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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료, 이제는 올려주고 지켜볼 때다

  •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KBS 시청료, 이제는 올려주고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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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 방송계의 경우 역사적으로 KBS는 물론이고 준 공영으로 분류되는 MBC, YTN도 많은 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도 경영진 개편 또는 길들이기 시도가 줄기차게 있어 왔다. 김인규씨의 KBS 사장 취임은 그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KBS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정권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시청자는 지금도 시청료 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다. 문제는 시청료 인상 논쟁이 이념적 편 가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보수 언론이 시청료 인상에 파상공격을 퍼부었고 보수성향 이명박 정권에서는 진보 언론이 시민단체와 연계해 시청료 인상을 거친 목소리로 반대하는 형국이다.

KBS가 ‘공정한 방송’ 아닐지라도

KBS 시청료, 이제는 올려주고 지켜볼 때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 당수를 출연시킨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2009년 10월22일 반파시즘 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시청료 인상을 둘러싼 보·혁 간, 언론사 간의 싸움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쯤 이 문제에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을 내릴 때가 왔다. 고언하건대 이제 시청료를 인상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KBS가 여전히 공정하지 못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며 수준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빌미로 국민은 너무 오랫동안 KBS에 ‘배터리를 충전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먼저 밥을 주고 그 다음 일의 성과를 따질 때가 왔다.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면 시청료를 올려주겠다’는 게 기존의 논리였다. 그러나 수십 년을 기다려봤지만 이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시청료를 먼저 올려주고 공영방송이 되도록 지켜보자’는 게 나의 논리다. 덧붙여 지극히 정파적인 한국 정치의 후진성 때문에 KBS가 애꿎게 희생양이 된 점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또 이해할 때가 왔다.



시청료 인상을 전제로 KBS는 달라져야 한다. KBS와 한국은행은 성격이 다른 기관임에도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그것은 ‘독립성이 생명’이라는 점이다. KBS와 한국은행은 그들을 탄생시킨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설사 시청료 인상이라는 엄청난 떡을 안겨준 이명박 정부라 하더라도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만 KBS는 살아남는다. 공익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보답하려는 노력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시청료 인상 이후 이런 실천이 없을 경우 그 실망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시청료 인상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며 제2의 시청료 거부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 KBS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게 된다. KBS는 2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시청료가 2500원으로 묶여 있었던 것이 시청자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임을 뼛속 깊이 깨달아야겠다.

BBC 타령 그만하자

차제에 “BBC 타령은 그만하자”고 언론계에 제언하고 싶다. 공영방송 논쟁만 나오면 ‘BBC처럼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왔다. 지금이 ‘땡전뉴스’의 전두환 정권 시대는 아니다. 일개 국가의 특정 방송사일 뿐인 BBC를 마치 우리의 전범처럼 여기는 태도는 지나친 자기비하다. 나는 한국 언론의 수준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BBC에 그리 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대한 공영방송 BBC’는 1970, 80년대에 무모한 시청률 경쟁, 편파방송, 무사안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마거릿 대처 수상은 1979년 ‘영국에서 최고의 월급을 받으며 빈둥빈둥 노는’ BBC의 민영화를 시도한 적도 있다. BBC는 1990년대 이후 자기비판을 기반으로 한 혁신경영으로 ‘Beeb’란 애칭과 함께 영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국산 휴대전화기가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섰듯이 KBS도 고품격 방송으로서 한국 국민과 아시아인의 사랑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기대해본다.

신동아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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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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