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참여정부 첫 내각의 최연소 장관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우선 김장관은 1995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연소(당시 36세)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어 경남 남해군수를 지낸 ‘깜짝 놀랄 만한 인사’였다는 점에서, 허장관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전남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은 부산 동아대학교를 졸업해 동아대 교수로 재직한, 한국사회에서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아대는 과연 어떤 대학인가. 당연히 세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동아대 출신은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띈다. 입법부의 수장인 박관용 국회의장도 동아대 출신이고, 사법부에서는 판사로서 최고의 위치라 할 수 있는 14명의 대법관 중 지난 1998년 사법시험 선배 기수를 제치고 파격적으로 임명되어 화제를 모았던 조무제 대법관이 이 학교 출신이다. 특히 조무제 대법관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실시된 1993년 6000여 만원을 신고해 ‘꼴찌’를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사법부에서 최저의 재산액을 신고한 인물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의 요직에 동아대학교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고 말할 만하다. 학벌에 대한 차별이 엄존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지방대학으로서는 괄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의 첫 내각에 동아대학교 출신이 2명이나 포진한 것이 단순히 ‘줄을 잘 서고’ ‘운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동아대만의 힘이 있었던 것일까.
“부산에는 동아대가 억수 많심더”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동아대로 갑시다”는 말에 “어디에 있는 동아대 말입니까”라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되돌아온다.
“동아대 모르세요?”
“그게 아니라, 부산에는 동아대가 억수 많심더.”
‘억수’라는 택시기사의 표현은 과장이지만 동아대학교는 여러 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었다. 승학캠퍼스, 구덕캠퍼스, 부민캠퍼스, 보배캠퍼스 등. 이 가운데 경남 진해 두동에 소재한 보배캠퍼스는 45만평 규모의 대형 캠퍼스로 지금 대지를 매입하는 단계이고, 현재는 승학, 구덕, 부민 등 3개 캠퍼스에 계열별로 특성화된 학습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멀티캠퍼스(multi campus)는 동아대학교의 자의(自意)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넓은 평지를 확보할 수 없는 부산의 지리적 특성상 거의 모든 대학들이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고 대학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대지를 확보하는 문제가 공통적인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동아대학교 최재룡(崔在龍) 총장의 설명이다.
“캠퍼스가 4개로 나뉘어 있는 것은 본의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밖에서 볼 때는 대학의 외형이 그럴듯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약점에 ‘부산 지역을 품어 안으면서 곳곳에 특성화된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단순한 고육책이 아니라 불리한 여건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취지입니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승학캠퍼스에는 대학본부 및 인문과학대학, 자연계열 대학이 있고, 서구 대신동의 구덕캠퍼스에는 의과대학과 메디컬센터, 그리고 예술대학 건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또한 올해 3월 문을 연 부민동 캠퍼스에는 법과대학이 있으며 향후 사회대와 경영대를 이곳으로 이전하여 인문사회과학 전문 캠퍼스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찬찬히 둘러본 동아대학교 캠퍼스 풍경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덕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1959년 문을 연 동아대 박물관에는 국보 제69호인 개국원종공신녹권,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를 비롯해 보물 10점을 특별실에 전시하고 있는 등 총 2만7000여 점의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최재룡 총장은 명실공히 동아대학교의 대표적인 명물인 박물관을 더욱 잘 꾸려서 부산의 문화휴식처로 자리잡게 할 포부를 갖고 있다.
“현재 부산과 일본은 1일 관광권입니다. 후쿠오카(福岡)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4시간 정도 관광을 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행상품도 있으니까요. 일본 여성들이 부산관광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도 아직 남편이 회사에서 퇴근하지 않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부산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이 늘고 있으나 우리의 특색 있는 문화유산을 보여줄 만한 공간이 너무도 적습니다. 관광산업에 대한 연구도 많이 부족하고요. 이제는 그런 분야로의 특성화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형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