 불바다가 된다고 예언했다. 또 여기저기서 전쟁을 얘기하고 있으나, 전쟁의 기운은 점차 소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에서 전쟁의 기운은 2002년 임오년에도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대회 때 붉은 악마들이 붉은 색으로 전쟁의 귀신을 몰아냈다. 이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두 소녀의 피흘림을 계기로 일어난 촛불 시위의 불바다 행렬 역시 전쟁의 기운을 대속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촛불 시위 같은 불바다 행렬이 갑신년과 을유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전쟁의 기운을 막는 한 비방이기도 하므로….’
아무튼 갑신년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관귀(官鬼)가 발동하는 을유년에도 근신하면서 무사히 넘기면 2006년에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한반도에서도 남남북녀의 혼사를 이루어 남북평화협정을 맺게 돼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는다는 게 임원장의 예언.
‘다만 우려되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화합과 공존 대신에 개혁론을 기치로 신당을 내세우거나, 지역 분파주의를 버리지 못할 경우 희망은 절망으로 변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상징수인 16수는 수리학상 천지합덕(天地合德)의 상이기 때문에 순리를 따라 화합과 통합을 해야지, 이를 역행하면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국운에도 이롭지 못하다. 영·호남이 화합하지 못하는 이상 한반도에서 평화통일 역시 있을 수 없다.’
김정일, 군부에 축출당해 망명?
임원장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명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김일성은 죽기 전에 아들 김정일을 위한 ‘비보’를 마련했습니다. 북한 강동에 조성된 단군릉이 바로 그것이에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단군의 능을 조성해 그 기운을 받고 있는 김정일은 부시가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따라서 이 기운과 맞서려면 남한의 터에도 민족 유훈을 모셔 청홍(靑紅)의 음양 도수를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이후 김정일과 함께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통일의 기운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다른 역리학자는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주역점·사주 등을 풀어본 결과 그의 운이 다해 군부와의 세력 다툼에서 쫓겨나 망명생활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년간 김정일의 운명 연구에 몰두해온 강신룡(44·한국역술인협회 충북지부 학술위원)씨의 풀이는 이러하다.
주역점으로 본 김정일의 정치생명은 결론적으로 음의 세력에 의해 양이 물러나는 형국이라는 것. 음의 세력은 백성, 부하를 뜻하고 양의 세력은 기존의 지도층, 지배자, 권좌를 의미한다. 현재까지 나타난 김정일의 주역괘는 ‘천산돈(天山豚)’ 괘로, ‘물러난다, 은퇴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그의 미래 운명 역시 ‘화산여(火山旅)’ 괘인데, 현재 시점에서 1년 이내에 여행, 망명, 실각 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권좌에서 물러난 나그네 신세가 된다는 뜻.
강씨는 “김정일의 사주도 역시 운세가 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일은 1941년 2월16일생으로 사주팔자로는 임오년(壬午年) 임인월(壬寅月) 경자일(庚子日). 그의 사주가 올해 계미년(癸未年)과 만나면 ‘천살(天殺)’을 받게 되는데, 이는 하늘로부터 벌을 받는, 김정일에게는 최악의 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내부 폭동이나 군부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져 김정일은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언은 정보다
이처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두고 중구난방으로 예언서적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시중의 예언 서적들을 검토해본 조용헌 교수의 말.
“종합적으로 보면 한반도가 위기 상황으로 돌입해가고 있다는 면에서는 시중에 선보인 여러 예언서들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대응책이나 구체적인 정세 전개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언서를 남긴 저자들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언서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정한 예언이, 그렇게 되지 말기를 바라거나 그에 대비하도록 경고하는 역설적 목적이 함축돼 있습니다. 그래서 예언서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오차가 생기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예언서의 내용을 인식하는 순간 인식체계에서 기(氣)의 바뀜 현상이 생기고, 그것이 사회 전체로 확대될수록 사회의 기 파장도 다른 곳으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예언서적의 목적을 설명한 조교수는 한국 정통의 예언서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역사성이 있고 권위를 인정받는 예언서의 경우 자연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큰 틀의 역사적 흐름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에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정감록’ 등 진위 시비가 붙어 있는 예언서는 정치적이나 사적인 욕심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 남창희 교수 역시 예언은 여러 다양한 정보들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 중요하며, 역사성이 결여된 예언서를 맹신할 경우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2010년이 오기 전에 한반도가 통일되고, 통일된 한국이 세계에 우뚝 서는 나라가 될 것이란 예언만은 빗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남교수의 희망이다. 그것은 남교수뿐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