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는 남창희 교수(정치외교학)의 말이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고 말한 책은 ‘이것이 개벽이다’(저자 안경전·대원출판)라는 예언 서적. 프랑스 출신의 16세기 예언가 미셸 노스트라다무스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예언가로 평가받고 있는 20세기의 인물 에드가 케이시를 비롯,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격암 남사고 등 동·서양의 유명 예언자들이 남긴 예언을 담고 있는 책이다. 유·불·선·기독교 같은 종교의 성자들이 경전에 남긴 예언까지 종합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있다.
‘예언의 종합백과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1983년 처음 국내에 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 4월 개정신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상권의 경우 발간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려 30여만 부가 팔렸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반도는 바둑판, 한민족은 바둑돌
남교수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21세기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부분. 특히 구한말 때의 종교가이자 사상가인 강증산(姜甑山·1871∼1909년) 선생이 21세기 우리 민족이 겪게 될 험난한 행로를 묘사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 똑떨어지게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한말 강증산 선생은 이미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됐다가 곧바로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할 것을 내다봤습니다. ‘상투를 튼 사람들(한민족을 지칭)이 조선의 태극선(38선 혹은 휴전선)에서 씨름(전쟁)을 벌이게 된다’고 말했어요. 6·25전쟁 후 그어진 휴전선 모양이 태극과 닮은 걸 생각할 때, 태극선이라 묘사한 점은 신기할 정도예요.
그리고 ‘씨름판에서 소(牛)가 나가면 판을 걷게 된다’고 예언했는데, 1990년대 중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를 몰고 휴전선을 건너가 예언이 현실화됐으니, 앞으로는 판을 걷는 일, 즉 남북의 대결이 끝나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19세기의 인물이 어떻게 100여년 후의 역사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는지, 정치학자로서 무척 궁금할 따름입니다.”
증산은 남북한 대결을 국제 역학 관계에서 거시적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땅을 바둑판으로 설정하고, 한반도 사람들은 바둑판 위에 놓이는 흑돌과 백돌로, 그리고 바둑을 두며 대결을 벌이는 주체(나라)를 신선(神仙)으로 묘사하며 이렇게 노래했다.
‘두 신선이 바둑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손님 대접만 맡았나니 연사(年事)에 큰 흠이 없어 손님 받는 예(禮)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을 다한 것이니라. 바둑을 마치고 판이 헤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남교수는 한반도라는 바둑판 위에서 대결을 벌이는 네 신선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라고 해석했다. “한반도의 비극적 현실을 풍류적으로 표현하면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잘 차리면 된다고 예언한 이 대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앞으로 전개될 4대 강국의 각축전에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남교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