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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중개상 김영완 미스터리 총력 추적

비자금 150억원, “국제 자금세탁 조직 거쳤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무기중개상 김영완 미스터리 총력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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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5월15일자로 김씨 직계가족 주민등록 일제히 말소
  • ●권노갑, 김영완 배후인물로 지목한 인물은 C 전 장군
  • ●1993년 이상철 전 정통부장관과 군 통신장비 도입 놓고 알력
  • ●율곡비리 사건수사 촉발시킨 익명의 무기중개상이 바로 김영완
  • ●국제 자금세탁 브로커 “검찰 자금추적은 불가능할 것”
  • ●정부 고위인사, 청와대 관계자도 자금세탁 요청한 적 있다
무기중개상 김영완  미스터리 총력 추적
무기중개상 김영완(金榮浣·미국 이름 영 킴(Young Kim)). 남북정상회담관련 대북비밀송금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의문의 인물이다. 김씨는 현대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비’ 명목으로 건넸다는 150억원어치의 양도성 예금증서(CD) 돈 세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특히 2002년 3월 김씨의 평창동 집에 강도가 들어 수백억원대를 도난당한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경찰 고위간부들이 개입해 철통 같은 보안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그를 둘러싼 의문은 더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은 김씨의 행적과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캐고 들어갈수록 의문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될 뿐이다.

150억원에서 시작한 비자금 추정 액수는 200억, 250억, 300억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김씨는 강도사건을 당한 직후 강남의 빌딩을 사들이는 등 서울에만 무려 700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관련 계좌 추적과정에서 S건설, D건설 등 새로운 기업들이 드러나는가 하면, 한때 김씨의 소유였던 빌라에 김대중 정권의 실세였던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우연’치고는 지나치다 싶은 내용들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특히 기자의 확인 결과 김씨를 제외한 부모와 자녀 형제 등 그의 직계가족들은 1991년 5월15일자로 모두 서울 서초구 서초4동 S아파트 X동 OOO호를 마지막 주소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다. 서류상으로 보면 가족 전원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김영완.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김씨가 세탁한 비자금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DJ정부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입하기 위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등 그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각종 소문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숱한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기자는 과거 김씨의 행적부터 쫓았다.



율곡비리 터뜨린 익명의 제보자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0년 12월3일 국방부회의실에 마련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 당시 평민당 국방위 권노갑 의원이 질의를 시작했다.

“본 위원은 국방부가 전력증강사업의 일환으로 1987년 이후 미 보잉사로부터 도입한 CH-47D(시누크)헬기 24대의 매매와 관련한 숱한 의혹을 이 자리에서 명확히 밝히고자 합니다.(중략) 당 위원회에서 본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파헤치기 위해 관련된 인사들, 즉 도입당시의 국방부장관 정호용 이상훈, 국방부차관 황인수… 삼진통상 대표 김영완, 삼진통상의 배후인물로 추정되는 전 유개공 사장 C씨 등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 청문회 개최를 포함하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일 것을 요청합니다.”

권의원의 이날 폭로성 발언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1993년 율곡비리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이전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무기중개상 김영완씨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파문에 비해 김씨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이 갓 지난 1993년 1월, 율곡비리사건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를 촉발시키는 한 건의 기사가 모 월간지에 보도된다. 그 기사는 익명의 무기중개상을 통해 군 무기도입체계에 작용하는 로비실태와 무기중개업체들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에 등장한 무기중개업체 코바시스와 학산 등의 대표는 그 해 감사원 감사를 받은 데 이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일부는 해외로 도피하고, 일부는 구속되는 운명을 맞는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익명의 무기중개상의 신원은 비밀로 부쳐졌다. 무기중개상 당사자는 물론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와 데스크 등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밝히길 거부해왔다.

그런데 그 익명의 무기중개상이 바로 김영완씨였다. 이같은 사실은 기자가 최근 우연한 기회에 당시 기사내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로부터 확인한 것이다.

문제의 기사는 권의원으로부터 문제제기 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군납 로비의혹을 받은 김씨가 자신의 복잡한 심경과 국방과학연구소 한 관계자와의 알력설 등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국방과학연구소 본부장 출신의 한 관계자가 DJ 정부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李相哲) 전 장관이라는 사실이 새삼 흥미를 더한다. 또 이 전 장관의 친형이 율곡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이상훈(李相薰) 전 국방부 장관이라는 관계선상에서 여러 가지 곱씹어볼 대목이 많은 기사다. 다음은 기사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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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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