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

“신당 논의는 끝난 일… 이젠 결행만 남았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3-07-28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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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천 신당조정모임 불참은 마각 드러낸 것
    • 노대통령 측근, 경험 미숙 때문에 시행착오 겪고 있다
    • 노대통령 특검 수용은 한나라당 너무 믿었기 때문
    • 개헌논의 시기상조지만 “나도 사실은 의회주의자”
    • 한나라당 대선모금, “우리보다 3배 이상 많을 것”
    • 지역주의 정당·정치구도 타파에 여생 바칠 터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로 불리는 김원기(金元基) 민주당 상임고문.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대통령이 외풍에 시달릴 때 묵묵히 바람막이 역할을 해줬다. 그런데 최근 자신과 함께 신당을 추진하던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굿모닝시티게이트에 휘말려 위기에 처하자 이번엔 정대표의 ‘수호천사’로 나섰다.

    동시에 김고문은 ‘신주류의 신당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신당호(號)’의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사 인근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 신주류 보좌진을 중심으로 한 실무진 28명을 긴급 투입, 본격적인 신당출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김고문은 또 구주류의 수장 박상천(朴相千) 의원이 신·구주류가 합의한 ‘신당조정모임’ 참여를 거부하자 7월15일 신당추진모임 운영위원회에서 “믿기 어렵고 충격적이며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박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같이 하기 어렵다면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최후통첩에 다름 아니었다.

    신주류 강경파의 신당강행 요구에도 “지둘려(‘기다려’의 호남사투리)”라며 구주류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신당호’의 규모를 늘려서라도 구주류까지 승선시켜 함께 가야한다던 의지도 버린 듯 했다.

    “정대철은 바탕이 순수한 사람”



    내년 4월 총선까지 신당호의 사실상 ‘선장’ 노릇을 하게 될 김고문. 과연 그의 선택은 무엇이고, 앞으로 민주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7월15일 오전 10시, 민주당 신당모임이 끝난 직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 김고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자연스레 정대표와 굿모닝게이트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는 시작했다.

    -정대철 대표가 연루된 굿모닝게이트 파문이 거셉니다. 정대표의 대표직 사퇴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이번 파문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도 알지 못하고. 정대표는 나의 가장 오랜 동지이자, 내가 사귄 정치인 중에서 바탕이 가장 순수한 사람입니다. 다만 정치자금에 있어서 서류처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흠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대가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정대철’이라는 정치인을 잘 알기 때문이죠. 나는 그를 깊이 신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현재 우리의 정치자금 관련법이나 제도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정치인이 정치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현실과 이상(법)의 간격을 어떻게 해야 좁힐 수 있는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굿모닝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정대표가 대선자금 200억원을 언급한 것을 두고 청와대에 대한 위협용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정대철이라는 사람의 인간성을 잘 몰라서 나온, 아주 잘못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발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대선 때 자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이 중국에서 돌아온 날 정대표는 청와대에 가기 전에도 나한테 전화를 했고, 갔다 오면서도 했어요. 정대표가 그런 표현을 하더라고요. ‘노대통령이 진심으로 많이 위로를 해줬다. 노대통령이 참 고마웠다’고. 정대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 나한테 가장 먼저 한 이야기가 바로 그거예요.”

    제1야당에 보험금조로 준 것

    -정대표는 5선이나 되는 중진의원입니다. 잘 몰랐으면 말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대표의 심경이 매우 복잡했겠죠.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서 나온 이야기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내가 한 가지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역대 어떤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적게 썼고 투명하게 관리했어요. 그건 언론사들도 잘 알 겁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한나라당에는 3배 이상 건너갔을 겁니다. 다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될 줄 알았고, 또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이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랐지, 노후보가 되길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기업들이 우리 당에 자금을 보낸 것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제1야당이 될 것은 분명하니까 보험금조로 준 것 아니겠어요. 너무 박대하면 원한살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여당이었지만 바람선거를 하고 그(한나라당) 사람들은 조직선거를 했어요. 조직선거는 돈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런 선거를 치른 것을 언론이 더 잘 알아요. 그런데 말 실수를 좀 했다고 그렇게 몰아붙일 수 있는 겁니까. 한나라당이 우리의 몇 배는 더 받았다는 것을 언론이 더 잘 알거요. 증빙서류만 없는 거지.”

    -이번 파문이 신당 논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그것이 암초가 되고 있어요. 지난 번 의원총회에서 정대표 문제에 대해 모든 사정을 고백하고 주류 비주류 할 것 없이 ‘당이 위기니까 정대표를 중심으로 모두 뭉쳐서 힘을 합치고, 신당문제에 대해 조정노력을 계속해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의를 했어요. 그런데 어제(7월14일) 정통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박상천 의원이 대표실에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데 전화를 했어요. 며칠 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된 합의정신과는 정반대로 ‘정대표 개인 신상문제가 정리되기 전에는 우리는 조정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 결의다’라는 통보를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 아닙니까. 어떻게 해서 정치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내가 차마 입밖에 낼 수가 없어요. 참 통탄스럽죠. 오늘 신당추진모임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누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쪽에 속한 사람 중에도 그런 행태에 대해 ‘마각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있느냐. 절대 동조할 수 없다’며 분개하는 사람이 있습디다. 오늘 신당 추진모임에서 ‘우리는 신당추진은 계획대로 하되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설득과 대화도 인내력을 가지고 계속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신당지연 국민에게 죄송

    -신당논의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보지 않나요. 작년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10개월 가까이 끌어오고 있습니다. 민생문제는 뒷전이라는 국민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생문제가 뒷전이라는 것은 지나친 지적이라고 봐요. 지금 경제가 어렵고, 특히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운데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과거 DJ정부 때보다도 더 자주 당정회의를 합니다. 또 특별기구를 만들어 문제해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당문제와 민생문제는 별개입니다. 신당문제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받을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김대중, 김영삼, 군사정권 할 것 없이 누구나 간단히 당을 만들 수 있었어요. 힘을 가진, 또는 어떤 지역에 대한 절대적인 장악력을 가진, 어느 계층에 대해서 카리스마를 가진 그런 사람이 겉으로는 민주적인 방식이지만 사실상 한 사람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당이었기 때문에 빨리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우리 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잘못을 맘대로 비판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의견으로 나뉜 사람들을 토론이나 설득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당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야 민생문제도 잘 챙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결국 신당문제가 지지부진하다 보니까 당 조직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 문제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거듭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마냥 끌고 갈 수는 없고, 빨리 결론을 내서 새로운 당을 출발시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당을 통해 지역주의 정당의 틀을 깨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민생문제까지 포함해 모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정치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 언론계 등 전 분야에 지역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지역주의 정당을 바꾸지 않으면 다른 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먼저 신당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신당논란에 대해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보다 정당개혁을 앞서 추진하면서 발생한 ‘전략적 오류‘라고 지적합니다. 제도개혁보다 정계개편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비판이지요. 이같은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당구조의 개혁에 있습니다. 지역주의와 결탁한 기존의 정당구조를 바꾸고, 하향식 정당 지배와 운영을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민주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정치제도 개혁 아닙니까. 둘째,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이 그러한 정치개혁이지 정계개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혁특위 활동도 그랬고, 현재 신당운동의 본질도 정치개혁입니다.”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 고문이 신당 운영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당초 추진했던 개혁신당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 한계 때문이라는 시각이 중론입니다. 김고문께서 생각하는 현실적 한계는 무엇입니까.

    “통합신당이 후퇴한 방안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5월16일 워크숍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한 신당의 방향이 통합신당입니다. 그 본질은 민주당의 업적과 전통을 계승하면서, 한계는 발전적으로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거기엔 물론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겠지요. 우리의 자산과 역량을 발전적으로 확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이냐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한 판단을 후퇴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 힘을 최대화해야 개혁추진의 힘도 생기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정치’와 ‘운동’의 차이겠지요.”

    -그렇다면 신당추진을 위한 적기를 여러 차례 놓쳤다는 신주류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겠네요.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던 사람들이 힘을 갖고 후다닥 해치웠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거기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힘으로 밀어부쳐야 한다면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많은 당원의 합의와 공감 위에서 하려는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이 신당의 정신을 왜곡시키고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할 때면 솔직히 힘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목표가 옳으면 방법에도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내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신당의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겁니다.”

    -현재 신당의 방향은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신당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신주류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범개혁신당연대 등 외곽 신당추신 세력과 융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혁신당 논의는 신당추진모임에서 이미 정리된 문제입니다. 소수가 그런 주장을 했지만 지금은 승복했고, 다시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 밖에는 개혁을 표방하는 다양한 집단이 있지 않습니까. 많은 분이 개혁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정치의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분열 없이 신당으로 가야만 우리가 목표하는, 방금 말씀드린 지역주의 타파를 비롯해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먼저 당 내부부터 수습을 한 뒤, 밖에 있는 개혁세력과 연대해 건전한 보수, 중도, 개혁세력이 합쳐지는 중도개혁정당을 지향하자는 것입니다.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을 맡은 정당이기 때문에 모든 세력이 함께 참여하는 정당을 지향하자는 것이죠. 일부 과격한 주장을 했던 사람들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어요. 밖에 있는 분들이 너무 민주당 중심이 아니냐 하는 불만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당연하고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고문께서는 보수와 중도, 개혁세력이 합쳐지는 정당을 내세우셨는데 성격이 애매합니다. 향후 정당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돼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성격이 애매하다는 지적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국가경영을 주고받는 정당들은 정책 면에서 서로 접근해가고 있어요. 이념정당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형편상 이념정당을 지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색깔을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겠군요.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한나라당은 군사정권의 중심이었던 민정당의 연장선에 있는 정당입니다. 민주당보다 훨씬 보수적이지요. 우리는 달라요. 그동안 걸어온 길만 봐도 알 수 있죠. 도저히 민주당에 참여할 것 같지 않는데 참여한 사람도 소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개혁과 민족화해를 주장했던 세력이 주축이지요.”

    -내년 총선에서 양당의 색깔이 더욱 선명해질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습니까.

    “자꾸 색깔 이야기를 하는데, 색깔 논쟁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지향성을 보더라도 지금 민주당 정도의 수준이 지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권위주의 시대의 국회는 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의 ‘치레’로서 존재했지 정치의 중심이 되지 못했습니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있을 때도 그 점을 누누이 강조했어요. 국회를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사실 그동안 국회는 욕을 얻어먹을 자격도 없었어요. 무슨 권한이 있었습니까. 그동안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권력자를 대신해 매품을 판 거죠. 대신 매 맞아주는 역할을 수 십 년간 해왔어요.

    신당을 만들려는 것은 총재나 대통령이 맘대로 조종하는 정당에서 정치의 중심이 되고 국민의 여론을 용해시키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노대통령하고도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 정책에 맞서서 그것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이 있는 정치인들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인정할 만하고 그전의 정치인들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여겨질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일 겁니다. 여기에 외부의 젊은 개혁세력을 아우르는 틀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말까지 깜짝 놀랄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고문께서도 “앞으로 만들 신당에 한나라당 탈당파나 정치를 하지 않고 있던 분들, 시민운동가 등이 모두 같은 조건에서 국민이나 유권자들의 공정한 상향식 추천으로 선택될 것”이라고 말해 물밑 영입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신당에 참여할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가능한 선에서 밝혀주실 수 있는지요.

    “아직 인물을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당내에 문제가 많아서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동안 전문적인 지식인, 과거 장·차관을 역임한 사람, 시민운동가, 원로 등 많은 분을 만나왔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호소를 했어요. ‘정치인의 힘만으로는 지역주의 틀을 깰 수가 없다. 그러니 국민운동 차원에서 동참해달라’고. 그런데 과거 같으면 정치를 외면하고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노무현 시대 이후 정치에 대한 생각이 참여 쪽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상수 총장이 누구를 두고 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같으면 정치를 외면했을 사람 가운데 동조하고 힘을 보태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신당, 노대통령 울타리 돼줘야

    -김고문께서는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도 신당 당적을 가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당정치에 있어 대통령과 정당은 맞잡고 나가야 합리적으로 정치를 풀어갈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만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할 경우 자칫 총선에서 대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큽니다. 그 생각이 바뀌지 않으실지 궁금합니다.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당이란 것이 정권을 잡아서 자기들의 이상대로 국정을 끌고 가기 위해 만들어 지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강원용 목사를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지금은 역사적, 문명사적 전환기이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5년간 노대통령이 국정운영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또 노대통령이 성공적인 정치를 하도록 하려면 안정의석을 확보해서 노대통령의 울타리가 돼주는 것 외에 딴 방법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이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충고 말씀도 있었어요.

    난 노대통령의 당적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보탤 말이 없다고 봐요. 국회의원 당선되는 것도 문제지만 노대통령이 집권한지 이제 5개월 밖에 안됐습니다. 여러가지 개혁적인 시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과정에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된 점도 있을 겁니다.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경험이 미숙해 시행착오를 겪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노대통령이 적어도 다른 어떤 정치 지도자보다도 순수한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의 확실한 신념을 가진 지도자라고 믿습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금도 나는 방향을 옳게 잡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이 좀 지나면 국민들도 노대통령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당도 신당으로 환골탈태하면 국민들이 이해해주고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여론이 상당히 어려운 수준에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 분석도 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고 자세도 옳기 때문에 당의 틀이 제대로 짜여지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국내 대북정책의 기조가 크게 변화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DJ의 햇볕정책을 붕괴,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수층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현 정권의 대북 및 외교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나는 노대통령이 현재 취하고 있는 정책의 기조가 햇볕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노대통령이 방미해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 ‘후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일각에서는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해놓고는 이에 대해 상처를 주거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해석이라고 봐요.

    김대중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노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심각한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사실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미국내 언론보도에 의하면 부시를 비롯한 강경파가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돌았었어요. 또 미국과의 협력, 우호관계를 제대로 가다듬지 않고서는 경제까지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책임진 입장에서 젊은 시절,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했던 주장과 다르게, 미국과 원만하게 오해를 푼 것을 두고 노선의 변화가 왔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의 평화기조를 다지는 데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는 노대통령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대북송금 특검은 나도 노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해주길 바랬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입장도 있었어요. 또 한나라당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생각한 대목도 있습니다. 너무 믿었던 거죠. 한편으로는 특검을 거부했을 때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민심을 선동하면서 말썽을 계속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던 것입니다. 이번에 특검연장을 거부한데서 본 뜻을 알 수 있는 게 아닙니까.”

    -올해 초 한화갑 전 대표가 내각제 개헌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4년 중임제 개헌론을 거론했습니다. 개헌에 대한 김고문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나도 사실은 의회주의자입니다. 전직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 노대통령이 당선되고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신중하지 못한 태도죠.”

    -노대통령과의 역할분담론에 대해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 이후 당내 2인자의 자리를 굳히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차기 총리설도 김고문께서 일부러 흘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난 이제 자리나 명예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정치개혁을 통해 지역주의를 완전히 탈피한 정당구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인생의 최대 목표입니다. 정치의 근본적인 틀을 변화시키는 것이 나의 소명이자 목표인 것입니다. 앞으로 어느 자리든 난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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