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재수 끝에 2002년 1월 코스닥에 입성, 창업한지 불과 4년 만에 첫 꿈을 이뤘지만, 그는 이 시간이 오기까지 참으로 힘든 기간을 홀로 견뎌내야 했다. 권사장은 코스닥 등록이 한 차례 무산되자 그를 바라보는 직원 70여 명(지금은 120명으로 불어났다)의 눈빛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꼭 등록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이 그만 공약(空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무겁게 그의 가슴을 짓누른 것은 안철수연구소보다 코스닥 등록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하우리는 안연구소보다 4개월 늦게 코스닥에 등록됐지만, 코스닥 등록을 위해 심사를 청구한 것은 오히려 몇 달 더 빨랐다. 하지만 안연구소가 먼저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국내 백신업체 코스닥 등록 1호의 영예는 안연구소에 돌아갔다.
안연구소가 하우리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권사장에겐 더없이 괴로운 일이었다. 그는 “사업 착수도 늦었고 인지도도 안연구소보다 뒤지지만, 코스닥 등록만큼은 1등을 하고 싶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나이는 안철수(安哲秀·41) 사장보다 적지만, 그는 안사장을 뛰어넘으려는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큰 산’ 앞에서 칼을 뽑다

하우리 권석철 사장
그런 안사장에 비하면 권사장은 가진 것이 많지 않다. 안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그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술경영학(Techno MBA) 석사학위를 받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권사장은 인하공업전문대(공학계통의 전문대학으로는 명문이지만)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인생 궤적을 살펴봐도 권사장은 안사장을 뒤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안사장이 대학원 재학시절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이름을 떨칠 때 권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엉뚱하게도 SBS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다 낙방했다. 안연구소가 코스닥에 등록해 주식이 1주당 6만원을 호가할 때 하우리는 8000원 안팎을 맴돌았다. 요즘은 백신 시장의 침체로 두 기업 모두 등록 당시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하우리의 주가는 여전히 안연구소 주가의 6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