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던 ‘정권 2인자’ 이해찬 총리가 ‘부산 골프 파문’으로 하루아침에 몰락한 배경에는 권 의원의 치밀한 조사가 있었다. 오일게이트 사건, JU 로비 사건도 그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땐 ‘국가정보원의 이명박 뒷조사’를 밝혀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는 ‘BBK 의혹’으로 점철되던 대선 초기구도를 ‘노무현 대 이명박’ 대결구도로 바꿔놓아 이명박 후보에게 큰 힘이 됐다.
3선인 권 의원은 당내에서 최고위원,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7월 전여옥 의원을 누르고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됐다. 오는 6·2 지방선거에선 승패의 분수령인 서울 선거를 총괄지휘하게 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중립을 표방했던 권 의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후엔 남경필 정두언 정진석 나경원 정태근 김기현 의원과 함께 7인 모임을 만드는 등 여권 내 중도세력 규합에 힘썼다. 7인 모임은 원희룡 진수희 김정권 의원의 참여로 확대될 움직임이다.
“사냥개” 발언의 소신중도파
여권 주류와는 일정 거리를 둔 채 중도적 목소리를 높여온 권 의원은 2008년 11월 친(親)이명박계의 수장 이재오 전 의원(현 국민권익위원장)의 정계복귀설이 나오자 “사냥은 끝났고 사냥개가 필요한 시기는 아니다”라고 밝혀 파문을 낳았다. 2009년 5월엔 다른 소장파와 함께 ‘부자당 탈피, 당·정·청 물갈이, 계파화합’ 등 ‘쇄신풍’을 주도했다. 이는 박희태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이어졌다.
2010년 초 집권세력은 내전(內戰)에 빠져들 조짐이다. ‘세종시 수정’을 놓고 친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계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당·정·청은 6월 지방선거에서 중간평가를 받는다. 정부여당이 내부를 어떻게 추스르고 선거에서 어떠한 결과를 얻느냐의 문제는 정권 중반기 국정흐름을 바꾼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권 의원을 만나 이런 정치현안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난데없이 불쑥 던지고는”
▼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시 수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자는 건, 문제제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해결하는 건 매우 복잡한 일이죠. 수도 이전 문제도 얼마나 끌었습니까? 헌법재판소까지 등장하고 몇 년에 걸쳐 지금의 원안이 만들어진 거죠. 나름대로 법으로 통과된 안이라면 해당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신뢰가 쌓인 건 틀림없다고 봐야죠. ‘신뢰를 강조하는 분’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 그러나 정부에선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선 원안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더 중요한 건 그런 상태인 세종시를 국가 100년 대계를 고려해 고친다고 하면,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 어떤 점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 과정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는가요.
“정운찬 총리는 난데없이 총리 지명 과정에서 (세종시 수정을) 불쑥 던지고 3개월 만에 안을 만들어 집행하려고 해요. 너무 문제의식 없이 다루는 것 아닌가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갈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죠. 만져지는 비용만 계산했지 이런 만져지지 않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 정부의 세종시 수정이 사회갈등을 유발했다는 얘기인가요.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고 봅니다. 애초 갈등소지가 많은 이슈이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에 의해 다뤄져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해당지역이 반발하니 뭘 줘야 할지 이런 부분만 고려대상이 됐어요. 정 총리가 첫 단추부터, 시작부터 세련되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