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도암댐이 동강을 죽이고 있다.”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3-07-28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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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정선과 영월 주민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 동강 상류에 자리한 도암댐이 동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
    • 지난해 태풍 ‘루사’로 심각한 수해를 입은 후 주민들은 급기야 ‘도암댐 해체’의 기치를 올렸다.
    • 동강 주민들은 ‘댐 건설 백지화’에 이어 국내 최초로 ‘댐 해체’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 해체 논란에 휩싸인 도암댐, 무엇이 문제인가.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6월 하순의 오후. 강원도 영월군의 동강 둔치는 찾아오는 이 없어 적적했다. 동강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강은 녹조현상으로 짙푸르게 변한 물빛으로 속살을 감춘 채 느린 속도로 흘렀다. 흙모래를 뒤집어쓴 돌들은 제 모습이 부끄러운 듯 수면 아래로 숨었다. 어항 하나 들고 들어가면 무거워서 가지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를 잡았다던 동강이지만, 지금은 발 담그는 이조차 없다.

    “이게 다 도암댐 때문이야.”

    부인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온 영월 주민 장을용씨는 혀를 찼다. 30년 전부터 영월에 살았다는 그는 “댐이 생기고 나서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에는 강에 들어가 목욕도 했지만, 지금은 강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에 하얀 부스럼이 일면서 두드러기가 날 정도라고 했다. 뱀장어나 쉬리, 다슬기 등도 이제는 씨가 말랐는지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본래 농경지를 많이 끼고 있는 서강이 동강보다 녹조가 심했지만, 요즘에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장씨의 부인도 거들었다.

    “예전엔 오후 3시쯤이면 골뱅이가 강변으로 기어나왔어요. 기다리고 있다 잡아가곤 했지. 근데 지금 봐요. 아무것도 없잖아.”

    장씨 부부는 영월에서 135km 떨어진 도암댐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장씨는 확언했다.



    “물이 엄청 썩었대. 본래 댐이란 게 물을 가둬두니까 썩는 거 아냐. 작년에 태풍 루사가 지나간 후 서너 달 동안 흙탕물만 쏟아냈다구. 지금도 그때 댐에서 흘러나온 흙이 강바닥에 뻘처럼 쌓여 있어.”

    영월에서 래프팅 사업을 하는 정낙연씨는 “장사가 되지 않을까봐 루사 태풍이 온 뒤 동강 물이 훨씬 나빠졌다는 얘기를 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놀러온 손님들이 기대와 달리 동강물이 맑지 못하다고 불평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동강 오염 주범으로 몰린 도암댐

    영월에서 동강을 따라 70km 정도 올라가면 정선군이다. 이곳 주민들도 도암댐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쏟아냈다.

    “수돗물을 끓여도 냄새가 심해서 못 마시구요, 무엇보다 강에 사는 물고기가 모두 다 죽어가요.”

    ‘정선수해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정말 도암댐이 강물을 더럽히고 있냐”고 묻자 험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15년째 역 앞에서 낚시가게를 운영한다는 주민 최영복씨는 “6월이면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와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섰는데, 몇 년 전부터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고 불평했다. 도암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물을 더럽히면서 도무지 낚시를 즐길 여건이 안 된다는 것.

    “누치나 잉어는 강바닥에 사는 물고기예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보니까 이놈들이 물 표면으로 올라왔어요. 물이 오염돼서 산소가 부족하니까 올라온 거아니겠어요.”

    “정선에 뭐 볼 게 있나요. 그저 산, 공기, 물 좋은 게 전부인데 강물이 저 모양이니….”

    도암댐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에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물이 송천강을 지나 조양강을 거쳐 동강으로 흘러드는데, 송천강 중간에 댐을 놓은 것이다. 도암댐은 높이 72m에 길이 300m, 총 저수용량이 5140만t인 중간 규모 댐이다. 1990년 당시 1250억원을 들여 동해안 최초의 수력 발전용 댐으로 건설됐다.

    도암호의 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는 강릉에 있다. 즉 도암댐은 유역변경식 댐으로, 도암호에 가둬놓은 물을 15.6km의 도수터널로 흘려보내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에 있는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한 뒤 동해로 내보내게 된다. 그러니까 본디 동강을 따라가다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가던 물이 도암댐 건설 후에는 동해로 방향을 바꿔 흐르게 된 셈이다. 그런데 왜 동강 유역 주민들이 도암댐을 강물 오염의 주범이라며 미워하게 된 것일까.

    가랑비에 마을 전체 침수

    “2∼3m쯤 되는 물기둥이 선 채로 달려들었다.”

    정선 주민들은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강타한 지난해 8월31일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날 하룻동안 강릉과 대관령에 내린 비의 양은 각각 870.5mm와 712.5mm. 역대 최고 기록인 전남 장흥의 547.4mm(1981년 9월2일)를 단숨에 넘어선 폭우였다.

    도로가 끊기고 철길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가 무너졌다. 정선군의 수해 피해는 사망 8명, 실종 1명, 이재민 4186명, 재산피해 2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해의 흔적은 지금도 정선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정선 읍내에서 조양강을 끼고 이어지는 42번 국도는 곳곳이 끊기거나 유실돼 신호등이 오고가는 차량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는 가랑비만 내렸다. 오전에는 아예 비가 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주민들은 도암댐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이 폭우로 유량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이를 견디다 못해 물을 한꺼번에 방류함으로써 마을이 침수됐다고 주장한다. 정선 주민들은 최근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실제로 수해 이후 한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도암댐은 8월31일 오후 1시경 초당 100t의 물을 내려보내다가 오후 9시경에는 450t, 그리고 다음날 새벽 2시경엔 600t을 내려보냈다. 처음에는 댐으로 유입되는 물보다 적게 내보냈지만, 점차 수위가 차오르자 새벽 2시경부터는 댐으로 들어오는 물보다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됐다. 또한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는 방류량을 급격하게 늘려 하류 지역의 피해가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선수해대책위원회 이상규 위원장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내보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중에 조사해보니까 한수원이 댐 하류 대기리 주민들에게는 ‘오후 6시쯤 수문을 여니까 대피하라’고 집집마다 전화를 했답니다. 오후 7시에는 정선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초당 300t을 방류하겠다”고 통보했대요. 하지만 곧 전화도 끊기고 전기도 끊겼으니 주민들은 ‘비도 안 오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하며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10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새벽 1∼3시 사이에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습니다. 한수원이 내놓은 자료, 그거 믿을 수가 없어요. 전기도 끊겼는데 어떻게 컴퓨터가 기록을 했겠습니까?”(이러한 주민들의 ‘의심’에 대해 한수원은 “비상전원이 가동됐기 때문에 발전소는 정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바탕 ‘물귀신’이 도암댐 하류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도암댐의 악령은 물러가지 않았다. 2∼3일 만에 다른 지천들이 내놓는 물은 맑아진 반면, 도암댐이 뱉어내는 물은 여전히 흙탕물이었던 것. 한수원이 지난해 10월17일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도암댐은 계속해서 흙탕물을 동강 쪽으로 뱉어냈다. 게다가 수해복구 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사 현장에서 쏟아내는 흙더미까지 강에 유입되고 있어 강바닥에 쌓인 뿌연 흙들의 본디 주인이 도암댐인지, 공사 현장인지 알 수 없게 됐다.

    “댐을 해체하라!”

    도암댐이 가둬둔 물을 원래 설계대로 동해 쪽이 아니라 동강 쪽으로 방류하게 된 데는 긴 사연이 있다.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한 후 방류된 물이 강릉시를 관통하는 남대천을 통해 동해로 들어가는데, 이 방류수가 남대천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민원이 지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것.

    강릉시나 강릉수력발전소, 지역 대학 및 연구소에서 남대천 수질을 여러 차례 조사해도 논쟁만 있을 뿐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1999년에는 강릉 경실련을 비롯한 78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남대천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강릉남대천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는 강릉수력발전소의 발전 방류수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강릉 시민들이, 도암댐이 남대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발전 후 남대천으로 내려오는 유량이 불규칙하다. 둘째, 방류수의 수온이 남대천보다 낮다. 셋째, 1∼2등급이던 수질이 댐 건설 후 3∼4등급으로 악화됐다. 넷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 질소(T-N), 총 인(T-P) 등 오염부하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결국 남대천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게 강릉 시민들의 주장이었다.

    강릉 시민들의 이러한 반발에 부닥쳐 강릉수력발전소는 2001년 3월 발전을 중단했다. 당시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한수원이 도암댐을 인수하면서 “민원을 해결할 때까지 전력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발전을 중단하면서 도암호에 갇힌 물은 남대천 대신 동강 쪽으로 흘러나가게 됐다.

    이후 한수원과 강릉시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도암댐 수질 개선과 남대천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관건이었다. 그리고 9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지난해 7월 합의서를 도출했다. 중립적인 연구기관 용역 결과에 따라 도암댐 수질 개선, 남대천 생태 개선, 남대천 피해보상 방안 등을 마련할 것 등이 합의서의 골자다.

    그러나 지난해 8월31일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강타하면서 이 합의서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했다. 도암댐이 수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부딪치자 강릉시가 합의서 서명을 거부한 것. 이에 대해 발전 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한수원은 “강릉시가 주민 여론에 밀려 합의안을 거부했다”며 강릉시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영월과 정선, 평창 등에서 도암댐 해체를 위한 주민단체가 속속 결성됐다. 급기야 9월13일에는 강릉과 영월, 정선, 평창 등 4개 시군이 연합해 ‘도암댐해체추진위원회’(위원장·김남훈)를 구성했다. 영월에서는 군 의회와 20여 개 사회단체가 성명을 내 도암댐 철거와 수해보상을 요구했고, 영월과 정선, 강릉 주민들은 11월14일부터 17일까지 도암댐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궐기대회를 차례로 열었다.

    도암댐 해체냐 발전 재개냐를 놓고 지역 사회와 한수원의 대립이 격화하자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댐현안대책자문단을 꾸렸다. 그리고 지난 5월1일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용 댐으로서 도암댐은 폐쇄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는 현재 댐에 가둬놓은 물을 모두 방류해 댐의 발전기능을 폐쇄하고, 필요할 때마다 물을 댐에 가둬 홍수 조절용으로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2003년 6월말 현재 동강댐 주변 하천 (왼쪽)과 수계도(오른쪽)<br>① 도암댐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송천강 상류의 오염된 하천<br>② 정선 조양강. 수해 피해 복구공사는 하천 오염의 또 다른 원인이다.<br>③ 영월 동강. 짙은 녹조가 낀 강물에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쓴 돌들

    “동강댐 백지화를 이뤄낸 뒤 활동 목표가 없으니까 우리를 타깃으로 잡은 것 아닙니까?”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에 있는 강릉수력발전소를 찾았다. 이곳 직원들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도암댐 해체 주장을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동강 오염의 주범을 찾던 환경단체들이, 관리하는 기관이 확실한 데다가 지난 10년간 강릉시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도암댐을 환경운동의 제물로 삼았다”는 것. 한수원은 댐 해체 주장을 무리한 환경운동으로 보고 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이 중단된 후 업무량이 줄어 직원의 절반 정도는 다른 사업소로 파견됐다”며 “강원도가 폐쇄 입장을 발표한 후 직원들이 풀이 죽은 상태”라고 발전소 분위기를 전했다.

    도암댐 수질을 악화시키는 근본 원인은 댐 상류지역의 오염물질이다. 도암댐 유입수인 송천강 상류는 바로 대관령 지역. 520만평의 용평리조트와 1280만평의 목장, 515만평의 농경지, 6500명의 인근 주민, 연간 140만명의 유동인구가 쏟아내는 오염물질이 모두 송천강으로 유입돼 도암호에 안착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송천강 상류지역에 이르자 강물은 도암댐 하류와 확연하게 달랐다. 미숫가루를 탄 물처럼 미세한 토사를 잔뜩 껴안아 걸쭉해진 강물이 흘러갔다. 하천 곳곳에 설치된 주황색 ‘오탁방지막’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듯이 보였다. 오탁방지막은 여과포를 통해 오염물질을 걸러낸다는 임무를 띠고 설치됐지만, 이 방지막을 통과한 물이나 통과하기 전의 물이나 색깔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짓궂은 강물은 오탁방지막을 위로 타고 넘어 하류 쪽으로 흘러갔다.

    상류지역에서 가장 큰 강물 오염원으로 지적되는 것은 고랭지 채소밭이다. 고랭지 채소밭은 경사가 심해 장마철이나 봄철 해빙기 때 토사가 강으로 흘러내린다. 이때 밭에 뿌린 비료가 함께 쓸려내리면서 비료의 주성분인 질소와 인 등 오염물질이 강에 유입된다.

    고랭지농업시험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배추를 재배할 때 연간 질소비료는 3만1559t, 인산비료는 7740t이 사용된다. 또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연간 3만2000∼4만6000t의 토사가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현재 도암호 수질을 측정해보면 호소수질기준 등급상 질소는 등급외로, 인은 3등급으로 나온다.

    그래서 한수원은 “상류 오염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댐을 해체한다고 해서 동강 수질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고 반박한다. 또 도암댐 하류에는 10여 개의 지천이 동강으로 가는 물줄기로 끼여드는데, 이 지천들에서도 오염물질이 배출되므로 도암댐이 동강 오염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정선군 여량리 아우라지에서 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골지천 상류에는 폐광촌이 있어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한수원은 “강원도 차원에서 각 지천의 오염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수해피해가 도암댐 방류수 때문이라는 주민들 주장에도 할 말이 많다. 도암댐은 폭우가 쏟아질때1472만t의 빗 물을 댐 안에 가둠으로써 오히려 홍수조절 기능의 일부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10여 개의 지천이 내놓은 유량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우라지에서 골지천 상류 쪽을 가리키며 “골지천 상류에서도 상당한 폭우가 쏟아져내려 철교가 끊어졌다. 수해를 가져온 물이 모두 도암댐에서 나왔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한수원의 공방전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태풍 루사때 극명하게 나타났듯이 오염물질을 댐에 가둬뒀다가 한꺼번에 방류함으로써 그 피해가 가중된다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동강보존본부의 엄삼용 사무국장은 “오염된 물을 가둬두면 호흡을 못해 부영양화가 가속화되지만, 자연하천으로 계속 흐르면 용존산소량이 높아져 부영양화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댐 건설 당시 “상류지역 오염원 때문에 수질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감사결과가 나왔으나, 한수원이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강릉시민환경센터를 이끄는 강원도립대학 한동준 교수는 “한수원은 ‘상류 오염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일 뿐, 우리에겐 물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한수원은 상류 오염원을 거론할 처지가 못 된다”고 비난했다.

    한편 동강보존본부는 도암댐을 해체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로 영월 주민의 식수원 보호를 들었다. 도암댐의 발전 방류수를 취수원으로 삼지 않는 강릉과는 달리 영월은 동강의 표류수를 직접 취수해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영월에서는 “동강물이 오염돼 취수장에서 약품 사용을 늘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영월군 수도관리계 관계자는 “하천의 탁질을 가라앉히는 데 쓰이는 폴리염화알루미늄(PAC)을 올해 들어 500만원어치(약 26㎥)를 더 구입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도암댐이 유일한 원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강은 비온 후 2∼3일 후면 탁도가 내려가는 데 비해 동강은 그보다 며칠이 더 지나도 탁도가 높은 상태로 있다”고 덧붙였다.

    댐 해체를 주장하는 지역사회와 발전 재개를 추진하는 한수원 사이의 공방은 ‘댐이 과연 유용한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13일 ‘제7회 세계 댐반대의 날’을 맞아 논평을 내면서 “도암댐 해체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환경연합은 “수해와 가뭄의 대안이라며 건설된 댐들의 성적표가 만족스럽지 않다.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건교부, 농림부 등 ‘댐 마피아’가 지금도 수십 개의 대형 댐들을 동시에 추진하는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또 “도암댐은 경제성을 맞출 수 없는 최악의 환경파괴와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며 도암댐 해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앞으로 건설될 다른 댐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서라도 환경운동단체의 요구에 밀려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댐이 해체될 경우 다른 수력발전소에도 잘못된 선례를 제공할 것”이라며 도암댐 해체 주장에 반대했다.

    ‘환경 고려한 경제성’ 따져야

    그렇다면 과연 도암댐 해체 논란은 어느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까. 2년 반 동안이나 발전을 중단하고 있는 도암댐은 과연 경제성이 있는 걸까.

    현재 강원도와 한수원은 각각 도암댐의 경제성에 관한 자료를 내놓고 ‘댐 해체’ 혹은 ‘발전 재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댐현안대책자문단이 작성한 강원도의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도암댐은 매년 최소 1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낸다. 반면 한수원이 발표한 ‘강릉수력발전소 경제성 검토 자료’를 보면 도암댐은 50년의 수명 동안 총 7616억원의 이익을 낸다.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 것은 감가상각비를 계산한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수력발전용 댐의 시설은 크게 토목시설과 발전시설로 나뉘는데, 발전시설의 수명을 놓고 견해가 엇갈린 것. 강원도 자문단에서 활동한 한강수자원연구소 최석범 소장은 “발전시설은 수명이 25년이기 때문에 50년 동안 발전하려면 25년 후 발전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수원은 매년 평균 145억원의 감가상각비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수원 김재일 환경과장은 “발전시설도 토목시설과 마찬가지로 보수해가며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며 감가상각을 고려한 수명기간의 매해 평균이자 비용을 16억5000만원으로 계산했다.

    관계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양쪽 자료는 모두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 계산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건설비용을 모두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할인율을 적용해 다시 강릉수력발전소의 경제성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발전 설비의 수명을 50년으로 고려할 경우 800억원 정도의 이익이 산출됐다. 발전 설비 수명을 25년으로 고려할 경우에는 수입과 비용이 거의 엇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분석은 환경비용 등 외부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다. 그러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승헌 박사는 “환경 오염문제가 불거진 도암댐에 관해 사회적 비용편익 분석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도암댐 해체 논란은 도암댐 방류수가 주변 하천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불거진 사안이므로, 환경비용 등을 고려해 댐의 경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비용이란 발전에 소요되는 비용 이외의 외부 비용, 즉 환경 오염을 개선하는 데 든 비용이나 지역 주민의 피해를 보상해준 비용, 사회적 논란에 소요된 비용 등을 뜻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도암댐을 둘러싸고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한수원이 인수하기 전 도암댐을 운영했던 한국전력은 1995년 26억1000만원을 들여 방류수 탁도를 개선하는 선택취수탑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댐 하류로 물을 방류했다. 이 물이 정선의 상수원을 오염시켜 한국전력은 정선군에 76억원을 보상했다. 강원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도암댐이 발생시킨 수질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민원은 총 11건이고 문제 해결에 총 406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건설교통부는 2006년부터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된다고 전망하고 2011년까지 전국 12개 지역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사업이 한탄강 댐인데, 첫 번째 사업부터 진행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3억t 이상의 홍수조절능력을 갖춘 댐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경기도 연천·포천·철원군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한탄강 상류는 3억t 이상의 담수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환경파괴를 야기한다며 댐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강원도의 도암댐 폐쇄 입장에 대해 주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일단 환영하지만 더 많은 걸 원한다”는 입장이다. ‘남대천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 심영섭 사무총장은 “이젠 해체하느냐 마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고인 물을 빼내고 댐을 폐쇄할 지 의논해야 할 때”라며 “그 다음에 해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강보존본부 엄삼용 사무국장은 “댐을 부수지 않으면 또다시 토사가 바닥에 쌓이게 된다”며 “자연 하천으로 완전히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암댐 해체 논란은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댐 건설이 두고두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교훈을 준다. 댐 건설 전에 이미 상류지역 오염원이 댐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자치단체와 발전소가 이를 애써 무시한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도암댐은 국가적 차원에서 환경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결과다. 반성적 자세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는 한 환경전문가의 충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1200여 개의 대형 댐과 1만8000여 개의 소형 댐을 보유한, 국토면적 대비 댐 밀도 1위국이다. 500여 개의 댐을 해체한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다 지은 댐을 해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도암댐이 해체된다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된 댐에 사형선고를 내린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백두대간이 내보내는 물까지 본디 흐르던 대로 흐르지 못하게 한 ‘개발 중심의 사회’가, 본디 동강으로 향했던 물줄기를 ‘산업역군’의 멍에에서 해방시켜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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