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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 게이트’ 연루 최성규 전 총경 망명설 내막

7월24일 망명의사 표명… 송환 시기 지연이 목적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최규선 게이트’ 연루 최성규 전 총경 망명설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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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도피중 검거된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총경)이 최근 정치망명을 추진중이란 설이 흘러나왔다. 그의 망명은 곧 그를 둘러싼 모든 미스터리의 진실이 묻히게 됨을 뜻한다. ‘도망자’가 ‘망명자’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진의는 무엇인가.
‘최규선 게이트’ 연루 최성규 전 총경 망명설 내막

‘조기귀국’에서 ‘시간 벌기’로 급선회한 최성규 전 총경과 I-589 양식

최성규(崔成奎·53) 전 총경의 미국 정치망명 추진설의 개요는 이렇다. 6월10일(현지시각) 미국 LA연방법원에서 열린 최 전 총경에 대한 송환청문회에서 그의 변호인이 미 이민국(INS) 관련문건 등 서류 보완을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요청한 게 받아들여져 오는 9월11일 심리가 재개된다는 것, 그리고 이날 변호인이 최 전 총경이 한국으로 강제송환될 경우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으로 인해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 이민법원에 망명신청서를 내려는 의향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송환청문회는 강제송환의 합법성을 따지는 법정 절차다.

알려진 대로, 최 전 총경은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인물. 명목상 범죄혐의는 사기(2001년 3~4월 강남 C병원의 의약 리베이트에 대한 경찰 내사 무마 대가로 최규선씨를 통해 1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지만, 그는 최규선씨에 대한 청와대의 밀항 권유설과 자신의 도피과정 배후세력 등 핵심 의혹의 실체를 속속들이 아는 장본인이다. 만일 최 전 총경이 망명에 성공한다면 의혹의 실체는 영영 물거품으로 스러질 게 뻔하다. 따라서 그의 망명설은 비상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의문은 대략 세 가지. 최 전 총경이 정말 망명을 결심했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망명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국선변호인 대신 사선변호인 선임

결론부터 말하면 최 전 총경의 망명이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망명신청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실상 망명이 허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4월 미국으로 도피한 지 10개월 만인 지난 2월25일 LA 현지에서 LA경찰국(LAPD) 및 연방보안관 합동수사팀에 의해 체포됐던 최 전 총경은 현재 LA연방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검거 당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가족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이 와병중인 데다 자신도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조기귀국 가능성을 한층 뒷받침했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망명신청으로 선회한 까닭은 무엇일까.

최 전 총경의 변호인은 스콧 가와무라(Scott Kawamura) 변호사. 일본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그는 LA의 ‘Perliss& Gross’ 법률사무소 소속이다.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당초 최 전 총경의 변호를 국선변호인이 맡았지만, 6월10일 열린 송환청문회 때부터는 최 전 총경이 직접 선임한 사선(私選)변호인인 가와무라씨로 대체됐다.

‘Perliss&Gross’는 1987년 설립돼 상사법 및 일반 민사소송, 이민 관련소송 등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 LA본사 외에 서던 캘리포니아에 지점을, 중국 청두(成都)에 현지사무소를 두고 있다. ‘Perliss&Gross’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와무라 변호사는 1992년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이후 1995년까지 LA 로욜라법대(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같은해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이민법 전문가다.

현 시점에서 최 전 총경의 근황을 꿰뚫고 있는 이는 당연히 가와무라 변호사다. 기자는 그에게 최 전 총경 망명설의 진위 여부 등을 묻는 영문 이메일을 수차례 띄웠지만, 끝내 답신은 오지 않았다.

LA연방구치소에서 고혈압 투병

다른 한편으로, 최 전 총경의 가족을 통해 그의 심경 변화를 알아보려 7월3일 그의 집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H아파트 101동 ○○○호를 찾았지만, 그곳에 거주중인 부인 정모(51)씨와도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다. 편지를 남겼지만 역시 응답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최 전 총경에 대한 퇴직금(9800여 만원) 지급이 ‘신동아’가 그의 소재를 한창 쫓고 있던 지난해 11월29일 이뤄졌고, 정씨의 미국 출국(12월19일) 역시 ‘최규선 게이트 최성규 전 총경, 어디 있나’(‘신동아’ 2003년 1월호) 제하의 기사가 나간 날(12월18일)과 단 하루의 시차밖에 나지 않는다. 정씨는 출국 후 LA 코리아타운에서 5∼6km쯤 떨어진 파크 라브레아(Park La Brea) 아파트에서 최 전 총경이 검거될 때까지 그와 함께 지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기자와 정씨와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양 묘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최 전 총경 집의 도시가스 검침표를 보면 1∼4월은 검침이 전혀 안 됐고, 5월은 16일에 검침이 이뤄졌으며, 6월에도 검침이 완료돼 있다. 이로 미뤄보면 정씨가 5월경 귀국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LA에서 남편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총경 관련수사의 주체는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채동욱). 검찰 입장에선 최 전 총경의 신병이 인도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그에 대한 추가수사를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굿모닝시티’ 비리 수사로 최 전 총경의 망명설에까지 눈돌릴 여력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최 전 총경 검거 당시와 이후 법정에서 그와 접촉한 적이 있는 강성공 LA총영사관 경찰주재관(총경)은 7월4일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송환청문회 심리가 재개되는 9월11일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굳게 입을 닫았다. 다만 그는 현재 고혈압을 앓고 있는 최 전 총경이 구치소 소속 의사가 처방해주는 치료약을 복용중이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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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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