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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신경병리학자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500일 기록

“이념과 과학을 혼동한 학자들과 ‘PD수첩’떠올리면 지금도 기가 막힌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신경병리학자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500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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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병리학자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500일 기록

광우병에 걸린 소. 소가 주저앉은 데에는 50여 가지 원인이 있다.

‘광우병에 대한 괴담들의 진실은?”이라는 포스팅을 읽은 ‘중앙일보’가 그를 만났다. 기사는 사회면 톱으로 실렸다. 그날 블로그엔 800개 넘는 덧글이 달렸다. “미친 소 너나 드세요” 같은 반응이 많았다. 처음엔 악플에 일일이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한 것.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 블로그는 이념과 과학이 뒤엉킨 싸움판이었다.

“초기엔 95%가 악플이었어요. 공손하게 댓글을 달았죠. 이 주장은 반대 주장이 이렇다면서 관련 논문을 소개했어요. 그런데 참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SRM(특정위험물질)까지 처먹어라’ 같은 덧글을 읽은 뒤엔 참다 참다 에잇….”

그는 광우병과 관련해 60건의 포스팅을 올렸다. 블로그 조회 수를 다 더하면 100만 클릭이 넘는다. 뭇사람에게 공공의 적으로 몰려 공격받으면서 파워 블로거로 뜬 것이다. 2008년 7월7일 올린 ‘오역 소동’이란 제목의 글은 24만 클릭을 기록했다.

“꾸준히 글을 올리자 ‘이 아저씨 말이 맞는 구석도 있다’ ‘이 사람 의견이 맞는 것 같다’는 덧글이 달렸어요. 지지하는 반응이 늘더니 악플이 전체 덧글의 30%가량으로 줄었습니다. 나중엔 덧글 자체가 줄고 극렬분자만 남더군요. 막연한 공포를 퍼뜨리는 집단을 적어도 인터넷 공간에선 잠재운 셈이죠.”

괘씸죄



▼ 왜 폭풍 속으로 들어갔습니까?

“과학의 팩트가 그거였어요.”

▼ 괜스레 나섰다고 후회한 적 없나요?

“없습니다.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나서기로 한 뒤론 최선을 다했죠.”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SBS ‘시시비비’, KTV ‘100분 토론’ 등이 패널로 출연해달라고 불렀으나 토론에 참석하지 못했다. 의사협회 주수호 당시 회장이 출연을 막아서다.

“전국 방송을 통해 광우병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명할 기회가 무산됐죠. 결국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만 토론회에 참석해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이른바 인간광우병) 위험이 부풀려졌어요.”

정부가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으나 의사협회는 거절했다. 개혁 성향의 집행부가 이듬해 회장 선거 때 젊은 의사 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의사협회는 당시 이런 성명을 내놓았다.

“미국은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며,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어 광우병 공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파돼 vCJD를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 건강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라면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유해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폭풍 속으로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난 2008년 6월, 그는 의사협회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의사협회 안팎에선 “유능한 인재가 소신을 피력하다 정치적으로 희생됐다” “양기화 박사만한 전문가가 없는데…”라는 말이 나돌았다.

“괘씸죄였어요.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에 동의 없이 참석한 게 집행부를 자극한 거죠. 제가 스트레스가 심해 토론회 참석을 기피한다면서 의사협회가 저 대신 다른 사람을 토론회에 내보낸 적도 있답니다. 토론회 참석 요청이 들어왔다는 말을 전달받지도 못했고요. 욕먹을 각오는 했지만 실직은 상상도 못했죠. 막상 직장에서 쫓겨나니 마음이 어수선하더군요. 실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내 표정도 어두워졌고요.”

물론 의사협회의 설명은 다르다.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해임했다는 것.

의사협회 간부들은 2008년 7월9일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에 참가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의견을 바꾼다. “청와대가 의사협회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의사협회가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다”는 말이 나돈 뒤다. 의료전문지 ‘메디컬투데이’는 의사협회의 이 같은 표변을 ‘철없는 회장님’이란 표현으로 비꼬았다. 정치와 권력, 이념과 과학이 뒤엉킨 오락가락 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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